비행기 4대 중 1대 지연 제주 하늘길, 2공항이 숨통 틔우나
국토교통부가 지난 6일 기본계획을 고시함에 따라 제주 제2공항 건설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이번 고시는 2015년 11월 서귀포시 성산읍으로 입지가 결정된 지 8년 10개월 만이다. 기본 계획 고시는 정부가 제주 제2공항 건설 방침을 확정하고 대외적으로 공표함을 의미한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기본계획에 따르면 제주제2공항은 1단계 5조 4532억원, 2단계 1조 4000억여원을 들여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 550만6201㎡에 만든다. 길이 3200m, 폭 45m 활주로 1본과 항공기 28대를 수용 가능한 계류장이 들어선다. 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2055년 기준 제주지역 연간 항공 여객 4108만명 중 1992만명(48.5%)을 제2공항에서 수용하고, 연간 화물 12만t을 처리한다. 국내선 혹은 국제선 전용으로 운영할지, 국제선·국내선을 모두 운영할지는 도민과 관광업계 등과 협의해 결정될 전망이다.
정부는 그동안 “제주 제2공항 건설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했다. 가장 큰 요인은 제주공항이 이미 포화상태이기 때문이다. 제주국제공항 연간 이용객은 2019년 3131만6394명에 이르렀다. 제주국제공항의 연간 수용 능력은 최대 3175만명 수준이다. 지난해에도 2909만6271명이 제주공항을 통해 오갔다. 국토교통부는 2055년이면 이용객이 4108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제주~김포 노선은 전 세계에서 가장 붐빈다. 지난해 12월 영국 항공 운항 정보 업체 OAG가 분석한 전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국내선 노선은 제주~김포로, 연간 1300만명이 이용했다. 최대 혼잡 시간대 제주공항에서는 1분 43초마다 비행기가 뜨고 내린다. 이용객이 몰리면서 지난해 제주공항은 전체 운항 횟수 16만3215건 중 24.7%(4만427편)가 지연했다.
제주도는 그간 국토교통부에 “증가하는 항공 수요와 항공 안전 확보를 위해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며 기본계획 고시를 촉구해왔다. 제주도는 기본 계획이 고시되자 “환영한다”며 “후속 절차를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제주관광협회도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제2공항 건설과 운영과정에서 일자리도 3만8000개 생길 것”이라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반면 제주지역 10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지난 5일 “제2공항 기본계획은 고시 전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통해 검토돼야 하는 입지 타당성에 대한 의문과 의혹도 해소하지 못했다”면서 주민 투표로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2공항 개항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제주도는 “정상 개항까지는 착공 전 5년, 착공 후 5년 등 최소 10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주도에 따르면 기본계획 후속 절차인 환경영향평가에 1년 10개월, 기본과 실시설계 용역에 2~3년, 토지·시설물 보상에 1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봤다. 국토부는 제주특별법에 따라 실시설계 과정에서 제주도 환경영향평가 심의와 제주도의회 동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조류 등 생태 환경 파괴와 난개발 논란도 제기된다. 이에 국토부는 제2공항을 ‘친환경 공항’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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