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극한 시대의 예언 [김선걸 칼럼]
폭염.
올해 여름은 달랐다. 낮에는 섭씨 35도가 빈번했고, 밤은 서울이 열대야 34일 최장 기록을 세웠다.
풀과 나무는 마르고, 사람도 여럿 쓰러졌다. 온열 질환이라는 단어를 이렇게 많이 들어본 해는 처음이다.
서울 연희동에선 도로를 주행하던 자동차가 싱크홀로 떨어졌다. 충북 청주에선 폭우로 터널에 자동차 수십 대가 물에 잠겼다. 경북선 폭우와 산사태로 마을이 밀려났다.
건설업계에선 몇 년 전부터 ‘돌풍주의보’가 일고 있다. 전례 없던 돌풍이 잦아져 건설 현장이나 고층 건물은 안전장치를 보강한다. 여름철 쏟아붓는 스콜(초국지성 폭우)로 침수 대책을 세우고 있다. 싱크홀 공포도 커졌다. 폭염으로 인한 지하수 고갈이나 폭우로 지반 하부가 쓸려가면서 땅꺼짐이 발생한다.
항공사가 탑승객들에게 사발면을 제공하지 않기로 한 것도 그렇다. 심한 온도차로 난기류 발생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승객의 화상을 막으려면 컵라면 제공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극한 기후로 일상이 변하고 있다. 그런데 “올여름이 가장 선선한 해가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앞으로 더 더울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주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이 신간 ‘플래닛 아쿠아’를 발간했다. 1980년 ‘엔트로피’ 이후 ‘회복력 시대’와 ‘소유의 종말’ 등 10여권의 명저를 냈지만 이번만큼 ‘아포칼립스(apocalypse·종말론)’적인 느낌은 없었다. 그는 온난화로 인해 지구의 ‘수권(水圈·지구와 대기에 물이 존재하는 공간)’이 야생으로 돌아간다고 전망했다. 리프킨이 지목하는 지구 환경 변화의 동인은 바로 물이다.
그는 미국의 경우 여름 정상 기온이 섭씨 35도, 심지어 섭씨 40.5도에 이를 것으로 본다. “겨울철 혹한과 봄철 대홍수, 여름의 긴 가뭄과 극심한 폭염과 산불, 가을의 강력한 허리케인에 휩싸인 지역 전체가 앞으로 수십 년 내에 거주지와 거주 방식을 재고해야…(중략) 수십 년 내에 수억 또는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더 온화한 지역으로 이주해야 하며… 결국 세계 인구는 감소하고 남은 이들은 안전한 피난처를 찾아 계속 이동할 것이다. 지구가 마지막 빙하기인 홍적세에서 지난 1만1000년의 온대 기후로 전환됐을 때 경험했던 것과 같은 규모가 될 것이다.”
튀르키예 기온은 1950년에서 2100년까지 무려 섭씨 7도 상승할 전망, 그리고 지난 세기 지구 평균 섭씨 1.3도 상승하는 동안 이라크는 섭씨 2.5도 상승한 점 등을 들어 지중해 생태지역을 위험의 전조인 ‘광산의 카나리아’로 지목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이 모든 수도꼭지가 마르는 날, 즉 ‘데이 제로(Day Zero)’를 공표한 사례도 섬뜩하다.
극한 기후는 인구의 이주를 촉진한다. 그는 향후 45년 동안 미국인 12명 중 1명은 남부를 벗어나 서부 산간 지대와 북서부로 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인류의 대이동’은 짧은 기간의 정주 생활과 긴 기간의 이동 생활일 것이라 전망한다. 그로 인해 개개인의 ‘여권(passport)’은 안전한 피난처와 위협적인 환경을 가르는 징표가 된다. 북쪽 기후대로 향하는 대규모 이주는 수십 년 안에 아열대와 중위도 일부 국가의 정부를 무너뜨릴 것으로 봤다.
리프킨의 불길한 예언을 다 믿진 않는다. 틀리길 바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일말의 가능성이 있다면 대비해야 한다는 절박감도 든다. 스콜, 싱크홀, 돌풍, 난기류가 생생하니 말이다.
우리 미래를 짊어진 국회를 돌아봤다. 괴담 같은 ‘계엄 논란’ 말싸움이나 하고 있다. 한심하다.
‘누군가 내일을 대비해야 할 텐데’라는 생각. 이 밤이 더 무덥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6호 (2024.09.11~2024.09.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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