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증시 불확실하다지만…
하반기 주식 시장에서 HD현대그룹주가 주목받는다. 대내외 변수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지만 HD현대그룹주에 대한 증권가 신뢰가 굳건하다. 2분기 호실적을 낸 종목이라도 목표주가를 보수적으로 잡는 분위기지만, HD현대그룹주는 예외다. HD그룹의 상장 종목 대부분 하반기 목표주가가 상향 조정됐다. 조선과 중공업을 중심으로 HD현대 대다수 계열사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은 있지만, 당분간은 HD현대그룹의 수익성 개선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HD일렉트릭 성장 잇는다
하반기 증시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증권가는 주가 눈높이 상향에 신중한 분위기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분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되던 8월 15일 기준 증권사 3개사 이상이 목표주가를 제시한 상장사는 303개사다. 그중 253개사가 2분기에 62조369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시장 전망치(59조5288억원)를 웃돌았다. 그러나 6월 말 대비 평균 목표주가가 상향 조정된 상장사는 146개사에 불과하다. 국내 상장사가 전반적으로 2분기 양호한 실적을 거뒀음에도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보수적으로 제시했다는 평가다.
신중한 증권가 분위기에도 HD현대그룹주에 대한 주가 눈높이는 높아지는 중이다. 특히 HD현대일렉트릭(39%), HD현대미포(38%), HD한국조선해양(34%), HD현대중공업(32%) 등의 목표주가가 두 달 사이 30% 이상 상향 조정됐다.
업종별로 조선(25%), 전기장비(21%), 운송인프라(20%) 순으로 상향 조정폭이 컸는데, HD현대그룹 주력 계열사가 대거 포진한 업종이다. 다시 말해 하반기 HD현대그룹의 다수 계열사가 호황이 예상되는 산업에서 수혜를 누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중에서도 전문가들이 가장 주목하는 종목은 HD한국조선해양이다. 그동안 HD한국조선해양 자회사(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현대삼호중공업)의 실적 발목을 잡은 저가 수주 물량을 대부분 소진한 상태다. 여기에 신규 인력 고용으로 생산성 향상과 철강재 등 원재료 가격 안정화에 따른 장기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6월 말과 비교해 실적 눈높이는 더욱 높아졌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1조3533억원이다. 지난 6월 전망치(1조478억원)보다 30%가량 급증했다.
지난 5월 코스피에 상장한 HD현대마린솔루션도 하반기 기대주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2분기 매출 4379억원, 영업이익 71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 30%씩 성장했다. 친환경 규제 강화에 따른 선박 유지·보수(AM) 사업 호조세와 디지털 솔루션 사업을 확대한 영향이다. 최근 의미 있는 수주 계약을 연이어 따내며 향후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높인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지난 7월 유럽 소재 선사와 역대 최대 규모의 선박 장기 유지·보수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창립 후 처음으로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설비(LNG-FSU) 개조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증권가에서는 HD현대마린솔루션이 올해 영업이익 2485억원을 올리고, 내년에는 올해보다 24% 늘어난 307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본다.
HD현대일렉트릭도 견조한 실적을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 전력기기 시장 호황 덕분에 수익성이 비약적으로 개선된 덕분이다. 2분기 실적이 시장 눈높이를 크게 웃돌면서 오히려 향후 성장폭에 대한 우려도 나오지만 여전히 전력기기 수요 강세가 이어지고 있어 당분간 성장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HD현대일렉트릭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 6월 5309억원에서 최근 7152억원으로 약 35% 상향 조정됐다.
자회사 실적 개선에 힘입어 지주사 HD현대에 대한 눈높이도 덩달아 높아지는 모양새다. 증권가가 내다보는 HD현대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3조2026억원이다. 6월까지만 해도 전망치가 3조원을 밑돌았지만 갈수록 눈높이가 높아지며 3조원을 훌쩍 넘겼다.
한영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반기에는 조선 계열사의 이익 기여도가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HD현대마린솔루션과 HD현대일렉트릭 역시 견고한 이익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HD현대그룹 주가는 단순 테마에 의한 상승이 아니라 실적 개선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정치·지정학적 이벤트 예의 주시
반면 건설장비 부문은 하반기 부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HD현대인프라코어와 HD현대건설기계가 속한 건설장비 업황이 당분간 살아나기 어렵다고 내다본다. 업황을 이끌던 북미 판매가 둔화되는 가운데, 또 다른 주요 시장인 중국에서도 회복이 늦춰지는 모양새다. 2021년 이후 지속된 글로벌 고금리 현상이 건설기계의 전방 수요처인 건설과 채광 분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HD현대인프라코어와 HD현대건설기계 모두 올해 2분기 실적이 역성장했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 8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 줄었고, HD현대건설기계 역시 같은 기간 39% 감소한 58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HD현대인프라코어와 HD현대건설기계는 우려되는 부분이 또 있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상장 가능성이다. HD현대인프라코어와 HD현대건설기계의 모회사인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HD현대그룹의 건설기계 부문 중간지주사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 상장 가능성은 시장에서 꾸준히 제기된다. 실제 HD현대사이트솔루션이 상장에 나설 경우 모·자회사 중복 상장 문제로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HD현대 주가에 가장 중요한 건 HD현대오일뱅크의 수익성 개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HD현대 실적에서 연결 기준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이 HD현대오일뱅크라는 점에서다. HD현대는 HD현대오일뱅크 지분 74%를 보유했다. 보유한 자회사 지분 중 가장 큰 지분율이다. 그러나 HD현대오일뱅크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되는 중이다. HD현대오일뱅크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734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68% 감소했다. 정경희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HD현대의 가장 큰 리스크는 연결 실적 비중이 큰 HD현대오일뱅크의 수익성 악화가 그 외 부문의 수익성 성장 효과를 상쇄하는 경우”라고 지적했다.
자회사별로 투자자가 하반기 예의 주시해야 할 부분은 각각 다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아직까지 실시한 적 없는 배당 여부, HD현대마린솔루션은 연말 의무보호예수 해제에 따른 수급 변화, HD현대일렉트릭은 최근 고마진 상황의 지속 가능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향후 정치적 이벤트나 지정학적 충돌 상황도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영수 애널리스트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 따른 글로벌 무역 정책과 에너지 정책 변화 가능성은 일종의 불확실성”이라며 “향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충돌 상황도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6호 (2024.09.11~2024.09.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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