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녹음파일 '발췌본' 튼 검찰... 재판장이 "전체 듣자"

[위증교사 혐의 재판 현장] 재판부, 30일 피고인 신문 및 결심공판 예정

[김종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재판 위증교사 혐의'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재판장 : "(검찰에서) 녹음파일을 지금 부분 부분 제시했는데 한 번 틀어봅시다. 10분이면 되겠죠?"
검찰 : "30분입니다."
재판장 : "쭉 틀어주세요. (녹음파일이) 4개라고 하는데 쭉 틀어주고 소리 키워주세요. 잠깐 준비하는 동안 10분 쉬었다가 할까요? (16시) 30분에 진행하겠습니다."

9일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재판에서 재판장인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 김동현 부장판사가 검찰의 서증조사 후 한 말이다.

검찰은 이날 이 대표와 고 김병량 성남시장 비서 출신인 김진성씨가 한 네 차례 통화를 발췌해 틀었다. 이에 재판장인 김 부장판사가 녹취록 전체를 "한 번 틀어보자"며 "쭉 틀어달라"라고 요청을 한 것.

서증조사란 검찰이 증거로 신청한 서류 중 피고인들의 동의를 얻어 증거로 채택된 것을 법정에서 공개하고, 이를 통해 입증하려는 취지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절차다.

검찰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인 2018년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당시 김씨에게 수차례 연락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증언해 달라고 위증을 교사했다고 보고 있다.

▲ [쏙쏙뉴스] 검찰, 이재명 녹음파일 '일부' 틀자, 재판장 "(전체를) 쭉 틀어주세요" ⓒ 최주혜

사건의 발단은 2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대표는 2002년 KBS 최아무개 피디와 함께 '분당 백궁 정자지구 파크뷰 용도변경 및 특혜분양 사건'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당시 김병량 성남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검사를 사칭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대표는 2003년 7월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공무원자격사칭죄 등으로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았고, 2004년 12월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됐다.

이 대표는 재판부에 "지방선거를 앞둔 김병량 시장과 검사 사칭 관련 책임을 덜고 싶은 KBS 측이 이재명을 주범으로 몰기 위해 일종의 야합이 있었다. 김 시장이 최 피디 등 KBS 취재진에게 이재명 가담 부분에 관해 허위진술을 하도록 사주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 확정 판결로부터 14년 뒤 이 대표는 2018년 5월 경기지사 후보 초청 방송 토론회에서 "저는 검사를 사칭해 전화를 한 일이 없다. (최) 피디가 한 거를 옆에서 인터뷰하고 있었다는 이유로 제가 도와준 걸로 누명을 썼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경기지사에 당선됐으나 2018년 12월 11일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됐다.

2019년 5월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이 대표에게 "허위 사실의 주장 없이 누명을 썼다는 내용이 있는 표현은 확정판결에 대한 구체적 사실의 공표까지는 되지 못하고 피고인의 입장표명 내지는 평가 정도"라고 무죄 판결했다. 대법원도 2020년 7월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이 대표가 증인으로 나온 김씨에게 전화로 위증 교사를 했다고 보고 지난해 10월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녹음파일 발췌해 법정에서 틀어... 이 대표 측 "짜깁기"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재판 위증교사 혐의'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9.9 ⓒ 연합뉴스

이날 법정에는 4명의 검사가 출석했다. 이들은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핵심증거로 이 대표와 김씨 사이의 통화 녹음파일을 부분적으로 발췌해 공개했다. 검사의 말이다.

"이렇게 대화 내용에서 (이 대표가) 텔레그램을 통해 변론요지서를 보내주겠다는 것이 확인된다. 김진성의 사무실에서 이때 받은 출력물이 압수됐다. 피고인 주장이 기재돼 있는 것으로 확인이 된다."

"피고인(이재명)은 잘 알지 못한다는 김진성에게 '그런 상황만 얘기해주면 된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주장에 부합한 증언을 해달라고 한다."

이 대표 측은 크게 반발했다. 이 대표 변호인은 "검사님들께서 서증조사 하면서 말한 내용들은 녹취록에서 부분 발췌한 내용"이라며 "검찰의 공소사실도 보면 굉장히 문제가 많다. 과연 이렇게까지 검사가 짜깁기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예정대로 오는 30일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재판의 변론을 종결하기로 했다. 이날 이 대표에 대한 피고인 신문과 검찰의 구형, 변호인의 최후변론 및 이 대표의 최후진술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위증교사 재판의 최종 선고는 11월 중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