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추정’으로 물러선 플랫폼법, 이러다 ‘사후약방문’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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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새로 내놓은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재검토안은 제재의 속도와 강도 모두 원안보다 후퇴한 것으로 평가된다.
9일 공정위는 '사후 추정'을 토대로 지배적 플랫폼 여부를 판단하고, 별도 법안 제정 대신 기존 공정거래법을 개정하겠다는 새로운 독과점 규제 입법 방향을 마련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국무회의에 플랫폼법 추진 안건을 보고한 이래 국내외 기업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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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새로 내놓은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재검토안은 제재의 속도와 강도 모두 원안보다 후퇴한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 반발에 밀린 공정위가 입법 추진 당시의 입장을 뒤집고 사후약방문식 규제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9일 공정위는 ‘사후 추정’을 토대로 지배적 플랫폼 여부를 판단하고, 별도 법안 제정 대신 기존 공정거래법을 개정하겠다는 새로운 독과점 규제 입법 방향을 마련했다.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을 본딴 사전 지정 제도를 도입해 대형 플랫폼의 반경쟁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던 기존 추진 방향과는 거리가 멀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국무회의에 플랫폼법 추진 안건을 보고한 이래 국내외 기업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육성권 전 공정위 사무처장은 지난 1월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문제가 반복된다”며 법 추진 의지를 밝혔지만 업계 반발을 이겨내진 못했다. 해당 발언이 나온 지 얼마 안 된 지난 2월 플랫폼법 ‘전면 재검토’를 선언하며 한 발 물러섰다.
관건은 사후 추정이 사전 지정만큼 신속하게 대형 플랫폼의 횡포를 제재할 수 있느냐다. 시장 변화나 인접 시장으로의 지배력 전이 속도가 유독 빠르고, 방치할 경우 되돌리기 힘든 피해가 발생하는 플랫폼 시장의 특성 때문이다. 경쟁 당국의 제재까지는 길면 3~4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데, 그때면 이미 ‘플랫폼 공룡’은 해당 시장에서 ‘승기’를 굳힌 다음이다. ‘끼워팔기’를 통해 멜론을 밀어내고 국내 음원 시장 선두를 차지한 유튜브 뮤직이 대표적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초에야 해당 사건에 대한 현장 조사에 착수해 지난 7월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사후 추정 방식은 사전 지정보다 신속하기 어렵다. 사전 지정은 법 위반 행위가 발생하기 전부터 지배적 사업자를 지정해 공표한다. 지정에 불복하는 기업이 있더라도 법 위반 행위 발생 이전에 지정 절차를 완료할 수 있다.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된 기업이 금지행위를 저지를 경우 경제분석 과정을 건너뛰고 단기간 내에 심의를 마치게 된다. 반면 사후 추정은 법 위반 행위 발생 후 지정 절차에 돌입한다. 플랫폼이 불복할 경우 심사가 길어질 수 있다.
게다가 사후 추정 방식은 기존 공정거래법에 존재하는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 규정과 비교해도 한층 소극적이다. 지금은 1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3개 이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75% 이상인 경우 지배적 사업자로 간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점유율에서 각각 60%, 85%를 기준으로 삼고 이용자 수, 매출액까지 만족해야 하는 사후 추정보다 적용 범위가 넓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후 추정에 따른 지배적 플랫폼 숫자는) 독일이 4개이고 EU가 7개인데 대략 비슷한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매출액 기준 구글, 애플, 카카오, 네이버 4개 기업만이 사후 추정 요건을 만족할 전망이다. 쿠팡과 배달의민족 등은 요건을 맞추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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