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황 회복" 얼마 됐다고 다시 '다운사이클' 걱정, 왜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로 모처럼 찾아온 반도체의 봄에 때 아닌 다운사이클(업황 하락) 우려가 제기됐다. 1년 가까이 상승 추세를 이어온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소폭 하락하면서다. 그러나 업계에선 일시적 정체기일 가능성에 무게를 더 두고 있다.
9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 1Gx8)의 평균 고정 거래가격은 지난달 2.05달러로 전달보다 2.38% 내렸다. D램 고정 거래가격은 삼성전자 등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가 애플·구글 등 글로벌 기업과 계약할 때의 공급가를 말한다.
경기 침체로 한동안 내림세에 있던 D램 가격은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 연속 상승했다. 이후 두 달간 보합세였다가 지난 4월 16.67% 급등해 2022년 12월 이후 처음 2달러대를 회복했고 7월까지 같은 가격을 유지했다. 그러나 8월 들어 약 1년 만에 하락 전환한 것이다. PC용 D램의 대표 범용 제품인 DDR4-2666(8Gb)의 현물 가격도 6일 기준 1.971달러로 연고점(7월 24일, 2달러)보다 1.5% 내렸다. 현물 가격은 중소 정보기술(IT) 업체 등과의 소규모 거래에서 적용되는 값이다.

업계에선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의 AI 서버 시장의 수요가 견고한 것과 달리, 모바일이나 PC 등에 쓰이는 D램 수요가 부진한 점을 원인으로 본다. PC 업계 관계자는 “올해 AI PC가 출시되면 D램 수요가 전년보다 30% 정도 오를 것으로 봤는데, 10% 정도에 그쳤다”라고 전했다. NH 투자증권은 “서버를 제외한 부문의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 더딘 만큼 메모리 가격 인상 폭도 당분간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도 “범용 D램의 경우 온디바이스 스마트폰, PC 등이 나왔지만, 판매 수준이 이전과 비슷하다”라며 “글로벌 PC 제조사들이 AI PC와 노트북 등을 위해 D램 재고를 늘렸지만 판매량이 기대만큼 늘지 않았고, 못 판 만큼 비축 재고를 소진하는 속도도 늦어져 자연히 신규 조달 수요가 떨어지고 가격 조정을 맞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반도체 경기가 다시 침체하는 것 아니냐고도 우려한다. 지난달 20일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고점을 준비하다’(Preparing for a Peak)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반도체 사이클이 고점에 근접하고 있다”라고 진단, AI 거품론을 다시 주장한 것과 맞물려 이런 시각이 힘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과 반도체 업계에선 일부 범용 제품에 국한한 단기 정체일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앞서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생산 능력을 최대치로 늘리면서 과잉 재고 부담을 떠안았을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라며 “일정 기간 큰 폭의 하락이나 큰 폭의 상승 없이 재고 소진 상황에 따라 가격이 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상황 등 신규 외부 요인이 없는 한 큰 수준의 다운사이클이 온다는 건 과도한 비관이란 설명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이날 낸 보고서에서 “D램 수요의 40%를 차지하는 스마트폰, PC 등 B2C 제품 수요 부진은 하반기에도 크게 회복될 가능성이 작아 당분간 업체들은 재고 소진에 주력할 것”이라며 “HBM과 DDR5 등 AI 및 서버용 메모리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고 하반기에도 공급이 빠듯할 것으로 추정되어 D램 수요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향후 전망과 관련해 “B2C 제품의 수요 회복이 이뤄져야 큰 폭의 상승 추세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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