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원부터 친명까지, 봇물치는 민주당 금투세 유예론…韓, "토론회 하자" 압박

강보현 2024. 9. 9.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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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개미들 다 죽어도 고집부릴 거냐.”
“말로만 서민 위한다고 하지 말고, 민심 챙겨주세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블로그에 ‘22대 국회 개원식,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올린 게시물에 달린 댓글 중 일부다. 9일 현재 1만 50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촉구하며 민주당을 비판하는 내용이 상당수다.

금투세가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민주당이 몸살을 앓고 있다. 당에선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라거나 "유예하자"는 공개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증시가 더 안정화되고, 선진화되고, 제대로 평가받아 매력적인 시장이 된 후에 금투세를 도입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해야 한다는 조세 대원칙에는 전적으로 찬성한다”면서도 “금투세를 무리하게 시행할 경우 주식시장에 참여한 1400만명 국민의 투자 손실 우려 등 심리적인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2기 지도부에서 금투세 재검토 주장이 공개적으로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블로그 캡처


금투세는 국내 상장 주식 및 관련 펀드의 양도 차익으로 인한 금융소득이 5000만원을 넘길 경우 과세(세율 22%, 3억원 초과 시 27.5%)하는 제도다. 이재명 대표가 전당대회 기간 중 금투세 완화론을 꺼내긴 했지만, 그간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원안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지난달 16일 관훈토론회에서 “내년에 시행하는 게 옳다”고 밝힌 박찬대 원내대표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당에서 신중론이 이어지자 지도부는 "24일 금투세 관련 정책 토론회(디베이트)를 열어 입장을 정리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당에서는 유예론에 동조하는 의원이 증가하는 모양새다. 앞장서서 유예론을 주장해온 이소영 의원이 8일 페이스북에 “동료 의원님들, 이제는 공개적으로 (금투세에 대한) 의견을 밝혀달라”면서 불이 붙었다. 9일엔 이언주 최고위원 외에도 “금투세 논쟁은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과세 논쟁과 다르지 않다”(이연희), “금투세는 신중한 재고가 필요하다”(전용기) 등 친명계 의원들도 유예하자는 주장을 이어갔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뉴스1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진 건 최근 불안해진 주식시장에 대한 원성과 불만이 민주당 비판 여론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9일에도 코스피 지수는 전 영업일보다 0.33% 내려간 2535.93을 기록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속한 비공개 텔레그램 방에선 “여론이 심각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고 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의 한 민주당 의원도 통화에서 “지지자들로부터도 욕설 문자가 연일 쏟아진다”고 토로했다.

당 일각에선 여당이 짠 ‘금투세=이재명세’라는 프레임에 밀리고 있다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금투세는 여당이 발의한 법이고, 지금 4년 유예됐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금투세 도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재차 강조했다. 진 정책위의장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금투세가) 국민 다수 이익을 해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건 억지 선동이고, 거짓 선동”이라며 “제가 먹을 욕은 먹어야겠지만, 이성적인 논의를 통해 결론이 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민주당의 이런 상황을 두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민주당이 금투세 폐지에 동의한다고 말을 바꿨다고 비난할 사람은 없다”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금투세에 대해 일부 투자자들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이름을 붙여서 부르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그게 민심”이라며 “민주당에서 오는 24일 금투세 토론을 한다고 하는데, 다시 한번 금투세 토론을 제안한다. 언제든, 어디서든, 어떤 방식이든 좋다”고 했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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