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복귀' 에코프로 이동채 "지금 같이 하면, 미래 없다"(종합2보)
에코프로, 인니서 통합 양극재 공급망 구축
에코프로 최대주주인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이 최근 중국 전구체(양극재 중간 원료) 제조사인 중국 거린메이(GEM) 수장과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 전 회장의 사업 관련 행보는 지난달 특별사면된 이후 처음이다. 사실상 경영복귀 수순에 돌입했다.
"배터리, 지금처럼 하다가는 미래 없다"
9일 에코프로에 따르면 최근 열린 이사회에서 상임고문으로 선임된 이 전 회장은 경영 복귀 후 직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배터리 시장이 왜 이렇게 됐을까, 우리의 앞길은 무엇인가를 생각해봤는데 앞길이 보이지 않았다"며 "그래서 세상을 뒤엎어 보자고 결심했다. 지금처럼 하다가는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K-배터리가 주력하는 NCM(니켈·코발트·망간)의 삼원계는 중국이 주력으로 하는 리튬인산철(LFP)에 밀리면서 시장이 축소되고 있다는 게 이 전 회장의 인식이다. 이 회장은 "2, 3년 전만 해도 전기차의 모든 배터리는 삼원계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돼 너도나도 증설 경쟁에 나서 과잉 투자를 해왔다"고 진단했다. 이 회장은 과잉 투자와 함께 배터리 산업 생태계 종사자들이 제조업 본질 경쟁력을 무시한 것이 캐즘을 초래한 가장 큰 원인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에코프로는 전했다.
기술과 공정 개발을 통한 혁신, 경영 효율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가 미흡해 산업 전체가 캐즘에 빠졌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에코프로도 현재에 안주하다가는 3∼4년 뒤에는 사라질 수 있다"며 위기 타개책으로 GEM과의 통합 얼라이언스 구축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에코프로, GEM과 인니서 '통합 양극재 공급망' 구축
에코프로는 인도네시아에 양극소재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구축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배터리 소재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전 회장은 허개화 GEM 회장과 최근 오창 본사에서 만나 양극소재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사업을 인도네시아에서 추진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에코프로는 이번 협력을 계기로 ‘제련-전구체-양극재’로 이어지는 등 양극 소재 생태계 전반을 포괄하는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구축한다. 특히 생산 비용 절감과 이에 따른 양극재 가격의 획기적인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GEM은 니켈 제련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GEM과 실무작업을 추진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빠른 시일내에 사업구도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회사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허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파괴적 혁신 없이 현재의 ‘캐즘(성장 산업의 일시적 정체)’을 돌파할 수 없다"며 "지난 10년과 GEM과 맺어온 돈독한 신뢰를 기반으로 제련, 전구체, 양극소재를 아우르는 통합시스템을 구축할 사업을 인도네시아에서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허 회장은 "이 전 회장, 에코프로와 10년 동안 협력을 바탕으로 현재의 배터리 소재 사업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한 몸이 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에코프로 그룹에서 전구체 사업을 담당하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이 전 회장과 허 회장은 GEM이 보유한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공장 ‘그린에코니켈’ 사업을 통해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제련업 진출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부합하는 니켈 자원 확보를 지원키로 합의했다.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에 위치한 ‘그린에코니켈’은 연간 약 2만t의 니켈을 생산하는 제련소다. 에코프로는 지난 3월 약 150억 원을 투자해 그린 에코 니켈 지분 9%를 취득한 바 있다.
에코프로와 GEM은 지난 10년 동안 2인3각의 협력관계를 구축해왔다. 에코프로는 2015년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전구체 기술을 GEM에 전수한 것을 시작으로 2017년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설립 시 지분투자, 에코프로씨앤지와의 리사이클 기술협력 등을 통해 적극 협력해왔다.
GEM은 2001년 설립된 중국 1위의 리사이클 업체로서 연간 30만t의 전구체 생산 캐파를 확보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에 15만t을 생산할 수 있는 니켈 제련소를 운영 중이다.
에코프로 그룹의 지주사인 에코프로는 최근 이사회를 개최해 이동채 전 회장을 상임고문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에코프로는 이차전지 위기 극복과 미래 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현 경영진이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를 강력히 요청했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이 전 회장 특유의 리더십이 현재의 이차전지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미래 성장 발판을 마련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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