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보 농성 3차 계고장 "알량한 하천법으로 겁박"

김병기 2024. 9. 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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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새뜸] 보철거시민행동, 9일 '4대강 최전선 세종보 재가동 중단 결사투쟁' 기자회견

[김병기 기자]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은 9일 세종보 농성장에서 3차 계고장과 관련, 세종시와 환경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김병기
"환경부 장관, 세종시 공무원분들에게 요청합니다. 세숫대야에 '녹조 곤죽'을 떠놓고 한번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물을 버리고 다시 맑은 물을 떠 놓은 후 자신의 얼굴을 비추어 보십시오. 어느 물에서 내 몸과 영혼이 맑아지는지 분명 깨닫게 될 거라 믿습니다. 그래도 깨닫지 못한다면, 그 정도 어리석음이라면 속히 그 자리에서 내려오시기를 바랍니다. 영혼이 맑지 않은 이들은 나라를 운영할 자격이 없습니다. 강물은 흘러야 합니다!"

성서대전 김기중 목사의 발언이 끝나자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9일 세종보 천막농성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서다. 김 목사는 "환경부와 세종시는 보를 세워 강물의 흐름을 막겠다고 하면서 물을 흐르게 하려는 시민들과 활동가들을 향해 불법을 저지른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라면서 "신이 허락한 생명의 순환을 고작 콘크리트 따위로 막으려는 것이야말로 불법이며 교만하기 그지없는 죄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종시 "자진 철거하라"... 보철거 시민행동, 세종시-환경부 규탄

[영상] '김병기의 환경새뜸' 현장 생중계 : (https://www.youtube.com/live/z4iwqKe2BbI?si=pd5dLRmpwCQAkCcN)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시민행동)은 이날 세종시가 지난 2일 전달한 3차 계고장과 관련, 세종시와 환경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민행동은 지난 4월 30일부터 세종보 재담수 계획 백지화와 물정책 정상화 등을 촉구하며 세종보 상류 300m 지점의 하천부지에 천막을 치고 134일째 농성을 진행해 왔다. 이날이 3차 계고장의 자진 철거 시한이었다.

세종시장의 직인이 찍힌 '하천구역 내 불법행위에 따른 원상복구 3차 명령서'에는 "총 2회에 걸쳐 원상복구 명령을 통지했지만, 이에 불응해 3차 원상복구 명령을 통보한다"면서 하천법 제37조 3항 및 '세종특별자치시 하천 및 소하천 점용료 징수조례' 제7조에 따라 변상금을 부과하고 원상복구를 하지 않으면 하천법 95조에 따라 경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적시했다.

이날 기자회견의 사회자인 임도훈 시민행동 상황실장은 "세종보 천막농성에 대해 경찰 고발로 겁박하는 세종시를 규탄하고 결사투쟁을 선언하는 자리가 필요했다"면서 기자회견의 취지를 밝혔다.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은 9일 세종보 농성장에서 3차 계고장과 관련, 세종시와 환경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문성호 시민행동 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 김병기
첫 발언자인 문성호 시민행동 공동대표(대전충남녹색연합 상임대표)는 "살인적인 폭염으로 흐르지 않는 강과 댐, 호수는 단순한 녹조가 아니라 녹조 곤죽으로 변했고, 댐과 호수는 아비지옥 그 자체였다"면서 "세종보가 재가동이 되면 금강은 썩은 내가 진동하는 지옥이 되고, 비인간 존재들은 그 자리에서 수장되거나 보금자리를 빼앗긴 난민이 되어 도심으로 쫓겨날 텐데, 이것이 최민호 세종시장이 말하는 세종의 미래냐"고 반문했다.

유희종 민주노총세종충남본부 본부장은 "청정 세종을 지향한다는 세종시가 (세종보로) 강물을 막아서 썩게 만들려고 하는데, 실제로 청정 세종을 만들려고 하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면서 "개발의 논리보다 미래세대를 위한 환경보존 정책을 펴는 게 윤석열 대통령의 책무인데, 알량한 자본의 이익을 위해서 언제까지 복무할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주노총 노동자들은 이 천막을 함께 끝까지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김기중 목사의 기도 "생명 가볍게 여기는 악인들 심판"

이어 김기중 목사는 다음과 같이 발언을 했다.

"보를 재가동하면 물길만 막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강을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을 덧없이 스러지게 만드는 일입니다. 생명이 발원하는 강을 죽음의 강으로 만드는 일입니다. 성경은 생명을 경히 여기는 이들을 일컬어 '악인'이라 지칭합니다. 다시 한번 말합니다. 생명을 경히 여기는 이들이야말로 악인인 것입니다. 그리고 성서의 하나님은 반드시 악인들을 심판하셔서 정의와 평화를 이 땅에 세워 가십니다."

김 목사는 "새들의 지저귐, 풀 벌레 소리를 벗 삼아 금강에 비치는 윤슬을 바라보며 하나님께 기도를 올릴 수 있었는데 이제는 금강마저도 녹조와 악취가 올라오니 기도는커녕 속에서 열불이 터지며, 강물을 틀어막으려는 저들을 벌하여 달라고 하나님께 소리를 치고 있는 중"이라며 "그런 외침이야말로 이 시국에서 진실한 기도일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순열 세종시의회 의원은 "환경부가 녹조 관련해서 수십 억에 이르는 용역비를 투입하고도 제대로 된 결과를 발표하지 않는 것처럼 세종시의 '비단강 금빛 프로젝트' 관련한 용역에 참여하신 연구진의 전공과 연구 실적들을 보면 수생태계에 대한 이해가 있다고 볼 수 없는 분들이 전부였다"라면서 "환경부처럼 세종시도 금강을 개발해서 지방재정에 이익이 되게끔 이용만 하려고 하는데, 금강은 이용 대상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어우러져 삶을 이루어가는 생명"이라고 강조했다.

"세종보는 4대강 회복의 최전선... 죽음 각오하고 맞선다"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은 9일 세종보 농성장에서 3차 계고장과 관련, 세종시와 환경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김병기
이날 '4대강 회복의 최전선 세종보 재가동 중단 결사 투쟁 선언' 기자회견문은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대독했다. 시민행동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세종시는 9월 9일, 오늘까지 자진철거 계고장을 고지했고, 경찰에 고발을 예고했고 알량한 하천법을 들이대면서 겁박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물정책을 막장으로 몰아가는 윤석열 정부의 탈법, 편법과 민주주의 훼손을 고스란히 목격했고, 끊임없이 고발했다"고 밝혔다.

시민행동은 이어 "세종보 수문이 닫히면 우리 국민들은 12년 전, 4대강 살리기 사업 당시로 고스란히 회귀된다"라면서 "이곳 세종보는 4대강 회복의 최전선이자 교두보다, 우리는 이곳에서 죽음을 각오하고 정부의 폭력에 맞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뒤 세종보 농성 천막 옆에 2개의 동조 텐트가 쳐졌다. 이들은 텐트 앞에서 "윤석열 정부는 세종보 재가동 추진을 즉각 철회하라" "시민 안전 외면하고 '비단강 금빛 프로젝트' 추진하는 최민호 시장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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