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저하에 탈영 속출하는 우크라…러시아는 코 앞까지 진격

박현준 2024. 9. 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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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러시아의 로켓 공격으로 숨진 아들의 장례식에 참석한 우크라이나인 어머니. AP=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의 거점 지역을 차례로 점령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의 사기가 추락하고 있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러시아 본토에 진격해 병력을 분산시키려던 우크라이나의 전략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CNN은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지휘관 및 장교 6명에 대한 인터뷰를 통해 “탈영과 불복종이 전선에 만연해 있다”고 보도했다. 올초 우크라이나는 탈영병 등에 대한 군법 회부를 시작했는데, 그 숫자는 무려 1만9000명에 달했다. 전선의 군 장교들이 탈영병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채 불처벌을 조건으로 부대 복귀를 설득 중인 것을 감안하면, 실제 탈영병은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우크라이나 당국 역시 탈영 초범일 때는 처벌을 하지 않도록 규정을 개정하는 고육책까지 썼다.

우크라이나군의 사기가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우크라이나군의 병력과 탄약 부족에 있다. 우크라이나측은 100만명 가량을 동원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30만명가량을 전선에 배치한 것으로 서방 언론은 추정하고 있다. 러시아군의 전선 배치 병력은 50만명으로 추산된다.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전선에서 전투 중인 우크라이나 장교 안드리 호레츠키는 “참호에서 하루 종일 쏘지 않으면 러시아군이 몰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하루가 너무 길다”고 말했다. CNN은 “일부 우크라이나 장교는 우크라이나 군인 1 명당 러시아 군인 10명이 있다고 추정한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 마을. AFP=연합뉴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러시아군이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이 쉴 틈을 주지 않는 지속적인 최대한의 압박”을 구사하는 전술을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군은 눈에 띄는 군용 차량을 이용하는 대신, 5~6명씩 분대를 구성해 “돌격”을 외치며 돌진하는 파상 공격을 벌인다고 한다. 여기에 전선 후방에 대한 러시아군의 드론 공격으로 병력의 순환 배치가 힘들어지면서 우크라이나군의 피로도는 더욱 가중되는 실정이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부의 병참 거점인 포크로우스크의 12㎞ 앞까지 진출하는 등 우크라이나군의 전황도 악화하고 있다. 기차와 도로가 교차하는 포크로우스크를 만일 뺏기게 되면 우크라이나는 보급선에 타격을 입게 된다. 인근에는 철강 생산에 필요한 코크스를 채굴하는 광산도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 본토를 노린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진격 작전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동부와 남부에 걸친 전선에서 정예 병력을 빼내 러시아 서남부 방면(우크라이나 동북부 방면)의 쿠르스크주로 진격했다. 러시아군의 병력 분산을 노린 전략으로 추정되나, 러시아군은 오히려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 정예 병력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반격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은 방어 전선이 뚫려 거듭 후퇴 중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장의 시간은 우크라이나 편이 아니다. 마이클 코프만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선임 연구원 등은 포린어페어에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쿠르스크주의 울창한 수풀을 이용해 병력을 은폐 중이지만, 겨울이 오고 나뭇잎이 지면 러시아군이 쿠르스크주 방면에서 반격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박현준 기자 park.hyeon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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