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면 시체가" 부산뿐 아니라 전국 곳곳 '형제복지원'
[박수림, 소중한 기자]
▲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9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중구 대회의실에서 '성인부랑인수용시설 인권침해 사건'의 진실규명 결정 관련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피해자 이영철(가명)씨도 참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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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도 모른 채 1973~1998년까지 5개 부랑인강제수용시설에 감금됐던 이영철(66, 가명)씨는 그곳에서의 기억을 이같이 떠올렸다. 수많은 카메라 앞에 앉은 그는 미리 준비한 발언문의 글자들을 천천히, 힘주어 읽었다.
제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김광동, 진실화해위)는 9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6일 열린 제86차 위원회에서 '성인부랑인수용시설에서 인권침해 사건(신청인 13명)'을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판단하고 진실규명 결정했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가 이같은 결정을 한 수용시설은 서울시립갱생원, 대구시립희망원, 충남 천성원(성지원·양지원), 경기 성혜원으로 네 곳이다.
▲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9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중구 대회의실에서 '성인부랑인수용시설 인권침해 사건'의 진실규명 결정 관련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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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그 후로도 서울시립아동상담소(1974년), 서울시립갱생원(1980년), 충남 성지원·양지원(1982년) 등 총 다섯 개 시설에 강제 입소 당해 살았다. 그는 "가장 오래 산 시설은 당시 연기군 전의면에 있던 양지원이고 16년간 있었다"면서 수용자들이 겪은 감금, 강제 노역, 서로를 향한 감시, 폭력, 죽음 등을 증언했다.
이씨는 1998년 시설에서 풀려났으나 계속 노숙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2016년도가 되어서야 서울시 임시주거비 지원제도를 통해 고시원에 들어갔고, 2022년에는 임대주택에도 선정됐다"며 "수용시설에 23년간 있었지만 나이만 먹게 했지 노숙을 벗어나게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구역에서 만났던 대구시청 직원이 희망원에 안 보내고, 대구 역전 파출소 경찰이 성지원에 안 보냈다면, 수용시설이 아니라 지금처럼 기초(생활)수급을 받게 하고,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가게 해줬다면 얼마나 좋았겠냐"고 되물었다.
▲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피해자 이영철(가명)씨가 자신을 담당한 박다영 조사관의 도움을 받아 발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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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자 규모는 서울시립갱생원 1900명, 대구시립희망원 1400명, 충남 천성원 1200명, 경기 성혜원 520명으로 추정된다(부산 형제복지원은 3100명).
진실화해위는 "부산 형제복지원은 1987년 인권침해 실상이 폭로되어 검찰 수사를 받는 과정이 있었지만, 4개소는 당시 어떠한 공적 조사도 받지 않은 채 부랑인 수용 업무를 계속했다"면서 "이번 조사 결과는 지난 37년간 은폐돼 온 전국 부랑인수용시설 인권침해의 실상을 최초로 종합적으로 규명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앞서 형제복지원 조사 과정에서는 확인하지 못했던 국가의 부랑인 단속 정책 및 시설 운영 지원 전반에 대한 책임을 규명하는 다수의 자료를 최초로 입수했다"며 "특히 충남 천성원이 1982~1991년 충남도청, 충남도경, 대전시, 연기군 등과 주고받은 공문서 및 수용자 신상기록 카드 등 3만여 쪽을 입수해 시설 인권침해의 국가 책임을 규명했다"고 설명했다.
▲ 하금철 조사관이 이 사건의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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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 외에도 도시 재건 사업 투입 목적의 '새서울건설단' 동원(서울시립갱생원), 규칙 위반자에 대한 '신규동' 독방 감금(대구시립희망원), 시설 간부 등의 구타로 인한 폭행치사 사건(충남 천성원 산하 양지원), 시설 사망자 시체의 해부 실습용 교부(충남 천성원 산하 성지원), 연고지와 무관한 '수용자 돌려막기' 목적의 강제 전원(경기 성혜원) 등을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상훈 상임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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