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여행? 불행한 여행 늘어난다

이재경 2024. 9. 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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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의 행복연구] 여행자 중심에서 주민이 행복한 관광으로 발상 전환해야

[이재경]

이번 여름 휴가철에 여행을 잘 다녀오셨는지요? 여행이 행복했는지 아니면 짜증스러웠는지 모르겠습니다. 각자의 경험에 따라 다르겠지만 여행과 관광이 행복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된 단어인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2019년에 발행한 <한국인의 행복과 삶의 질에 관한 종합연구>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 모두 행복을 떠올리는 단어로 여행을 지목하고 있으며 세대별 분석에서도 모든 세대가 행복과 여행을 연결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청년들은 여행을 통한 행복 실현을 매우 분명하게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최근 다시 기승을 부리는 코로나가 창궐하던 몇 년 전 우리는 매우 불행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그중에 하나가 바로 여행과 관광을 이전처럼 가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대안으로 캠핑과 등산이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제주살이 열풍이 불었습니다. 코로나가 사그라진 시점부터는 보복 관광이라는 단어가 등장할 정도로 억눌렸던 여행과 관광에 대한 욕구를 분출하는 중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관광과 행복이 연결되는 것일까요?
 남성과 여성 모두 행복을 떠올리는 단어로 여행을 지목하고 있으며 세대별 분석에서도 모든 세대가 행복과 여행을 연결하고, 특히 청년들은 여행을 통한 행복 실현을 매우 분명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 Unsplash / Mantas Hestha
UN의 세계행복보고서는 행복의 여섯 가지 요소로 1인당GDP, 사회적 지원, 건강기대수명, 자기 삶을 선택할 자유, 관대함, 부패 인식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이중에서 자기 삶을 선택할 자유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이 관광입니다. 우리는 대부분 일상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자유를 포기하고 있는데 적어도 여행 기간만큼은 일과 학업, 가정 등의 부담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믿음 때문에 여행을 준비하면서 행복하고 여행이 끝나갈수록 불행해집니다. 한국인의 여행과 관광에 대한 뜨거운(?) 사랑은 아마 현실의 부자유, 불행을 방증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불행한 관광?

그런데 관광이 무조건 행복한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관광의 폭발적 증가와 맞물려 국내외에서 오버투어리즘에 따른 지역 주민과 관광객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고 투어리스티피케이션(관광을 통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발생하여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이 빈번히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주로 관광지의 주민들이 경험하는 불행이라면 관광객 역시도 불행감을 드러내는 모습들이 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관광지에 가서 바가지를 쓰거나 불친절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입었거나 쾌적하지 못한 시설과 인프라 등으로 인해 불편을 경험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관광객 간에도 혼잡, 대기시간 증가, 얌체족의 증가 등으로 인해 서로 다투거나 갈등하는 경우가 흔하게 발생합니다. 즉, 사람들의 머리에서는 관광이 행복과 동의어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하거나 심지어 반대인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까지 국가와 지방정부는 이러한 현상을 방치하거나 알고도 지역 발전,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의 이유로 외면해 왔습니다. 이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부터 필요합니다. 관광산업이 발전하고 관광객이 늘어나면 정말 지역이 발전할까요? 관련 일자리가 늘어나고 경제가 활성화될까요?
 관광객들의 소비가 지역의 총생산을 늘리고 고용을 늘리고 신규 투자를 유발한다는 화려한 숫자의 이면에는 폐기물의 증가, 환경 파괴, 지역 주민의 삶의 질 악화와 같은 부정적 요소가 넘쳐납니다.
ⓒ Unsplash / Jon Tyson
그런데 막상 관련 연구를 살펴보면, 관광 분야 일자리가 저임금의 단기, 비정규직 일자리에 집중되어 있고 노동 시간이 다른 분야보다 상대적으로 길고 불규칙한 교대근무, 높은 노동강도, 감정노동 등으로 인해 노동자들의 워라밸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장선상에서 관광이 지역을 발전시키는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합니다. 관광객들의 소비가 지역의 총생산을 늘리고 고용을 늘리고 신규 투자를 유발한다는 화려한 숫자의 이면에는 폐기물의 증가(제주도의 1인당 폐기물 배출량이 가장 많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환경 파괴, 지역 주민 삶의 질 악화와 같은 부정적 요소가 넘쳐납니다. 관광산업을 통해 증가된 부가 대다수 지역 주민과 지역 경제로 환원되지 못하고 일부 기업, 소수의 건물주 등 자산가들에게 독식되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런 배경에서 최근 들어 공공차원에서 관광 관련 지표에 주민행복도를 포함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고 미약한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이러한 시도의 접근 방식 자체가 관광산업의 활성화 및 관광객의 증가를 전제로 주민의 행복도를 부가적으로 고려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계가 분명합니다.

주민이 행복한 관광으로 새판짜기

공무원이 행복해야 주민이 행복하다는 말처럼 주민이 행복해야 관광객이 행복할 수 있습니다. 즉, 지역 관광 정책은 이제 관광객을 늘리고 그들의 소비를 늘리는 접근에서 지역 주민의 생각과 행복을 최우선에 두는 식으로 변해야 합니다. 당연히 관광 정책에 대한 주민 참여가 필수적입니다. 주민들이 이용할 만한 작은 공원 하나 없고 안전 시설이 미비한 곳에서 곳에서 관광객 유치를 위해 벽화를 그리고 새로운 관광지원센터나 번쩍거리는 집객 시설을 건립하는 것은 기만적입니다.

2023년 9월 한국일보는 "사라진 마을 : 오버투어리즘의 습격"이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관광이 마을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관련하여 해당 마을이 있는 지자체의 여가만족도와 삶의 만족도 데이터를 살펴보니 상당수가 전국 평균보다 낮은 것으로 확인됩니다. 즉, 이미 열악한 지역에서 관광은 지역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역을 망가트릴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관광 정책도 행복을 기준으로 재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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