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프레시백 압박에, 남편 쓰러진 줄도 몰랐습니다"

김성욱 2024. 9. 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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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8일 새벽 남편 고 김명규(48)씨와 함께 쿠팡CLS 시흥2캠프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던 중 남편을 잃은 우다경(52)씨의 말이다.

당시 우씨는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오는 식품 배달용 보냉가방(쿠팡 프레시백)을 접는 일을 하고 있었고, 남편 김씨는 그렇게 쌓인 가방들을 운반하는 일을 하다 쓰러진 뒤 그대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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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고 김명규씨 아내 "사측 사과 없어"... 유가족들, 국회에 청문회 개최 촉구

[김성욱, 이정민 기자]

▲ "쿠팡 청문회 실시하고 진상규명 하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주최로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쿠팡 청문회 개최 촉구 기자회견'에서 시흥2캠프에서 일하다 쓰러진 고 김명규씨의 유족인 부인 우다경씨가 당시의 상황을 증언하고 있다.
ⓒ 이정민
"새벽 2시 넘어서 한 여자분이 '사람이 쓰러졌어요' 하고 소리를 지르는데, 저는 그 가방(쿠팡 프레시백) 밀려오는 압박감 때문에, 그리고 보통 평상시에 '사람이 쓰러졌다'는 소리를 너무 자주 들어서, 그냥 또 쓰러졌나 보다 했어요. 그런데 또 다른 사람이 소리를 지르더라고요. 그제서야 가보니까 저희 남편이더라고요…"

지난 8월 18일 새벽 남편 고 김명규(48)씨와 함께 쿠팡CLS 시흥2캠프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던 중 남편을 잃은 우다경(52)씨의 말이다. 당시 우씨는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오는 식품 배달용 보냉가방(쿠팡 프레시백)을 접는 일을 하고 있었고, 남편 김씨는 그렇게 쌓인 가방들을 운반하는 일을 하다 쓰러진 뒤 그대로 사망했다. 남편이 쓰러진 지점은 우씨가 일하던 곳에서 불과 3~4미터 거리였다. 부부는 밤 12시에 일을 시작해 아침 9시에 업무가 끝나는 야간근무 중이었다.

우씨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쿠팡에서는 본인들 잘못이 아니라는 식으로, 남편이 (시흥2캠프에서) 이틀 밖에 일을 하지 않았고 (그날) 두 시간밖에 일을 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말을 하면서,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열악한 환경 속에 에어컨도 없이 일을 시킨 게 잘못이 아니면 무엇이 잘못이냐"고 했다. 숨진 김씨는 8월부터 쿠팡에서 일용직으로 총 3일간 일했고, 해당 시흥 작업장에선 이틀째 근무하던 날이었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와 유가족들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의 합동 청문회 개최를 요구했다. 김씨뿐만 아니라 최근 쿠팡에서 일하다 죽는 일이 계속되는데도 이렇다 할 변화가 없어 정치권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5월 28일에는 경기 남양주 지역에서 쿠팡 새벽배송 일을 하던 고 정슬기(41)씨가 사망했다. 정씨가 죽은 뒤 과거 쿠팡CLS 측에 "개처럼 뛰고 있긴 해요"라는 카톡을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분이 일었다. 7월 18일에는 제주도 쿠팡CLS에서 일하던 노동자 1명이 쓰러져 사망했다. 8월 1일에는 충북 청주 지역 '로켓 설치' 대리점의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있었다. 8월 18일에는 고 김명규씨가 시흥에서 죽었고, 8월 26일에는 김씨와 같은 쿠팡CLS 시흥2캠프에서 분류 작업을 하던 50대 노동자가 쓰러져 의식 불명 상태에 빠졌다. 유가족들은 모두 쿠팡의 업무 과중 때문이라는 주장이지만, 쿠팡 측은 개인의 건강 문제를 들어 부인하고 있다.
▲ "쿠팡 청문회 실시하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주최로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쿠팡 청문회 개최 촉구 기자회견'에서 남양주2캠프에서 일했던 고 정슬기씨의 부친인 정금석씨가 유족발언을 하고 있다.
ⓒ 이정민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 정슬기씨의 아버지 정금석(69)씨는 "계속 되는 쿠팡 노동자의 죽음을 보며 다시 한번 좌절하고 분노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씨는 "21세기 선진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참사를 이대로 방치해야만 하는지요? 계속되는 노동자들의 죽음을 이대로 보고만 있어야 합니까"라며 "대한민국은 쿠팡에서 일어나고 있는 노동자들의 죽음을 규명하고 멈추게 할 수 없는, 소망이 없는 나라인가요?"라고 물었다.
대책위는 "비극에 공통으로 놓인 건 일하는 사람에 대한 일체의 고려 없이 오직 '배송 속도'만을 위해 설계된 쿠팡의 업무시스템, 편리하지만 사람 잡는 쿠팡의 로켓배송"이라고 했다. 노동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심야업무가 필수적인 '로켓배송' 시스템 자체에 대해 한국사회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 "쿠팡 청문회 실시하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주최로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쿠팡 청문회 개최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최근 쿠팡에서 연이어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며 국토위와 환노위 쿠팡 합동청문회 실시 및 진상 규명, 은폐된 쿠팡 산재사고 전수 조사 실시 등을 요구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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