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무주-경북 김천 경계에 5억 조형물? 이유 물어보니

무주신문 이진경 2024. 9. 9.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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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 경계 조형물 예정지에 무풍·무주군 경계 알림 표지목 있는데도... 중복·실효성 논란 예상

[무주신문 이진경]

 전북 무주와 경북 김천의 경계에 전북 무주군이 전라북도 도계 상징 조형물을 세울 계획이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사업 예정지는 전북 무주 라제통문로 1427번지(빨간 동그라미).
ⓒ 구글 지도 갈무리
최근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에 대형 태극기 게양대 설치를 추진하면서 논란이 된 가운데, 전북 무주에서도 유사 사례가 재현될 가능성이 있어 우려하는 분위기다. 전북특별자치도 무주군 무풍면과 경상도 김천시 경계인 금평리 대덕재 정상 일원에 무주군이 5억 원을 들여 '도 경계 상징 조형물 조성'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전북 무주군은 최근 '전북특별자치도 무주-김천 도계 상징조형물 디자인 및 제작·설치 사업 추진 계획'을 세웠다. 조형물 조성 계획은 올해 1월 전라북도가 전북특별자치도로 전환되면서 도 경계 지역의 홍보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추진됐다.

'대덕재 정상 일원은 경북 김천시와도 경계 지역이지만, 도계 상징 조형물이 없는 상황으로 창의성과 예술성을 가미한 도계 상징 조형물은 설치해 무주의 청정 이미지를 부각할 필요가 있다'는 게 무주군이 말하는 추진 배경이다. 군이 계획한 사업 기간은 올해 9월부터 내년 11월까지, 추산한 총사업비만 도비 4억400만 원과 군비 1억 원을 포함해 5억400만 원이다.

해당 사업은 전북특별자치도의 관련 공모사업에 무주군이 신청, 선정되면서 추진됐다. 물론 전라북도 경계 상징 조형물인 만큼 군비보다는 도비가 4배 가까이 매칭되는 사업이라고 해도 최근 지자체마다 조형물 설치의 당위성과 예산 낭비 논란이 끊이질 않는 가운데, 투입 예산 대비 얼마만큼의 큰 홍보 효과를 불러올지, 관리 운영은 제대로 이뤄질지 등 여러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추진 계획서를 보면, 무주군은 이달 중 해당 조형물 디자인 개발 및 실시설계를 비롯해 설치·제작을 맡을 제한경쟁 입찰 공고를 내고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또, 신청 업체를 대상으로 현장 설명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제안서 접수 기간은 10월 중으로, 심사평가위원회를 통해 최종 업체가 선정되면 11월 협상 및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조형물 전성시대, 무주군까지 가세할 필요 있나?... 현장 가보니 표지목 '버젓이'
 지난 6일 전북도계 상징조형물이 세워질 사업 예정 대상지인 전북 무주 대덕재 정상(라제통문로 1427번지) 일원. 이곳에는 이미 십승지 무풍을 알리는 대형 표지목과 무주군 안내 표지목이 버젓이 세워져 있었다.
ⓒ 무주신문
지난 6일 도계 상징조형물이 세워질 사업 예정 대상지인 대덕재 정상(라제통문로 1427번지) 일원. 이곳에는 이미 십승지 무풍을 알리는 대형 표지목과 그 옆에는 "생명 존중의 땅, 무주군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안내 표지목이 버젓이 세워져 있었다.
또한 이들 표지목 옆에는 산림청에서 세운, 무주·김천 경계와 위도 및 경도, '백두대간 덕산재' 문구가 적힌 큰 표지석도 보였다. 뿐만 아니라 도로변에는 무주군 관광안내도를 비롯해 '자연이 살아 숨 쉬는 무주에서 休(휴)'가 적힌 도로 안내판과 무주군 상징 캐릭터인 '또리' 조형물도 보였다. 또리 옆에 있어야 할 '아로' 조형물은 언제 파손됐는지, 자리만 뻥 뚫려있고 보이지 않았다.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상황.
 전북 무주 라제통문로 1427번지 일원. 무주군 상징 캐릭터인 '또리' 조형물이 보이는데 또리 옆에 있어야 할 '아로' 조형물은 사라져 있다(노란색 동그라미 안).
ⓒ 무주신문
더욱이, 이 일대 부지는 예전 무풍 김천을 오가던 관광객들이 잠시 차를 멈추고 휴식을 취하는 곳으로 이용돼 왔지만 현재는 그러한 모습은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개인이 운영하던 건물은 노후화된 채 문이 굳게 닫혀 있었고, 일대에는 무성하게 자란 잡풀들로 뒤덮여 있었다. 이 부지는 현재 무주군이 토지주에게 사용 승낙을 받아 이용하고 있다.

앞서, <무주신문>은 지난 7월 무주군의 관리 대상으로 지정된 공공조형물 18개의 실태를 점검, 큰 예산을 들여 설치해 놓고 관리 주체도 불분명한 채 방치돼 노후화되고 있는 문제를 보도한 바 있다. 또한, 무주군은 2019년 향로산 정상에 72억 원을 들여 태권브이랜드 조형물을 세우려다 언론의 뭇매와 반대 여론에 부딪혀 전면 재검토, 사업 예정부지를 옮겼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무주군은 기존에 공공조형물에 대한 관리 대책을 세우기보다 큰 예산을 들여 또 하나의 새로운 지역 상징조형물을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니, 부정적 여론이 이는건 당연지사. 면밀한 검토 없이 '일단 추진하고 보자, 예산을 받고 보자' 식의 성급한 조성 계획이 아니었는지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종의 관문 설치 목적의 이번 상징조형물 설치는 중복 사업으로 막대한 예산 낭비일 뿐 아니라 그저 보여주기식 전시성 사업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부에선, 막대한 예산 소요 대비 공공성과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사전 공청회 또는 시민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전북 무주와 경북 김천 경계와 위도 및 경도, '백두대간 덕산재' 문구가 적힌 큰 표지석.
ⓒ 무주신문
무주군 "경북 김천은 도계 상징물 잘 조성돼 있는데..."

2019년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전국에 건립된 공공조형물은 6287점. 추정금액만 약 1조254억원 규모다. 당시, 권익위는 지자체별로 무문별한 공공조형물 건립이 되풀이되는 실태를 문제 삼고 동시에 기본적인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거나 기본적인 관리 규정조차 마련하지 않은 지자체가 상당수 존재한다고 지적하기도 했었다.

이에 대해, 무주군 문화정책팀 관계자는 "부평마을 주민들의 건의도 있었고 또 정상에서 800m가량 떨어져 있는 김천시덕산재근린공원에는 도계 상징물이 공원 안에 잘 조성돼 있는 반면 우리 쪽에는 무주군 상징조형물만 있지, 도계 상징물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북특별자치도 승격을 기념하는 동시에 기존 무주군 상징물은 다른 곳으로 옮기되, 깔끔하게 도계 상징을 표현할 수 있는 상징물을 만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단, 이 일대를 깔끔하게 공원화하기 위한 사업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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