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생명으로 다시 태어난 스물셋 딸…눈물 짓던 엄마도 새 삶 얻었다
“딸이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가서 숨 쉰다고 생각을 하고 그런 마음으로 (장기 기증 선택을) 했어요”
10년 전, 사고로 딸 유아라(당시 23세) 씨를 떠나보낸 박정순(55) 씨가 딸의 ‘장기 기증’을 선택하던 순간을 회상한 말이다. 박 씨는 “막내딸은 ‘언니 몸을 왜 엄마가 마음대로 하냐’면서 반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씨는 어렵게 딸의 장기 기증을 선택했다. 딸이 생명을 나눠주면 또 다른 생명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라 씨는 또 다른 다섯 생명으로 태어났다. 당시 엄마를 말렸던 막내는 “언니의 사고가 슬프고 싫어서 그랬다”면서 “엄마 그래도 잘했어”라고 이야기한다고 한다.
딸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게 쉽지는 않았다. 박 씨는 “자식이 갔다는 걸 인정하기까지 5년이 넘게 걸렸다”고 말했다. 이 시간 동안 세상을 떠난 딸에게 전화를 걸었고, 하염없이 문을 보면서 기다리기도 했다. 남몰래 눈물 흘리는 날이 많았다. 박 씨는 “미안해서 잠을 잘 수도 없다”면서 “잠 자는 시간을 줄여가면서 봉사 활동을 미친 듯이 했다”고 말했다.
엄마도 새 삶을 얻었다. 성악을 전공하는 대학생이었던 딸 대신 노래를 부르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딸이 세상을 떠난 2014년 기증자 유가족·이식수혜자가 모인 ‘생명의 소리 합창단’에 가입해 10년 동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박 씨는 “합창단에서 이식 수혜자들을 보면서 감사하고, 또 딸이 어디선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박씨는 먼저 겪어본 두려운 시간을 기증 유가족들과 함께 나누는 ‘멘토’ 역할도 하고 있다. 기증자 가족이 된 이들과 함께 차를 마시고 서로 아픔을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박 씨는 “기증자 가족들은 처음에 두렵다”면서 “자연스럽게 겪어온 과정을 공유하고 감정을 나눌 수 있어서 서로 위로를 받는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9일) ‘장기 기증의 날’을 맞아 제7회 생명 나눔 주간 기념식을 개최하고 박 씨를 포함해 유공자 38명과 기관 2곳에 장관 표창을 수여했다. 9월 9일이 한 명의 장기 기증으로 아홉 명을 구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복지부는 장기·인체조직 기증자의 이웃사랑과 희생정신을 기리고 생명 나눔 문화를 확산하고자 매년 9월 두 번째 월요일부터 일주일을 생명 나눔 주간으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기관 부문 수상기관인 충청남도 아산시보건소는 보건지소를 거점으로 열린 상담실을 운영하는 등 장기기증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기증자 예우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성과를 높이 평가받았다.
박 씨는 “기증자 추모공원이 설립됐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추모공원이 설립되면 장기기증에 인식이 바뀔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망 때문이다. 박 씨는 “아직 장기 기증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이지 만은 않은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딸이 새 생명을 나눠주고 가서 감사하면서 살아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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