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연 25%지연”...정부, 제주 제2공항 기본 고시에 찬반 엇갈려

최충일 2024. 9. 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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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공항 포화 직전 “더 미룰 수 없는 과제”


국토교통부가 지난 6일 기본계획을 고시함에 따라 제주 제2공항 건설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이번 고시는 2015년 11월 서귀포시 성산읍으로 입지가 결정된 지 8년 10개월 만이다. 기본 계획 고시는 정부가 제주 제2공항 건설 방침을 확정하고 대외적으로 공표함을 의미한다.
제주 제2공항 예상도. 사진 국토교통부

길이 3200m 활주로, 항공기 28대 계류장 계획


이날 정부가 발표한 기본계획에 따르면 제주제2공항은 1단계 5조 4532억원, 2단계 1조 4000억여원을 들여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 550만6201㎡에 만든다. 길이 3200m, 폭 45m 활주로 1본과 항공기 28대를 수용 가능한 계류장이 들어선다. 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2055년 기준 제주지역 연간 항공 여객 4108만명 중 1992만명(48.5%)을 제2공항에서 수용하고, 연간 화물 12만t을 처리한다. 국내선 혹은 국제선 전용으로 운영할지, 국제선·국내선을 모두 운영할지는 도민과 관광업계 등과 협의해 결정될 전망이다.

정부는 그동안 “제주 제2공항 건설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했다. 가장 큰 요인은 제주공항이 이미 포화상태이기 때문이다. 제주국제공항 연간 이용객은 2019년 3131만6394명에 이르렀다. 제주국제공항의 연간 수용 능력은 최대 3175만명 수준이다. 지난해에도 2909만6271명이 제주공항을 통해 오갔다. 국토교통부는 2055년이면 이용객이 4108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제주~김포 노선 세계서 가장 붐벼


제주 제2공항 예상도. 사진 국토교통부
제주~김포 노선은 전 세계에서 가장 붐빈다. 지난해 12월 영국 항공 운항 정보 업체 OAG가 분석한 전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국내선 노선은 제주~김포로, 연간 1300만명이 이용했다. 최대 혼잡 시간대 제주공항에서는 1분 43초마다 비행기 뜨고 내린다. 성수기와 비수기가 사라진 제주 관광은 연중 이용객 몰리면서 항공기 지연, 승객 대기 현상이 일상화했다. 지난해 제주공항은 전체 운항 횟수 16만3215건 중 24.7%(4만427편)가 지연했다.

제주공항에 보조 활주로(1900m)가 있지만, 연간 이용률이 1% 수준이다. 본 활주로(3180m)와 교차하는 모양이고, 대형 항공기가 이용하기엔 길이가 짧아서다. 업계에 따르면 항공기가 안전하게 이·착륙하려면 2500m이상의 활주로 필요하다.

제2공항 추진에 제주도 의지도 크게 작용했다. 제주도는 그간 국토교통부에 “증가하는 항공 수요와 항공 안전 확보를 위해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며 기본계획 고시를 촉구해왔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지난 4월 국토부 장관, 6월 정무수석과 면담, 7월 윤석열 대통령 주재 중앙지방협력회의 등을 통해 기본계획 고시를 요청해왔다. 제주도는 기본 계획이 고시되자 "환영한다"며 "후속 절차를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도 “착공 전 5년, 착공 후 5년 이상 걸려”


제주 제2공항 2단계사업 조감도. 사진 국토교통부
하지만 제2공항 개항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제주도는 “정상 개항까지는 착공 전 5년, 착공 후 5년 등 최소 10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주도에 따르면 기본계획 후속 절차인 환경영향평가에 1년 10개월, 기본과 실시설계 용역에 2~3년, 토지·시설물 보상에 1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봤다. 국토부는 제주특별법에 따라 실시설계 과정에서 제주도 환경영향평가 심의와 제주도의회 동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항공수요 예측 적정성, 조류충돌 위험성, 동식물 서식 지역과 숨골 보전, 부지 내 용암동굴 분포 가능성 등이 중점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숨골은 화산활동 시 마그마와 함께 분출물이 지표상으로 분출한 통로를 말한다.

찬성 측 “이착륙 지연 빈번, 안전문제 대두”


제주도관광협회가 9일 오후 2시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제주 제2공항 건설과 관련해 환영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충일 기자
지역 사회 의견도 엇갈린다. 제주제2공항 찬성 측인 제주관광협회는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공항 이용객 수가 급증하면서 이착륙이 자주 지연돼 이용객이 불편을 겪고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며 “제2공항 건설과 운영과정에서 일자리도 3만 8000개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주 제2공항성산읍추진위원회도 “정부는 이미 포화상태인 제주공항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증가하는 항공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제주 제2공항을 조속히 건설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대 측 “전략환경영향평가 의혹 해소 못 해”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가 지난 5일 오후 2시제주도청 앞에서 제주 제2공항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충일 기자
반면 반대 목소리도 만만찮다. 제주지역 10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도민회의)는 지난 5일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민 의사를 무시하고 고시를 강행한 윤석열 정부와 국토부를 강력히 규탄하고, 도민 이름으로 고시는 무효임을 선언한다”고 했다. 도민회의 측은 또 “제2공항 기본계획은 고시 전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통해 검토돼야 하는 입지 타당성에 대한 의문과 의혹도 해소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도민회의 측은 주민 투표로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류 등 생태 환경 파괴와 난개발 논란도 여전하다. 이에 국토부는 제2공항을 ‘친환경 공항’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객터미널 에너지 소비량의 60∼80%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생물 대체 서식지 조성을 위한 친환경 사업도 할 계획이다.

제주국제공항 출발장이 제주를 떠나려는 귀경객과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다. 뉴스1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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