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불륜설' 中 친강 전 외교부장, 출판사 직원으로 좌천"

신경진 2024. 9. 9. 14:5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5일 오전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 차관과 만난 친강 외교부장. 친 전 부장은 이날 이후 공개석상에 다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6월 말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친강(秦剛·58) 중국 전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외교부 산하의 한 출판사의 한직으로 좌천당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친 전 부장이 중국 외교부 산하의 '세계지식출판사'의 하위 직책을 맡게 됐다고 두 명의 전직 미국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익명의 관리는 친 전 부장이 “신임을 잃었지만 곤경에서는 벗어났다”며 “감옥에 가지 않겠지만, 경력도 끝이 났다”고 전했다. 매체는 그가 서류상 출판사에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실제 출근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의 상징으로 통했던 친강은 외교부장 취임 첫날부터 상급자인 왕이(王毅·71) 중앙외사위원회 판공실 주임의 부하가 아닌 시진핑(習近平·71) 국가주석의 외교정책을 집행하는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WP는 지난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직후 중국이 대만 상공을 가로질러 미사일을 발사하자 백악관이 친강 당시 주미대사를 초치했을 때의 상황을 전했다. 친강은 “(대만해협) 중간선을 지우겠다”고 위협하자 미국이 발언의 진위를 놓고 확인하는 등 소란이 벌어졌다.

푸샤오톈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친강 인터뷰 사진. 불륜설 확산의 계기가 됐다. [웨이보 캡처]

WP는 친강의 해임 이유로 홍콩의 TV 앵커 푸샤오톈(傅曉田·41)과의 불륜설을 들었다. 그가 공개석상에서 사라진 뒤 그가 푸와 내연 관계였으며 미국에서 혼외자를 출산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WP는 푸가 외국 정보기관에 비밀을 넘겼다는 소문이 있으나 입증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친강이 세계지식출판사에 좌천된 첫 번째 외교부 고위관리는 아니다. 지난 2005년 선궈팡(沈國放·72)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가 갑자기 경질당하면서 세계지식출판사의 편집인으로 자리를 옮긴 선례가 있다. 1994년부터 98년까지 대변인을 역임한 선궈팡의 급작스러운 좌천 이유로 홍콩 여기자와 불륜에 관한 소문이 돌았다. 선궈팡이 좌천당할 당시 외교부 대변인이었던 친강은 기자들의 관련 질의에 “일상적인 일”이라고 답변했다.

친강은 영원히 공개 활동을 할 수 없을 것이란 발언도 나왔다. 지난달 9일 알자지라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한 덩샤오핑의 통역 출신 가오즈카이(高志凯) 중국 세계화싱크탱크(CCG) 부주임은 “그(친강)는 중국 어딘가에 있다”며 “당신은 결코 그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도심 간몐후퉁에 위치한 중국 외교부 산하 세계지식출판사 직영 서점. 신경진 기자


친강은 지난해 6월 25일 베이징에서 베트남·스리랑카 외교부장과의 회담을 마지막으로 공개 석상에서 사라졌다. 그가 사라진 지 한 달 뒤인 7월 2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아무런 설명 없이 그의 외교부장 직무를 면직했다.

지난해 11월 24일에는 국무위원 직에서도 해임했으며, 올해 양회를 앞둔 2월 27일 톈진시 전인대 대표직에서 사직 처분을 받았다. 지난 7월 18일 폐막한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는 “친강 동지의 사직 신청을 받아들여, 친강 동지의 중앙위원회 위원 직무를 면직한다”며 ‘동지’로 호명하며 그의 연착륙을 예고했다.

한편 친강과 달리 3중전회에서 당적 박탈처분을 받은 리상푸(李尙福·66) 전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의 처벌 소식은 지금까지 전해지지 않고 있다. 리 전 부장은 지난 6월 정치국회의에서 “당성 원칙을 상실했다”며 당적과 상장(대장) 계급을 모두 박탈당한 뒤 군 검찰로 이송됐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