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일 하는데..." 보증수리 카센터 업주들이 문제제기 하는 이유
[권성훈 기자]
십여 년 전, 필자는 구형 SUV의 엔진오일 교환과 점검을 위해 동네 카센터를 방문했던 적이 있다. 점검을 마친 카센터는 고압 펌프의 누유를 지적했고 유상 수리 시 적잖은 수리비가 예상된다며 긴장감을 주었다. 다행히 제조사에서 비공식이지만 무상수리가 진행 중이라며 보증수리 카센터 방문을 권유 받았다.
서둘러 방문한 보증수리 카센터의 분위기는 썩 우호적이지 않았다. 당시는 기계를 다루는 기술업종 특유의 무뚝뚝함이라고만 여겼을 뿐, 여기에 다른 속사정이 있다는 사실은 몰랐다. 이처럼, 카센터는 우리 생활에 매우 밀접하고 익숙하지만, 그만큼 오해와 편견도 크다.
오늘 기사는 바로 그 카센터, 구체적으로 자동차 제조사와 계약으로 보증수리를 대행하는 보증수리 카센터의 '공임'에 관한 이야기다.
공임이란
먼저 '공임'이 무엇일까? 공임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직공들이 품을 판 대가'이다. 즉, 자동차의 수리 또는 정비 작업에 투입된 기술자의 인건비를 '공임'이라고 한다. 최근 아예 이 단어를 넣은 '공임**'이라는 자동차 정비 체인점까지 생겼다.
이 공임은 그 수리 비용 부담의 주체에 따라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 자동차 소유주가 직접 수리비를 부담하는 '유상수리' 공임, 품질 보증 기간 내에 발생한 하자 수리 경우 제조사가 비용을 부담하는 '보증수리' 공임, 그리고 자동차 사고 시 보험사가 수리 비용을 부담하는 '보험수리' 공임이 있다.
우선, '공임'의 수준은 우리 사회의 다른 비용처럼 시장 논리에 따라 관련 업계의 보이지 않는 합의로 결정된다.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유상 수리에는 이 논리가 적용된다. 그런데 보증수리, 보험수리는 그렇지 않다. 이 경우 공임은 수리를 위탁하는 주체가 우월적 지위인 이른바 '갑'의 위치에 있다 보니, 공임 결정은 시장이 아닌 '갑'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보험수리는 또 결이 다르다).
▲ 2024년 모 자동차 제조사 보증공임 '협력점'은 보증수리 카센터다. 같은 작업에 협력점은, 시중가(유상수리)는 물론 직영점 수리의 공임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공임을 적용받는다. |
ⓒ 수리용역수탁사업자협의회 |
표에 명확하게 나와 있듯, 보증수리 카센터는, 제조사의 직영점에 비해 훨씬 낮은 공임을 받고 있었다.
이에 대해 자동차 5개사 정비사업자(카센터) 연합회 대표를 맡아 업계의 의견을 대변하고 있는 김운영 사장은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예를 들어 '프론트 브레이크 디스크 양쪽 교환'이라는 동일 작업에 본사가 자사 직영점은 보증수리 공임으로 10만2600원이 책정했지만, 우리 같은 보증수리 카센터에는 4만2569원으로 책정했습니다. 이를 시중 가격인 '유상수리 공임' 11만4000원과 비교해 보면 직영점 공임은 큰 차이가 없지만, 제휴 카센터는 시중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금액을 본사로부터 받는 셈입니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이란 노동계의 대원칙까지 논하지 않더라도 이건 형평성에 어긋나는 겁니다."
김운영씨는 이러한 불공평한 거래 관계에 대해 제조사 측에 항의했지만, 돌아온 답은 '직영점은 내부 거래로 인한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내용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운영씨는 '제조사가 공임 산정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드물게 열리는 공론의 장에서도 협상의 여지를 보이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여기서 혹자는 '손해 보는 사업을 왜 해?'라는 의문이 따를 것이다. 필자 또한 제삼자로서 이런 의문이 들었다. 카센터 업주들은 그 이유를 아래와 같이 밝혔다.
"보증수리를 받은 고객 상당수는 보증 기간이 끝난 후에도 우리 고객으로 유입됩니다. 바로 이 부분 때문에 보증수리 카센터들이 보증수리 공임 희생을 감수하는 거죠. 그런데 이게 임계점에 달했어요. 물가와 인건비가 가파르게 지속 상승했지만, 보증공임의 현실화는 거의 요지부동이었으니까요."
결국, 이 때문에 보증수리 카센터들이 '보증수리'를 기피하게 되어, 소비자가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동차 산업의 원조국이며 우리 사회가 언제나 '롤모델'로 참고하는 미국 내 관련 업계 상황은 어떠할지 비교해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 새로운 보증수리 환급법 보증수리 카센터의 권익을 강화한 개정 법안, 갈무리된 내용을 보면 '공정하고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도록 그동안 법안이 부품, 시간 수당, 인건비에 느슨하게 정의된 부분을 강화, 시중가 이상으로 제조사가 보증수리 카센터에 소요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
ⓒ 일리노이 주 |
▲ 미국 일리노이 주에서 개정 발의된 '보증수리 카센터'에 대한 법안 새로 보완된 '보증공임'은 작업 시간은 물론, 진단 시간, 본사 기술지원 센터와 협의 시간도 노동 시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되어 있다. |
ⓒ 일리노이 주 |
작업 표준 시간은 제조사와 카센터 간 상호 합의를 전제로 하나, 만약 합의되지 못한다면, 본사가 제시한 시간에 1.5배 시간을 적용하며, 카센터의 본사 기술지원 센터와의 통화 시간과 '진단시간' 또한 작업 시간에 포함 시켜야 한다고 정의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보증수리용으로 공급하는 부품에 대해서도 카센터의 이익을 보장하도록 한 것은 물론, 주목할 만한 점은, '일부 주'에 한정되긴 하지만, 그동안 무상으로 공급되던 부품(리콜, 판매중단 등)에 대해서도 카센터의 소매 이윤을 반영, 그들의 이익을 보장하도록 법으로 규정했다는 사실이다.
여전히 뒤전에 밀린 중소상공인 권익
이처럼 미국은 중소상공인의 권익 보호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우리나라 상황은 정반대였다. 이어진 인터뷰에서 김운영 대표는 자동차 제조사의 불공정한 공임 지급 체계 또한 보증수리 카센터 업계의 주요 불만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보증수리 카센터들은 매년 제조사의 평가를 받아 등급이 매겨지며, 이 등급에 따라 보증수리 공임이 차등 지급된다고 한다. 문제는 이미 비현실적인 보증공임을 등급별로 나누어 지급하다 보니, 해당 보증수리 카센터의 상당수가 본사가 정한 기준 보증공임에도 못 미치는 금액을 받는 게 현실이라고 한다.
그는 인터뷰에서 똑같은 작업으로 목적한 결과(수리, 점검, 교환 등)를 달성했음에도 비용 차등은 형평성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제휴 카센터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보증수리 카센터들은 정부와 국회의 개입을 요청했다.
"현재 제조사들이 공개 거부하는 '공임 산정 자료'는 국회에서 요청하면 확보할 수 있습니다."
보증수리 카센터 업주들은 이 문제가 단순히 자동차 제조사 간의 갈등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이를 중소상공인과 대기업 간 거래의 불공정 관행으로 보며, 사회적 담론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이 선진국 반열에 오른 지금, 모순되게도 중소상공인들의 경제적 위기는 그 어느 때 보다 심각하다. 따라서 더는 '기업 성장'이라는 명목 하에 이들의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정부와 국회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