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클' 소프라노, 무대 매너는 '아마추어'
커튼콜 관객 야유에 그대로 돌아서 퇴장…세종문화회관 "사과 요청"
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오페라 ‘토스카’ 공연 중 주인공 ‘토스카’ 역을 맡은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59)가 마지막 커튼콜 무대에 오르지 않았다. 게오르규는 마지막 3막 공연 중 카바라도시 역의 테너 김재형이 유명한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을 앙코르로 두 번 부르자 이에 불만을 표하며 공연 중 난입했고, 공연이 끝난 후 관객과 인사도 거부하면서 세계적 소프라노라는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행실을 보여줬다.
세종문화회관 산하 단체 서울시오페라단은 이탈리아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의 서거 100주년을 기념해 지난 5일부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푸치니의 대표작 중 하나인 ‘토스카’를 공연했다. 여주인공 토스카 역에 세계적 소프라노인 루마니아 출신의 게오르규를 초청했고 게오르규는 지난 5일과 이날 두 차례 무대에 올랐다.
시대를 풍미했던 소프라노지만 지난 5일 공연 뒤 아쉬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내년 60살이 되는 게오르규가 체력적으로 달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과거와 같은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 반면 토스카의 연인 ‘카바라도시’ 역의 테너 김재형에게는 호평이 쏟아졌다. 김재형에 대해서는 게오르규도 극찬했다. 게오르규는 공연을 앞두고 지난달 3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재형에 대해 "연습 중 너무나 환상적인 목소리를 들려줘 굉장히 놀랐다"고 말했다.
8일 공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김재형은 탄탄하면서도 힘이 넘치는 발성으로 관객을 매료시켰다. 1막 카바라도시 대표 아리아 ‘오묘한 조화’가 끝난 뒤 객석에서는 우레와 같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앙코르를 외치는 관객들도 많았다. 반면 2막에서 토스카의 대표 아리아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가 끝난 뒤에는 1막에서만큼 환호성이 크지 않았다. 앙코르를 요청하는 목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급기야 3막에서 사달이 났다. 3막에서 카바라도시가 부르는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은 토스카를 대표하는 아리아라고 할 수 있다. 김재형이 ‘별은 빛나건만’을 부른 뒤에는 1막에서보다 더 큰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지중배 지휘자는 한참 동안 객석의 환호가 잦아들기를 기다리다 결국 앙코르로 한 번 더 ‘별은 빛나건만’을 연주했다.
게오르규는 김재형이 두 번째 ‘별은 빛나건만’을 부르는 중 무대에 난입했다. 무대 오른편에서 등장한 게오르규는 두 팔을 들어 올리며 황당하다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한동안 무대 귀퉁이에서 서성이던 게오르규는 결국 무대 중앙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거듭해서 ‘익스큐즈 미(Excuse me)’라고 했고, 이어서 ‘이 공연은 독창회(리사이틀)가 아니다’라고 말한 뒤 무대 밖으로 사라졌다. 김재형이 ‘별은 빛나건만’을 두 번 부른 것에 불만을 나타낸 것. 게오르규가 퇴장한 직후 관객들은 웅성거렸다.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김재형의 앙코르가 끝난 뒤 게오르규는 무대에 등장해 공연을 무사히 마쳤다. 하지만 앙코르 무대에 오르지 않았다. 카바라도시 김재형이 커튼콜 무대에 오른 뒤 토스카 역의 게오르규가 마지막으로 올라야 했지만 한참 동안 게오르규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몇 분의 시간이 흐른 뒤 게오르규가 무대 왼편에서 등장했지만, 객석 일부에서 야유가 나왔고 게오르규는 그대로 돌아서 퇴장해버렸다.
결국 커튼콜은 게오르규 없이 마무리됐다.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은 게오르규의 태도를 비난하고 불만을 터뜨렸다. 게오르규가 한국 관객을 무시했다며 그가 공식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일부 관객들은 티켓 환불을 요구했다. 흔하지는 않지만 오페라 공연 중 성악가는 관객의 호응에 따라 종종 앙코르를 한다. 지난해 세종문화회관에서 오페라 ‘투란도트’ 공연 중에도 칼라프 왕자 역의 테너 이용훈이 유명 아리아 ‘아무도 잠들지 말라’를 두 번 불렀다.
지중배 지휘자는 공연이 끝난 뒤 지난 5일 공연 중에도 김재형의 아리아에 관객들의 앙코르 요청이 많았다며 당시에는 못했지만 마지막 공연인 이날도 요청이 있어 앙코르를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공연 관계자들은 자존심 강한 게오르규가 자신보다 테너 김재형이 더 주목받은 것에 불만을 가졌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게오르규는 2016년 비엔나 국립오페라 극장 토스카 공연에서도 사고를 쳤다. 당시 상대 역인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이 ‘별은 빛나건만’을 두 번 부르자 한참 동안 무대에 오르지 않아 관객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세종문화회관은 공연이 끝난 직후 입장문을 내고 "게오르규 측에 강력히 항의하고 한국 관객에 대한 사과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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