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테크나우]풍력발전기가 바다 위 '둥둥'…내달 24조원 시장 뜬다
산업부, 10월 국내 최초 부유식 해상풍력 입찰
부유체 띄워 해저 계류시스템으로 연결
먼 바다 넓은 해역 이용 이점…효율성도 높아
영국·노르웨이·일본 등 주요국 잇따라 도입
올해 10월 정부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부유식 해상풍력 입찰을 실시한다. 부유식 해상풍력시장은 예정된 정부 계획만 놓고 보더라도 향후 10여년간 약 24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유식 해상풍력 시장을 선점하려는 쟁탈전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울산에서 추진하고 있는 해울이(1.5기가와트·GW), 귀신고래(1.5GW), 케이에프윈드(1.125GW), 문무바람(1.125GW), 반딧불이(0.75GW) 등 5개 부유식 해상풍력 프로젝트 모두 최근 정부의 환경영향평가를 받았다.
환경영향평가는 해상풍력 발전단지 건설과 운영에 따른 잠재적인 환경 영향을 포괄적으로 평가하고 저감 계획을 수립해 정부로부터 승인받는 절차다. 환경부와 해양수산부의 협의를 거쳐 최종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을 받는다. 정부가 실시하는 해상풍력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산업부는 지난 8월 발표한 해상풍력 경쟁입찰 로드맵에서 올해 하반기 0.5~1.0GW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 입찰 물량을 공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낙찰자가 선정되면 국내에서 처음으로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자가 등장하는 셈이다.
정부는 2026년 상반기까지 총 3~4회의 부유식 해상풍력 입찰을 실시할 계획이다. 총 예상 발전 용량 규모는 2.5~3.0GW다. 부유식 해상풍력의 경우 고정식 해상풍력과 비교해 사업비가 많이 들어간다. 풍력 업계에서는 500메가와트(MW)당 4조원의 투자비를 예상한다. 3GW면 24조원의 시장이 형성되는 셈이다.
풍력발전기는 어떻게 바다에 떠 있나
풍력발전은 크게 육상과 해상풍력으로 나뉜다. 해상풍력도 기존에는 육상과 마찬가지로 고정식만 있었으나 기술의 발전으로 부유식 해상풍력이 등장하게 됐다. 부유식 해상풍력은 수천t이 넘는 부유체를 바다에 띄우고 그 위에 풍력발전기를 올려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이 부유체를 해저와 계류 시스템(선박이나 수중 시설을 한 곳에 메어 놓는 장치)으로 연결해 거센 비바람에도 안정적으로 유치하게 된다. 현재 북해 지역에 상업적으로 운영 중인 부유식 해상풍력은 태풍에도 견디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유식 해상풍력은 60m 이상 깊은 수심에서도 설치가 가능해 더 넓은 해역에서 풍력자원을 이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육지에서 멀어질수록 바람의 세기가 커지기 때문에 풍력발전의 효율도 좋아진다.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단지가 조성되는 동해안에서 58㎞ 떨어진 지점의 연평균 풍속은 초속 8.16m 이상으로 알려졌다. 부유식 해상풍력은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설치할 수 있어 시각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어장 및 환경파괴에 대한 우려도 비교적 적다.
부유식 해상풍력은 전기를 생산하는 풍력터빈, 발전기를 지지해주는 부유체, 구조물을 해저에 고정해주는 계류 시스템, 설치물을 바다 밑에 정착시키기 위한 앵커, 생산한 전기를 육지로 보내는 전력 전송시스템으로 구성된다. 특히 바다 위에 떠 있는 상태에서 엄청난 발전기 무게를 견뎌야 하고 거칠고 불규칙한 조류에도 안정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부유체를 비롯한 하부 구조물의 역할이 중요하다.
부유식 해상풍력은 이 하부구조의 형태에 따라 반잠수식, 바지(Barge), 스파(Spar·원통형), 인장각 플랫폼(Tension Leg Platform)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가장 초기 형태인 바지형은 얇고 넓은 갑판 위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파도가 비교적 잔잔한 곳에 사용된다. 반잠수식은 3~5개의 원통이 연결된 형태로 그중 하나의 기둥에 풍력발전기를 올려놓는다. 다양한 수심에 적용할 수 있고 안정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원통형은 길쭉한 단일 원통 구조물 위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는 방식이다. 제작이 간단하지만 깊은 수심에서만 설치할 수 있다. 인장각형은 반잠수식 부유체 중앙에 기둥을 연결하고 그 위에 발전기를 설치하는 형태로 안정적이지만 비용이 많이 드는 점이 단점이다.
세계 각국 부유식 해상풍력 속도전
부유식 해상풍력은 세계 각국이 빠르게 도입 중이다. 세계 최초 부유식 해상풍력은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기업인 에퀴노르가 건설한 하이윈드 스코틀랜드 풍력단지다. 30MW급 규모로 2017년 10월부터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해안으로부터 30㎞ 떨어진 북해 지역에 있으며 단일 원통형 방식으로 건설됐다. 날개 길이 154m를 포함한 전체 높이는 253m에 달한다. 남산타워(철탑 포함 237m), 63빌딩(249m)보다 높은 건축물이 바다에 둥둥 떠 있는 셈이다. 하이윈드 스코틀랜드로 부유식 해상풍력의 가능성이 확인된 이후 주요국들이 부유식 해상풍력을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의 ‘2024 부유식 해상풍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노르웨이, 프랑스, 일본, 미국, 중국 등이 부유식 해상풍력을 운영하고 있거나 운영 중이다.
부유식 해상풍력에 가장 열심인 곳은 영국이다. 영국은 하이윈드 스코틀랜드 이외에 2021년부터 프린시플파워가 구축한 50MW 규모의 킨카딘 부유식 해상풍력을 운영하고 있다. 영국은 2030년까지 총 50GW 규모의 해상풍력단지를 건설할 계획인데 이 중 5GW를 부유식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노르웨이는 부유식 풍력을 선도하는 국가 중 하나다. 에퀴노르가 노르웨이에 건설한 하이윈드 탐펜은 88MW 규모로 현재까지 세계 최대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 단지다. 서울~대전 간 거리와 비슷한 노르웨이 연안에서 140㎞ 떨어진 바다 한가운데 있다. 작년 8월부터 운영을 시작한 이 발전단지는 인근 해상 석유가스 설비에 재생에너지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프랑스는 2050년까지 구축하는 해상풍력발전의 절반을 부유식으로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약 20GW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프랑스전력공사(EDF)는 2023년 해안으로부터 약 40㎞ 떨어진 해역에 25MW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을 설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 풍력발전은 최초로 인장각 방식의 부유체를 활용했다. 일본은 16.8MW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인 고토(Goto)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발전단지는 2026년 1월 완공 예정이다.
부유식 해상풍력은 앞으로 빠른 속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세계풍력에너지위원회(GWEC)는 ‘2023 글로벌 해상풍력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10.9GW, 2032년까지 26.2GW의 부유식 해상풍력이 설치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체 풍력 설치량의 6%에 해당한다. 노르웨이선급협회(DNV)는 전 세계 해상풍력 규모가 2019년 29GW에서 2050년 1748GW로 확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중 부유식은 264GW로 전체 해상풍력의 1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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