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강호 '뚫고, 막아낸' 신영석 "남자배구 영건들, 국제무대서 활약해 주길" [현장 인터뷰]

최원영 기자 2024. 9. 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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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배구 올스타팀인 팀 KOVO의 신영석이 8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슈퍼매치 베로 발리 몬차와의 경기에서 공격하고 있다. KOVO 제공



(엑스포츠뉴스 수원, 최원영 기자) 선배의 바람엔 진심이 담겼다.

한국 남자배구 올스타팀 '팀 KOVO'는 8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2024 한국·이탈리아 남자배구 글로벌 슈퍼매치 수원대회에서 이탈리아 명문 구단 베로 발리 몬차와 맞붙어 세트스코어 3-0(25-21 25-21 25-18) 낙승을 거뒀다.

주장이자 베테랑 미들블로커인 신영석(한국전력)이 중앙을 든든히 지켰다. 블로킹 2개, 서브 1개 포함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12득점(공격성공률 81.82%)을 선보였다. 범실은 단 1개뿐이었다. 팀이 공격성공률서 53.42%-40.48%, 블로킹서 10-7, 서브서 4-3으로 앞서는 데 기여했다.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김상우 팀 KOVO 감독은 "처음부터 신영석을 주장으로 정해놓고 대표팀에 들어왔다. 신영석이 선수들을 무척 잘 이끌어줬다"며 "친선경기라 몸을 아낄 수도 있는데 선수들을 잘 아우르며 분위기를 잡아줬다. 첫날 대표팀에 합류하자마자 '제가 이탈리아 혼내주겠습니다'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슈퍼매치를 마친 신영석은 "허수봉이 완전히 날아다닌 덕분에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공격수, 허수봉이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아포짓 스파이커 허수봉(현대캐피탈)은 이날 블로킹 2개 포함 14득점(공격성공률 57.14%)을 자랑했다.

신영석은 "확실히 상대 팀 선수들의 체격조건이 나보다 위라는 걸 많이 느꼈다. 경기 전 몬차 주장(토마스 베레타)과 악수했는데 손이 정말 대단했다. 두 손으로 잡은 것처럼 느껴져 주눅 들었다"며 웃은 뒤 "(신체조건에서 우위인) 상대를 공략하기 위해 리딩 블로킹을 어떻게 하고, 맨투맨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세터들과 이야기했다.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연습했다"고 밝혔다.

한국 남자배구 올스타팀인 팀 KOVO의 신영석이 8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슈퍼매치 베로 발리 몬차와의 경기에서 공격하고 있다. KOVO 제공

이어 "다행히 세터들이 내가 요구했던 것들을 잘 수행했다. (과거 현대캐피탈 동료였던) 노재욱(삼성화재)과는 오랜만에 호흡을 맞췄는데 속공하면서 옛날 기억들이 살아났다. 그 장점들을 극대화하려 노력했다"며 "평소 유럽 배구를 자주 보는데 상대 선수들의 움직임을 잘 살폈다. 리딩, 스피드, 블로킹이 올라왔을 때 손 모양 등 미들블로커의 플레이 면에서 많이 배웠다. 나도 나이(1986년생)가 많지만 배울 점은 끝도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친선경기였지만 이탈리아의 강호를 완벽히 제압했다는 점은 뜻깊었다. 신영석은 "이번 슈퍼매치처럼 국제 교류전이 중요하다고 본다. 또 한국 남자배구 국가대표팀이 세계선수권대회에 턱걸이로 진출하게 됐는데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너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려 많은 팬분들께서 걱정하셨다. 이번엔 우리 젊은 선수들이 세계무대에서 활약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제배구연맹(FIVB)은 지난 4일 2025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국을 공개했다. 그간 남녀 각 24개국이 실력을 겨뤘으나 2025년부터는 남녀 각 32개국으로 확대했다. 대회 개최 주기 역시 4년에서 2년으로 단축했다.

2025 세계선수권 출전권은 개최국과 지난 대회(2022년) 우승팀, 5개 대륙의 2023 대륙별 선수권 1∼3위 팀 15개국을 합쳐 17개국에 먼저 분배했다. 남은 15개 팀은 8월 30일 기준 FIVB 랭킹 순으로 정했다.

한국 남자배구는 2023 아시아선수권에서 4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FIVB 남자부 랭킹 28위로 마지막 티켓을 거머쥐었다. 내년 9월 12~28일 필리핀에서 열리는 2025 세계선수권에 나설 수 있게 됐다. 2014년 폴란드 대회 이후 11년 만이자 역대 10번째 세계선수권 출전을 예고했다.

왼쪽부터 한국 남자배구 올스타팀 팀 KOVO 주장 신영석과 이탈리아 베로 발리 몬차 주장 토마스 베레타. 8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슈퍼매치 경기를 앞두고 악수하고 있다. KOVO 제공

다시 슈퍼매치로 화제를 돌린 신영석은 "많은 팬분들께서 배구를 보고 싶어 하셨다. 이번 경기에도 많이 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며 "이 흐름을 이어가겠다. 새 시즌 개막이 한 달 반 정도 남았다. 남자배구도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몬차에는 한국 출신 기대주 이우진이 속해 있었다. 이우진은 경북체고 졸업 후 지난해 11월 연습생으로 몬차에 입단했다. 부단한 노력 끝에 올해 3월 몬차와 정식 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한국 고교 선수 최초로 유럽 배구리그에 직행했다.

신영석은 "과연 20년 전의 나라면, 이우진의 상황일 때 어땠을까. 너무 무섭고 두려웠을 것 같다"며 "그걸 이겨내고 몬차에서 정식 선수가 돼 데뷔전을 치른 것을 축하한다. 사실 우리의 작전이 이우진을 공략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미안하기도 했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힘든 시간을 잘 견뎌내고 극복한다면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우진 같은 선수가 많이 나와야 한다. 해외 진출의 좋은 예가 되길 바란다"며 "김연경(흥국생명) 선수처럼 해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뒤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와 V리그에도 기여해 줬으면 한다"고 힘줘 말했다.

한편 신영석은 소속팀 한국전력에서도 주장 완장을 찼다. 박철우가 은퇴 후 해설위원으로 변신하며 바통을 이어받았다. 신영석은 "형에게 해설할 때 내게 안 좋은 말 좀 많이 해달라고 했다. 실제로 어떻게 했는지는 들어보지 못했다"며 "사실 아직도 형의 빈자리가 크다. 내가 많이 배우고 의지했던 형이다. 조금 과장하자면 정말 아빠 같은 존재였다"고 진심을 내비쳤다.

신영석은 "확실히 주장은 쉽지 않다. 다가오는 시즌 내 숙제다"며 "한편으론 동기부여 요소가 되고 나를 끌어주는 힘도 있는 것 같다. 새 시즌 잘해 경기를 모두 마쳤을 때 웃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사진=KOVO​​​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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