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붕괴’ 광주… 중증 미숙아 맡아줄 병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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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 갈림길에 선 갓난아기, 갈 곳도 돌볼 의사도 없다.'
미숙아 등의 최후 보루인 광주권 상급병원 2곳이 한계상황에 봉착하고 신생아 출산을 위한 의료 기반이 붕괴하면서 신혼부부 등이 출산을 미루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다.
여기에 광주권은 상급병원 2곳의 관련 전공의마저 의료현장을 일제히 떠나 고위험군 신생아 환자가 발생하면 사실상 의료 사각지대에 방치된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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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 신생아 집중치료실 33개 병상 꽉차
조선대 분만실 병상 3개에 불과하고 전공의 1명뿐.
‘생사 갈림길에 선 갓난아기, 갈 곳도 돌볼 의사도 없다.’
의정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촌각을 다투는 고위험 신생아 환자를 응급 치료할 광주지역 의료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 갓 태어난 초미숙아(400g 미만 출생) 등에 대한 진료는 광주의 경우 상급병원 2곳에서만 가능하다.
9일 전남대병원에 따르면 지난 2월 전공의 집단이탈 이후 신생아 집중 치료실(NICU)이 포화상태에 달해 고위험군 산모가 조산할 경우 임신 6개월(24~25주)을 전후해 저체중으로 태어나는 초미숙아를 감당할 여력이 부족하다.
이 병원은 아픈 신생아를 돌볼 전공의 등 일손이 부족하자 지난 7월부터 담당 병상 수를 45개에서 33개로 축소했다. 병상이 대폭 줄어든 집중 치료실은 현재 꽉 찬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산모가 조산 등으로 미숙아를 낳으면 대책이 묘연하다. 체계적인 분만 인프라를 갖추지 못해 인해 지역 2차 병원에서는 다른 지역으로 조산이 임박한 환자를 어쩔 수 없이 보내는 현실이다.
1kg 미만 몸무게로 태어난 미숙아들은 호흡기, 신경, 위장관, 면역계 등 신체 장기가 모두 미성숙한 상태로 다양한 합병증을 앓는다. 재태기간이 짧고 체중이 작을수록 질환 빈도와 중증도가 높지만 너무 작아서 치료경험이 많은 의료진이 제때 돌보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하다.
다른 상급병원인 조선대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산부인과 의료진 인력난으로 분만실 병상이 현재 3개에 불과하다. 이 병원은 산부인과 전공의가 1명도 없는 데다 촉탁 의료진도 고용하지 않아 신상아 집중치료실 등에 의료공백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나마 산부인과 교수 역시 2명뿐으로 이들이 야간당직을 서지 않으면 오후 5시까지만 임산부가 아이를 낳을 수 있다. 의료진이 마땅치 않아 신생아를 제때 낳거나 입원시킬 여건이 되지 않는다.
미숙아 등의 최후 보루인 광주권 상급병원 2곳이 한계상황에 봉착하고 신생아 출산을 위한 의료 기반이 붕괴하면서 신혼부부 등이 출산을 미루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다.
전국적으로 낮은 의료수가와 신생아 감소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산부인과와 소아과를 기피하는 현상이 뚜렷해진 지 오래다. 여기에 광주권은 상급병원 2곳의 관련 전공의마저 의료현장을 일제히 떠나 고위험군 신생아 환자가 발생하면 사실상 의료 사각지대에 방치된 것이나 다름없다.
광주에서는 지난해 9월 지역에서 가장 큰 산부인과 병원인 운암동 문화여성병원이 ‘지속적인 분만 감소’를 이유로 문을 닫기도 했다. 2006년 문을 연 이 병원에서는 한때 월평균 200건 이상 분만이 이뤄졌으나 폐업 직전 분만 건수는 하루 1건, 한 달 평균 30건에 머물렀다.
실제 광주지역 출생률은 지난 4월 기준 467명으로 전국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통계 수치 작성 이후 역대 4월 기준 가장 낮았다.
20여 년 경력의 한 산부인과 의사는 “추석 연휴에 고위험군 분만수술이나 초미숙아가 발생하면 사실상 상급병원에서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며 “아이도 제때 낳고 태어나자마자 스스로 아프지 말자는 다짐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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