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만 키운 상호금융…김병환 "지역·서민금융기관 역할 소홀"
'동일업무-동일규제' 대원칙, 지배구조·영업행위 등 규제 강화
부실 PF, 6개월 내 정리 주문…건전성 회복 방안 연말까지
"운용 구조와 방법 등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 필요한 시점"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상호금융권을 만나 외형성장에만 치중해 지역·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에 소홀했다고 지적하면서 건전성 회복과 리스크 관리 역량 강화를 추진하면서 본연의 모습을 찾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주문했다.
9일 김 위원장은 새마을금고중앙회에서 금융권 릴레이 간담회의 일곱 번째 일정으로 행정안전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산림청 등 관계부처와 5개 상호금융중앙회 대표이사들과 만나 상호금융권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대면·관계형 금융기관으로서 거듭나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김 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공동유대, 상호신뢰'에 기초해 탄생한 '비영리 지역·서민금융기관'이지만 최근 외형성장에만 치중해 본래의 역할에 소홀하다는 우려가 있다"면서 "충분한 자산운용 역량과 자금 운용 계획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로 비과세 혜택에 기반한 과도한 수신 경쟁에 치중한 결과 자산 규모가 리스크 관리 역량을 크게 넘어서는 수준까지 확대됐다"며 자성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상호금융권을 둘러싸고 가장 큰 문제가 되는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신속하게 정리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PF 사업성 평가에 따른 부실 우려 등급 사업장은 조속히 자체적으로 마련한 재구조화·정리계획에 따라 6개월 내 정리를 조속히 완료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부실채권 정리 방안과 손실흡수 능력 제고를 위한 조치 등 건전성 회복을 위한 방안들도 연말까지 차질 없이 이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상호금융권은 금융당국이 발표한 부실채권 정리 방안에 따라 부실채권 정리 자회사 운영, 회계법인을 통한 부실채권 일괄매각 등에 나서야 한다.
손실흡수 능력 제고를 위해서는 총대출 중 부동산업·건설업 부문별 30% 이내(합산 50% 이내), 유동부채 대비 유동자산 100% 이상(자산 1000억 이하는 1년간 90%) 등 기준을 올해 말부터 충족해야 한다.
특히 김 위원장은 "상호금융권은 특수성으로 다른 금융기관에 비해 느슨한 규제를 받았지만 '동일업무-동일규제'라는 대원칙하에 다른 금융기관에 준하는 수준으로 규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지배구조, 영업행위, 부실 정리 등 분야별 규제 체계 개편 방향을 순차적으로 관계부처·유관기관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상호금융 본연의 역할 회복과 역량 강화도 주문했다. 그간 상호금융권의 총자산이 1033조원으로 10년 만에 2배로 급성장하면서 상호부조의 조합적 성격과 비교해 자산규모가 너무 크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김 위원장은 "유리한 수신환경으로 자산규모는 지속해서 확대될 것이 예견되는데 운용 구조와 운용 방법 등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신속하게 리스크 관리역량과 자금 운용 능력을 확충하고 시스템을 혁신해 여신심사 능력을 고도화하는 한편 자산 관리 역량 확충을 통한 운용 안정성 확보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상호금융권이 겪고 있는 위기의 해법은 상호금융의 '본질',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면서 "지역·서민과 가까이 호흡하면서 축적한 아날로그적 딥 데이터(Deep data)를 활용해 지역주민과 서민들에게 맞춤형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상호금융권은 일선 조합의 부실채권 매각 등을 이유로 조합의 자산·자본이 감소해 조합의 동일인 대출한도가 축소될 경우 1회에 한해 대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유예 조치 도입 등 규제 완화를 건의했다. 이어 각종 규제 도입 시 인력과 자원 등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영세조합에 대한 정책적 배려 등도 요청했다.
조성환 행안부 지역경제지원국장은 "그간 양해각서(MOU) 체결, 강화된 합동 감사 실시, 상호금융팀 발족 등 행안부와 금융당국 간 한층 더 긴밀한 협력체계가 구축됐다"면서 앞으로 새마을금고를 포함한 상호금융권이 본연의 역할을 찾을 수 있도록 제도개선 및 입법 과정 등에서 금융위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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