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훈 도정, 윤석열 정부와 다르지 않아"

김순애 2024. 9. 9.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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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고 짓는 농사를 죽자고 일을 하고 있지 않냐'라고 농민들이 만나면 말을 한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하우스 온도가 30도가 좀 넘으면 밖으로 나와서 좀 쉴 수가 있었지만 지금은 6월 말부터 아침에 이미 하우스가 30도를 훌쩍 넘고 10시가 되면 40도에 육박한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7월 중순 당근 파종을 하면 적당한 시기에 비가 내려줘서 발아가 되고 잘 자랐으니까 8월 말까지 별로 할 일이 없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7월에 당근 밭에 물을 대느라 전쟁통이다. 고령의 여성농민들은 물 주는 것을 엄두도 못 내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핵발전소건설을 재개하고 제주 제2공항을 비롯하여 수많은 공항을 새로 지으려 하는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한편 '2035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선포한 오영훈 도정 역시 윤석열 정부와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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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7제주기후정의행진 현장 스케치... "기후는 변하는데 왜 우리는 변하지 않나"

[김순애 기자]

▲ 행진 중반에 다이인 퍼포먼스를 하는 참여자들 .
ⓒ 이길훈
"'살자고 짓는 농사를 죽자고 일을 하고 있지 않냐'라고 농민들이 만나면 말을 한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하우스 온도가 30도가 좀 넘으면 밖으로 나와서 좀 쉴 수가 있었지만 지금은 6월 말부터 아침에 이미 하우스가 30도를 훌쩍 넘고 10시가 되면 40도에 육박한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7월 중순 당근 파종을 하면 적당한 시기에 비가 내려줘서 발아가 되고 잘 자랐으니까 8월 말까지 별로 할 일이 없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7월에 당근 밭에 물을 대느라 전쟁통이다. 고령의 여성농민들은 물 주는 것을 엄두도 못 내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
▲ 907제주기후정의행진에서 발언하는 여성 농민 강순희씨 .
ⓒ 박한솔
이슬이 맺히기 시작한다는 백로에도 30도를 넘어선 제주도의 뜨거운 아스팔트에서 한 여성 농민이 절규하듯 외쳤다.

907제주기후정의 행진에 참여하기 위해 구좌에서 달려온 강순희(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특별자치도연합 구좌지회 회장)씨는 기후위기로 농민들의 고통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산업화된 농업을 지양하고 소농에 대한 지원책을 정부와 제주도에 요구'하면서 '식량주권 운동이 정의로운 기후 전환 운동'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제주시청 일대에서 진행된 907제주기후정의행진

서울 강남대로에서 907기후정의행진이 진행되는 동안 제주에서도 9월 7일 오후 3시부터 907제주기후정의행진 선언식을 시작으로 제주시청 일대에서 행진이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YMCA 제1회 아시아 태평양 청년 대회 참석차 제주로 온 60여 명의 해외 청년들 역시 함께 했다.

선언식에는 강순희씨 외에도 노동자와 청소년, YMCA 캠프 참여자, 해양환경단체 활동가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 YMCA 제1회 아시아 태평양 청년 대회 참석차 제주로 온 해외 청년들의 참여 .
ⓒ 이길훈
"우리가 사랑하는 제주가 사라지고 있다. 제주에게도 쉼이 필요하다. 앞으로 기후위기라는 재난 속에서 다양한 동식물을 보호하고, 우리 모두가 평등한 삶을 만들어야 한다."
- 위수연(제주청소년기후평화행동에서 활동 중인 중학생)

"최근 몇 년 동안 몽골 땅의 거의 77%가 사막화로 영향을 받아 비옥한 땅이 사막으로 변해가고 있다 ... 사막화로 인해 유목민 목축민들의 생계가 심각하게 영향을 받았다. 목초지의 감소로 인해 가축에게 먹일 풀이 줄어들고, 이는 가축의 생산량 감소와 가축으로부터 얻는 식량과 소득의 감소로 이어진다. 많은 목축민들은 새로운 기회를 찾아 도시로 이주하게 되고, 이로 인해 도시화가 가속화되고 도시 내 빈곤이 증가한다."
- Anujin(YMCA 몽골 참여자)

"석탄 발전소 폐쇄 과정에 하청업체, 용역업체 노동자의 일자리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 탄소중립 제주로의 전환 과정에서 영향을 받고 있는 산업영역을 폭넓게 분석하고 농민ㆍ노동자ㆍ중소기업 등 피해가 예상되는 도민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당사자가 함께 참여하여 마련하는 제주의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준비가 빠르게 필요하다."
- 김경희(민주노총 제주본부 사무처장)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돌고래를 비롯한 비인간동물들을 함부로 수족관 가두고, '경제성장'과 '개발'을 운운하며 인간의 탐욕을 위해 숲과 바다를 파헤치는 생태학살을 지속한다면 기후재앙을 비롯한 인류가 직면한 그 어떤 위기도 피해갈 수 없다 ... 다른 존재들이 처한 위기와 고통에 깊이 공감하고, 일상에서 무엇이 '차별'이고 무엇이 '혐오'인지 알아차리는 힘을 기르자."
- 황현진(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 대표)
▲ 참가자들이 만든 피켓 .
ⓒ 이길훈
▲ 참가자들이 만든 손피켓 .
ⓒ 이길훈
"2035넷제로 선포 오영훈 도정, 윤석열 정부와 다르지 않아"

이날 행진단은 선언문을 통해 '생태적 한계'를 가지고 있는 제주에서 '기후위기로 인한 해수면 상승은 제주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삶의 터전을 끝도 없이 위협하며 폭우와 폭염, 가뭄을 초래했고 불안정한 기후는 농민의 삶과 노동자의 삶과 우리들의 먹거리까지 위협'하는 한편 '바다 생태계와 육상 생태계의 변화로 이 곳 제주에서 멸종되는 생명들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핵발전소건설을 재개하고 제주 제2공항을 비롯하여 수많은 공항을 새로 지으려 하는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한편 '2035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선포한 오영훈 도정 역시 윤석열 정부와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 제주시청 일대를 행진하는 참가자들 .
ⓒ 이길훈
이들은 제주도정이 기후위기를 앞당기는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를 환영하는 태도에 대해 비판했다. 이어 중산간 지하수 자원특별관리구역에 위성 공장 등 첨단 산업 단지를 조성하고 버스 공공성을 거스르는 버스 감차를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소농 중심의 지속가능한 생태 농업 정책 없이 대규모 시설농에 대한 지원 중심 농정을 펼치고 있다고 강한 어조로 지적을 이어갔다. 또한 공장식 축산 규제나 해양보호구역 확대 정책이 없으며 에너지 다소비 건물에 대한 관리 감독을 하지 않는 점도 꼬집었다.

이들은 이와 함께 오영훈 제주도지사에게 일곱 가지를 요구하며 행진 내내 구호로 외쳤다.

1. 제주 제2공항, 기후재앙 앞당긴다! 윤석열과 민주당은 제2공항 백지화하라!
2. 바다가 살아야 제주가 산다, 해양 보호구역 확대하라!
3. 씨앗도 농민도 타죽는다. 기후위기 대응하여 식량주권 확보하라!
4. 동물도 땅도 바다도 죽이는 공장식 축산, 정의롭게 전환하라!
5. 기후위기 시대, 공공교통이 살길이다. 버스완전공영제 실시하라!
6. 전기 펑펑 쓰며 기후재난 촉발한다, 제주도는 관광자본 규제하고 감독하라!
7. 실패한 과거정책 판박이 제주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전면 수정하라!

행진을 시작할 때 뜨겁게 내리쬐던 햇빛은 행진 도중 갑자기 사라지고 참여자들이 다이인 퍼포먼스를 시작할 때 비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변화무쌍한 날씨와 매일같이 엇나가는 기상 예보, 9월에도 여전히 잠 못 이루는 열대야는 일상이 된 기후위기의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제주녹색당 운영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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