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급한 홍명보호, 세대교체 필요성 대두되는 이유
[박시인 기자]
우려하던 일은 현실이 됐다. 홍명보호는 가장 최약체로 여겨진 팔레스타인전 무승부로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쉽게 낙관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오는 10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오만 무스카트의 술탄카부스 경기장에서 오만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2차전을 치른다.
▲ 한국 대표팀 지난 5일 팔레스타인전에서 선발 출전한 한국 대표팀의 11명 선수들의 평균 연령은 29.7세였다. |
ⓒ 대한축구협회 |
하지만 결과는 충격이었다. 득점 없이 0-0 무승부. 슈팅수는 16-10로 한국이 우세했으나 패했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상대의 빠른 역습에 휘말렸다. 잇따라 결정적인 슈팅 기회를 허용하며 위험천만한 상황에 직면했다.
한국은 볼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며 후방부터 빌드업을 전개했지만 일사분란한 팔레스타인의 4-4-2 대형을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했다. 패스의 경로는 대부분 측면으로만 치우쳤다. 좌, 우, 중앙을 3등분 할 때 중앙 공격의 비율이 겨우 8.4%에 그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달 'MIK 워크숍'에서 울산 시절 약팀을 상대로 'U자 빌드업'이 발생하는 경기에서 패한 경험이 많다고 분석한 바 있는데 팔레스타인전에서 문제점을 반복했다.
이강인의 개인 역량에 의존하는 공격 기회 창출이 전부였다. 골 결정력 부족마저 노출한 홍명보호는 결국 팔레스타인 쇼크를 맞이했다.
이 경기서 홍명보 감독은 변화보다는 안정에 좀 더 초점을 맞췄다. 올 시즌 K리그 최고의 오른쪽 풀백으로 평가받는 황문기가 데뷔전을 치른 것을 제외하면 대체로 팔레스타인전 선발 명단은 이전 A매치들과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익숙한 이름들이 대다수였다. 손흥민(1992년생)을 비롯해 이재성(1992년생), 황인범(1996년생), 정우영(1989년생), 김영권(1990년생), 김민재(1996년생) 등이 선발 출장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주전으로 뛴 선수들이다. 당시 팀의 막내였던 이강인(2001년생)은 월드컵 당시 후반 조커로 활약하며 임팩트를 남겼다.
황문기(1996년생)은 20대 후반의 늦은 나이에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고, 1997년생 설영우는 아시안컵을 통해 첫 번째 메이저대회를 경험했다. 늦깍이 국가대표가 된 1990년생 주민규가 원톱으로 나섰으며, 30대 수문장 조현우가 골문을 지켰다.
▲ 5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대한민국 대 팔레스타인의 경기. 홍명보 감독과 코치진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 연합뉴스 |
이는 스쿼드의 고령화와도 밀접하게 맞닿아있다. 이재성-정우영-황인범으로 구성된 미드필더 삼각편대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세계 정상급으로 평가받는 우루과이의 중원 라인 마티아스 베시노-로드리고 벤탄쿠르-페데리코 발베르데를 압도한 바 있다. 엄청난 활동량과 전방 압박, 투지 있는 터프한 움직임으로 우루과이의 중원을 집어삼켰다.
하지만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3명의 조합이 중원을 지키고 있다. 이재성, 황인범, 정우영의 평균 연령은 30을 훌쩍 넘는다.
주민규는 팔레스타인 수비수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한 채 45분만을 소화한 뒤 오세훈과 교체됐다. 센터백 김영권도 지난 시즌부터 이어진 스피드 저하, 잦은 실수가 두드러졌다.
2년 뒤인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에서는 미국의 살인적인 무더위 속에 더욱 강한 체력이 요구된다. 또, 현대 축구는 쉴 새 없는 고강도 압박과 운동량이 강조되고 있다. 부동의 에이스이자 주장 손흥민의 나이가 34살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대표팀에서 중간급에 해당하는 1996년생 황인범, 김민재, 황희찬마저 2년 뒤에는 30줄에 접어든다.
한국 대표팀 감독 최종 후보에 오르며 면접을 진행한 바 있는 제시 마시, 다비드 바그너, 거스 포옛 감독은 공통적으로 현 대표팀 스쿼드의 고령화를 지적하며, 세대교체에 대한 플랜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홍명보 감독은 세대교체의 일환으로 이번 월드컵 3차 예선 2연전에 나설 26인 명단에 최우진, 양민혁, 엄지성 등 젊은피를 포함시켰다. 그런데 정작 팔레스타인전에서 후반 조커로도 사용하지 않았다.
자신을 향한 부정적인 여론과 비판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을까. 어떻게든 결과가 중요하다고 여긴 첫 경기에서 익숙한 선수들을 기용하는, 이른바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선택을 했다. 실제로 홍명보 감독은 울산에서도 베테랑 선수들의 영입을 적극 추진하며 팀 스쿼드의 연령대를 대폭 높인 바 있다.
1년 9개월의 시간은 결코 길지 않다.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은 내년 6월까지 쉴 틈 없이 진행된다. 지금부터라도 세대 교체를 진행하지 않으면 월드컵 본선에서 경쟁력을 잃게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팔레스타인전 무승부로 인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홍명보 감독은 이번 오만과의 2차전을 앞두고 "오만의 밀집수비를 깨려면 반대전환 패스가 중요하다. 팔레스타인전과 비교해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팔레스타인전 후반에 조금 변화를 줬고, 그것이 잘 이어졌다. 그런 부분을 잘 수정해서 오만전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변화를 예고했다.
오만전에서 승점 3을 획득하지 못한다면 홍명보호는 더욱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과감한 선수 기용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홍명보 감독의 결단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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