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잎부터 달랐다"…이탈리아 누빌 '19세' 이우진 "정식 계약 첫 시즌, 설렌다" [현장 인터뷰]
(엑스포츠뉴스 수원, 최원영 기자) 무럭무럭 자라야 한다.
이탈리아 남자배구 명문 구단 베로 발리 몬차는 8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2024 한국·이탈리아 남자배구 글로벌 슈퍼매치 수원대회 팀 KOVO(한국 남자배구 올스타팀)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0-3(21-25 21-25 18-25)으로 패했다.
몬차는 지난 7일 V리그 통합 4연패를 달성한 대한항공에도 세트스코어 1-3(19-25 26-24 25-27 22-25)으로 무릎 꿇었다. 슈퍼매치 대회를 2패로 마감했다.
눈에 띄는 선수는 단연 아웃사이드 히터 이우진이었다. 이우진은 경북체고 재학 중이던 지난해 8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19세 이하 세계배구선수권대회에 한국 청소년 대표팀 소속으로 출전했다. 당시 한국은 30년 만에 3위에 올랐고 이우진은 베스트7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이후 이우진은 이탈리아 에이전트로부터 이탈리아리그 영입 제의를 받았다. V리그의 문을 두드리는 대신 지난해 11월 연습생으로 몬차에 입단했다. 이어 올해 3월 몬차와 정식 계약을 맺는 쾌거를 이뤘다. 한국 고교 선수 최초로 유럽 배구리그에 직행한 사례가 됐다.
몬차에 합류한 뒤 한국에서 한국 팀과 경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우진은 지난 7일 대한항공전서 블로킹 1개, 서브 1개 포함 8득점(공격성공률 40%)을 기록했다. 리시브 효율은 30%(시도 20개·정확 6개)였다. 이번 팀 KOVO전에선 블로킹 3개를 얹어 9득점(공격성공률 31.58%)을 만들었다. 리시브 효율 20%(시도 20개·정확 5개·실패 1개)를 기록했다.
슈퍼매치를 마친 뒤 마씨모 에켈리 몬차 감독은 이우진에 관해 "확실히 잠재력을 가진 선수다. 이탈리아에 오기로 결정하기까지 정말 어려웠을 것이다. 나이에 비해 무척 잘 적응하고 있다"며 "이번 두 경기를 통해 이우진이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지 가능성을 봤다. 몬차에서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전했다.
김상우 팀 KOVO 감독도 "이우진이 고등학생일 때 나는 대학팀에 있었다. 굉장히 데려오고 싶은 선수였다"며 "고등학생 때보다 (실력이) 훨씬 더 좋아진 것 같다. 앞으로도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선수다"고 칭찬했다. 김 감독은 "기본기 면에서 더 성장한다면 큰물에서 오래 살아남지 않을까 싶다"고 조언을 덧붙였다.
선배 선수들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팀 KOVO의 주장 신영석(한국전력)은 "20년 전 내가 이우진의 입장이었다면, 난 너무 무섭고 두려웠을 것 같다. 이겨내고 몬차에서 정식 선수가 돼 데뷔전을 치른 것을 축하한다"며 "사실 조금 미안했다. 우리의 작전이 이우진을 괴롭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힘든 시간을 견디고 극복한다면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힘줘 말했다.
신영석은 "이우진 같은 선수가 많이 나와야 한다. 해외 진출의 좋은 예가 돼주길 바란다. 김연경(흥국생명) 선수처럼 좋은 모습을 보여준 뒤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와 V리그에도 기여해 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대표팀의 주축으로 자리 잡은 허수봉(현대캐피탈)은 "프로팀에 몸담으며 (이)우진이의 고등학교 팀과 경기한 적 있다. 당시 고교 감독님께서 '우진이 잘한다. 바로 프로 팀에 갈 수 있을 것이다'고 말씀하셨다"며 "우진이와 경기하며 '와 얘는 떡잎부터 다르구나'라고 느꼈다. 고등학교 1학년이었는데도 실력은 고등학생 같지 않았다. 정말 잘한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허수봉은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유럽에 진출한다는 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많이 응원했다"며 "우진이가 새 시즌 다치지 않고 경기에 나서며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주길 바란다"고 힘을 실었다.
이우진은 슈퍼매치 종료 후 "한국에서 한국 팀과 경기하는 게 처음인데 너무 좋았다.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긴장도 됐지만 재밌었다"며 "내가 서브를 넣을 때 MC님이 계속 호응을 유도해 주셔서 집중을 잘 못했던 것 같다"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팀 KOVO 선배들이) 조심히 잘 가라고, 내년에 보자고 하셨다"고 덧붙였다.
이탈리아리그 도전을 결심한 순간을 돌아봤다. 이우진은 "처음 제의를 받았을 때 최고의 리그에서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도전하게 됐다. 언어도 안 통하고 문화도 달라 당연히 두려웠지만 가서 배우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며 "아직 젊어(2005년생) 몬차와의 계약이 끝나고 돌아와도 20대 초반이라고 생각했다. 이후 몬차와 2025-2026시즌까지 2년 계약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슈퍼매치 2경기는 어땠을까. 이우진은 "공격에서의 아쉬움이 있다. 그래도 처음 몬차에 왔을 때보다는 리시브가 나아진 것 같다"며 "훈련할 때 높은 블로킹을 상대로 공격 연습을 하니 더 발전할 수 있는 듯하다. 감독님은 수비 위치나 대각 공격 등에 대해 더 많이 주문하신다"고 밝혔다.
이어 "세터 페르난두 크렐링은 세트할 때 힘이 좋고 빠르다. 거기에 맞추는 게 쉽지 않지만 이탈리아에 가서 연습하면 잘 맞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식 계약 후 첫 시즌을 눈앞에 뒀다. 이우진은 "설레는 마음이 더 크다. 이탈리아에 온 뒤 첫 번째 시즌인데 정식 선수로 경기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준비 잘하겠다"며 미소 지었다.
이탈리아 생활은 적응이 됐을까. 이우진은 "언어는 영어를 쓴다. 계속 공부하고 있는데 듣는 건 거의 다 됐다. 말하는 건 아직 부족하다"며 "앞으로 언어가 더 나아졌으면 좋겠고, 배구 면에서는 전체적으로 한 단계 더 성장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우진은 "한국에 와서도 한식은 한 번만 먹고 그 외엔 계속 호텔에서 이탈리아 음식을 먹었다. 자장면이 너무 먹고 싶어서 어제(7일) 자장면을 먹었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좋은 기억을 안고 다시 이탈리아로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디딜 예정이다.
사진=수원, 최원영 기자 / KOVO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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