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레전드' 도요다 감독이 바라본 한국 농구 발전 방향..."선수단 강점 끌어낼 수 있는 농구 해야" [현장인터뷰]
(엑스포츠뉴스 아산, 김정현 기자) 일본 여자 농구 레전드로 도요다 안텔롭스 지휘봉을 잡고 있는 오다 유코 감독이 한국 농구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다 감독은 8일 아산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2024 우리은행 박신자컵' 결승전 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회의 성과와 함께 한국 여자 농구 발전에 대한 조언을 전했다.
그기 이끄는 도요다 안텔롭스는 이날 후지쓰 레드웨이브와의 대회 결승전에서 55-76으로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오다 감독은 일본 여자 농구 레전드다. 현역 시절 일본 여자 대표팀 가드로 활약했으며 지난 2000년대 중반 미국 여자프로농구(WNBA)에 두 번째로 진출한 선수이기도 하다. 지난해엔 국제농구연맹(FIBA)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지난 대회 챔피언인 도요다는 올해 또 다른 일본 팀 후지쓰를 상대했다. 도요다는 신장에서 열세지만, 스피드와 기동력을 활용해 적극적인 수비를 펼쳤고 전반에 대등한 경기 내용을 보였다.
다만 3~4쿼터 들어 달아나는 후지쓰를 추격하지 못하면서 결과적으로는 21점 차로 크게 패했다. 하지만 오다 감독은 긍정적인 면을 봤다며 선수들을 칭찬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오다 감독은 상당히 긴 경기 소감을 풀어냈다. 그는 "졌는데 큰 소리 내서 죄송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결승에 올라 이런 무대에 오르게 해준 선수들에게 감사함을 표한다. 작년에 저희가 우승했지만, 올해 더 젊어져서 젊은 선수들을 보여줄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 올해 바뀐 팀 안에서 도요다의 농구를 젊은 선수들과 찾는 과정이고 보여준 점도 있고 보여주지 못한 점도 있는 그런 과정이다. 농구가 40분간 치러지는데 그 안에서 25분은 우리가 잘했는데 나머지 시간대, 전체적으로 보면 후지쓰에게 진 경기였다"라고 시작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후지쓰의 높이가 높아 미야자와 등 2명이 높이로 공격을 했다. 우리는 강점을 어떻게 살릴지 대비를 못 했다.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게 첫 번째 패인이다"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오다 감독은 "팀의 수장이자 일원으로 기자회견을 하지만, 선수 때부터 지기 싫어했다. 그래서 감정이 좋지 않고 복잡한 심정이다. 선수들과 이번 대회를 복기하면서 다가올 시즌을 어떻게 준비할지 상의해서 다음엔 이기는 농구를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비록 패했지만, 오다 감독을 비롯한 도요다 선수들은 시상식 끝까지 남아 팬들에게 인사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농구가 우리 팀, 상대 팀만 있는 게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팬들이다. 관중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우리 어린 도요다도 그렇고 관중들에게 예를 갖춰야 한다. 모든 선수들에게 이를 인지시키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도요다는 이번 대회에서 A조에 속해 청주 KB, 부산 BNK, 우리은행, 그리고 4강에서 하나은행을 상대했다. BNK에게 패했지만, 다른 팀을 상대로 모두 승리한 도요다는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다시 한국 팀들에게 보여줬다.
오다 감독은 최근 들어 일본 여자 농구와 격차가 더욱 벌어진 한국 여자 농구가 뭘 개선해야 할지 질문을 받자 자신의 생각을 풀어냈다.
일본 여자농구는 지난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얼마 전 끝난 파리 올림픽에서도 본선 진출을 일궈냈다. 한국 여자농구는 도쿄 올림픽 본선에 올랐으나 조별리그서 탈락했다. 파리 올림픽에선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오다 감독은 우선 자신의 현역 시절 한국 농구를 돌아봤다. 그는 "나는 현역일 때 한국에 많이 졌다. 당시 한국은 조직력이 아주 좋았다. 두 번째는 슛 정확도가 뛰어났다. 그 당시 일본이 한국보다 신장도 작고 슛도 좋지 않아 어떻게 하면 한국을 따라잡을지 선수, 팀, 협회가 모두 고민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한국 농구에 특별히 생각하지 않았지만, 내 입장에서 일본 중, 고등학교 선수들이 잘 자라왔고 그 선수들이 프로에 와서 제 역할을 해주고 있어 프로 감독인 내가 경기에 뛰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오다 감독은 또 "시대가 변했고 내 시대에 스마트폰이 없어서 하나(스마트폰)만 보는 게 없이 운동만 했다. 그런 것도 영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가르치는 방식을 내가 했던 방식대로 해선 안된다. 스마트폰에 빠진 선수들 방식대로 바꿔야 한다. 지금 선수들에게 맞는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처럼 감독, 코치들도 지금 선수들에 맞춰서 지도법의 변화를 노력하고 연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작년의 박신자컵과 올해 대회를 비교하면 우리 농구도 달라졌다는 걸 느낄 것이다. 작년과 비교해 우리 높이가 낮아져서 기동성을 높이고 그와 연동된 작전 수행을 주문하고 있다. 여러 예를 들었지만, 결과를 얘기하면 자기가 하고 싶은 농구를 강요하는 게 아니라 선수단의 강점을 끌어낼 수 있는 농구를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한 지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마지막으로 오다 감독은 "이번 대회에 불러주셔서 감사하고 도요다 선수들이 젊어지고 달라진 모습을 한국 관중 앞에서 보여주고 결승까지 올라가 자신감이 생겼다. 리그에 돌아가서도 자신감이 생겼을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마무리한 뒤, 밝게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퇴장했다.
사진=WKBL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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