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저작권 위기 심화…독서율 감소와 저작권 침해 이중고

이영재 2024. 9. 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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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8일 서울 충정로 모두예술극장에서 K-저작권 지킴이 발대식이 개최됐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 박정렬 한국저작권보호원장 등이 참석했다. 사진=이영재 기자

“현금 없는 버스가 도입된 사례가 롤모델이라고 본다. 예전에는 버스표를 내거나 현금이 필요했지만, 흐름에 따라 현금통도 없어지고 문화가 바뀌었다. 대학가는 전부 PDF 자료로 공부하는 추세인데 이런 흐름을 따라잡아야 한다. 출판업계도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나가야하는 게 아닌가싶다.” (대학생 저작권 지킴이)

출판 저작권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책을 읽지 않는 사회와 저작권 침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 2023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 종합 독서율은 43%, 종합 독서량은 3.9권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4.5%p, 0.6권 감소한 수치다. 해외와 비교하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알 수 있다. OECD 국가 평균 성인 1인당 월간 독서량은 미국 6.6권, 일본 6.1권, 프랑스 5.9권이다. 한국은 0.8권으로 세계 최하위권(166위)으로 추락했다.

‘빨리빨리’를 좋아하는 한국 문화와도 관계가 깊다. 한국인들은 이제 종이책을 찾지 않는다. 전자책 시장이 시나브로 커지는 것과 달리 출판시장은 점점 위축되고 있다. 종이책 매출액이 2015년 이후 연평균 0.8%씩 감소하는 것과 달리, 전자책 시장 규모는 지난 5년 동안 2배 이상 성장했다.

이런 가운데 출판 저작권 침해 문제도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해 오프라인을 통한 불법 복제물 이용량이 전년 대비 33.6% 감소했지만, 온라인을 통한 불법복제물 이용량은 반대로 21.6% 증가했다. 특히 출판 분야 온오프라인 불법 복제물 이용률은 14.4%로, 7권 중 1권이 불법으로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출판사업 연간 매출이 약 4조6000억원인 것에 비춰보면, 연간 약 6600억원의 손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학가에서 교재 불법 복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전자 스캔본 교재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학생들이 61.9%에 달하고, 정식 E-book을 구매한 비율(22.3%)보다 지인 간 불법 공유를 통해 자료를 획득한 비율(44.6%)이 두 배나 더 높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불법 자료를 확보하는 비율(17.9%)을 더하면 학생 간 스캔본 불법 공유는 무려 62.5%를 차지한다. 업계에서는 “대학생과 교수들의 저작권 보호 중요성 인식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숭실대 영어영문학과 3학년 최예진 학생은 “팁을 물려주듯 선배나 친구가 주는 PDF 파일을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서로 도움을 주기 위한 좋은 목적으로 했던 일인데 복제가 된다는 사실 때문에 범죄가 일어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작권 보호를 위해 인식 개선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트렌드에 발맞춰 출판업계에서 전자책을 만들어서 판매해주면 좋겠다”고 말한 최예진 학생은 “교재를 사서 PDF로 만드려면 학생들도 돈이 이중으로든다”고 지적했다.

고려대학교 글로벌경영전공 4학년 손승현 학생은 “학생들이 교재를 하나만 사는 게 아니고, 해당 학기에 수강하는 과목의 교재를 대부분 한 권씩 사야 한다”면서 “보통 3~4만원, 비싼 교재는 5만원을 넘기도 하는데 모든 과목 교재를 사기에는 금전적으로 부담이 크다”고 짚었다. 이어“교수님들이 수업 때 교재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PPT 자료 등으로 진행한다”면서 “책은 과제를 할 때 잠깐 보는 게 전부”라고 지적했다.

태블릿을 활용해 공부하는 문화로 바뀐 점도 큰 요인이다. 손승현 학생은 “PDF 파일을 태블릿에 담아 필기하고 공부하는 게 요즘 학생들의 공부 방식”이라며 “무거운 전공 책을 여러 권씩 들고 다니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을 따라잡지 못한 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출판 저작권을 더욱 단단하게 지키고, 축소 일로를 걷는 출판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E-book 형태의 전자책을 적극 활용하는 것 또한 출판업계의 훌륭한 대안이 될 전망이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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