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살 차이로 연금보험료 더 내라니”…‘세대 차등’ 인상 형평성 논란

김은빈 2024. 9. 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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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정부가 세대별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차등화하는 내용의 연금 개혁안을 발표하자,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세대를 10년 단위로 나눈 탓에, 고작 1살 차이로 더 많은 보험료를 부담해야 하거나 9살 차이가 나는데 같은 부담을 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회사가 보험료 절반을 내는 국민연금 제도 특성상 사업주가 50대를 고용할 때 주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9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4일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4%p 높이면서,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세대별로 차등화하는 내용의 연금 개혁안을 발표했다.

내년부터 보험료율이 4%p 단계적으로 인상되는데, 그 속도를 10세 단위로 다르게 적용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내년 50대인 가입자는 매년 1%p, 40대는 0.5%p, 30대는 0.33%p, 20대는 0.25%p 인상하는 방식이다. 50대는 1%p씩 올라 4년만에 13%에 도달하는 반면, 20대는 0.25%p씩 16년간 인상해 2040년 13% 보험료를 납부하게 된다.

연금보험료는 50대 평균 내년 3만원, 20대는 7500원 정도 오르게 된다. 2024년 기준 국민연금 가입자의 최근 3년 월급 평균값(A값)인 298만9237원을 기준으로 계산한 결과다. 구체적으로 50대는 2만9892원, 40대는 1만4946원, 30대는 9864원, 20대는 7473원의 보험료를 더 내게 된다. 

세대별 형평성을 고려한 조치다. 보험료율이 13%로 인상되면 납입 기간이 많이 남아있는 젊은 세대일수록 보험료 부담이 높다. 지난 1999년과 2008년 두 차례 연금개혁을 통해 소득대체율이 인하된 만큼 젊은 세대의 급여 혜택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도 감안했다.

실제 생애 평균 보험료율을 살펴보면, 50대는 9.6%인 반면 20대는 12.9%에 달한다. 생애 평균 소득대체율 역시 50대는 50.6%지만, 20대는 42%에 그친다. 즉 50대는 9.6%를 내고 50.6%를 받는 반면, 20대는 12.9%를 납부하고 42%만 수령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고작 하루 차이로 보험료 인상 속도 차이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내년 만 50세가 되는 1975년 12월31일생은 1%p씩 보험료가 오르지만, 이보다 한 살 어린 1976년 1월1일생은 0.5%p씩 보험료가 인상된다. 반대로 9세 차이가 나도 보험료 부담은 같아질 수 있다. 1966년생과 1975년생은 9살 차이가 나지만 같은 보험료율이 적용된다. 

특히 차등 보험료가 ‘고용 패널티’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연금 보험료의 절반을 부담하는 기업 입장에선 매년 보험료가 1%p씩 오르는 50대보단 0.5%p씩 오르는 40대의 고용을 선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50대는 주로 직장에서 은퇴할 시기로, 새 직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경우, 생애소득 감소로 노인 빈곤 취약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해외에서 시행하지 않는 제도인 건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기성세대가 상대적으로 높은 소득대체율을 보장 받았기 때문에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인데, 이들이 사적으로 (국민연금을 받지 못한) 부모를 부양하는 부담까지 졌던 것을 고려하면 청년세대 보다 특권을 누렸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한국의 50대는 은퇴 후 영세사업장에서 일하는 비율이 높은데, 보험료 인상 속도를 세대별로 차등화한다면 고용 패널티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정부는 세대 간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라는 입장이다. 이기일 복지부 제1차관은 6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연금개혁 관련 브리핑을 통해 “제도 도입 초기 우대를 받았던 40·50대가 청년층을 이해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현재 국민연금이 저부담 고급여의 기성세대와 고부담 저급여의 청년 세대 사이의 형평성 문제를 갖고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진영주 복지부 연금정책관은 “(10년 단위가 아닌) 한 살 단위로 (적용)하게 되면 제도가 너무 복잡해진다. 효과성과 형평성이 제고되는지에 대한 고민도 있다”며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쉽게 만들었다”고 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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