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하천·계곡서 물놀이만 했나요, 물고기 만나 생태계 살펴봐요
새를 관찰하는 활동을 탐조라고 하죠. 이와 마찬가지로 물고기를 관찰하는 활동을 ‘탐어’라 해요. 강이나 하천 등 물가라면 어디서나 누구든 즐길 수 있죠. 단, 물고기 잡는 것이 허락된 곳이어야 합니다. 그동안 시원한 계곡에서 물장구만 쳤다면, 이제 시선을 물속 깊이 던져보세요. 그럼, 이름 모를 물고기와 다슬기, 수서 곤충, 개구리 등이 살아가는 물속 생태계와 만날 수 있어요. 하천과 시냇가, 강은 단지 사람만의 공간이 아니에요. 여러 생물이 더불어 살아가는 삶터이고, 우리가 살아가는 생태계의 일부랍니다.
『우리 한강에는 무엇이 살까?』를 쓴 손상호 작가는 약 20년 동안 전국의 강을 돌며 민물고기와 양서·파충류 등을 관찰하고 또 배운 것들을 시민단체에서 여러 사람과 나누는 일을 하고 있어요. 탐어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가진 손 작가가 소중 학생기자단과 만났습니다. 강에서 물고기를 만나는 걸 좋아하는 변우빈 학생기자와 낚시가 취미인 이준호 학생기자가 손 작가와 함께 탐어할 장소는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에 있는 왕숙천 상류예요. 태조 이성계가 이곳에서 팔 일을 머물렀는데, 그 후로 왕숙천이라고 불렀다고 해요. 봉사천·엄현천·학림천 등 네 개의 하천이 만나는 곳이라 유량이 풍부하고 물고기가 다양해 손 작가가 즐겨 찾는 탐어 장소죠.
탐어를 위해 가슴 장화를 착용한 학생기자들은 물을 보자마자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어요. 무릎 높이의 강물은 맨눈으로도 물고기를 관찰할 수 있을 정도로 맑았죠. 내친김에 손 작가가 눈으로 물고기를 관찰해보자고 제안했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탓에 맨눈 관찰은 쉽지 않았어요. “탐어는 물고기를 잡지 않고 살펴보는 방법, 잡아서 자세히 살펴보는 방법이 있어요. 잡지 않고 하는 관찰은 물속에서 물고기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또 주변 환경과 수온, 수질, 물의 빠르기 등을 확인하며 이뤄집니다.” 손 작가가 관찰법을 소개했어요.
이어 직접 잡아보기 위해 두 개의 긴 막대 사이에 그물을 건 족대와 잡은 물고기를 담을 물통 두 가지를 준비했죠. 손 작가의 족대는 우빈 학생기자의 족대에 비할 바가 아니었어요. 우빈 학생기자와 준호 학생기자가 양쪽에서 막대 하나씩을 잡아야 할 정도로 컸죠. 두 학생기자가 족대를 잡고, 손 작가가 물고기를 몰았습니다. 손 작가는 “이때 족대보다 물고기를 모는 사람이 먼저 걸어가면 안 돼요”라고 강조하며 “왜냐하면 물고기들이 놀라서 도망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죠. 적당한 위치에 족대를 먼저 대는데, 아래쪽 그물이 들뜨지 않게 깊숙이 밀어 넣는 게 중요해요. 그 후 물고기 몰이할 사람이 족대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거칠게 몰면 돼요. ‘거칠게’라고 표현한 이유는, 물속을 들쑤시듯 마구 몰아야 풀 사이나 돌 틈에 숨은 물고기가 놀라서 뛰쳐나오기 때문이에요.
“와, 와!” 두 학생기자는 족대를 들어 올릴 때마다 소리를 질렀어요. 손 작가의 말대로 수풀 바로 앞과 큰 돌 아래에 족대를 대고 물고기를 몬지 10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스무 마리가 넘는 물고기가 걸려들었거든요. 개구리도 세 마리나 걸렸는데, 양동이에 넣자마자 금세 뛰쳐 나가버리고 말았죠. 세 사람은 강 아래쪽에서 50m쯤 위로 걸어가며 물고기를 잡았어요. 호흡이 척척 맞아서인지 금세 물통이 묵직해졌죠.
잡은 물고기를 살펴보기 위해 시원한 그늘 참에 앉았습니다. 손 작가는 물통 속 물고기를 커다란 비닐봉투에 와르르 쏟아부었어요. 특별한 장비는 아니지만, 투명한 비닐봉투에 넣으니 물고기가 더 잘 보였죠. 이어 한 마리씩 관찰할 수 있도록 고안된 작은 통에 물고기를 담아 학생기자들 눈앞에 내밀었어요. 그러자 물고기의 크기는 물론, 줄무늬, 비늘, 지느러미 무늬까지 세세한 모습이 드러났어요.
물고기를 살펴본 두 사람에게 손 작가가 어떤 특징이 보이는지 물었어요. 우빈 학생기자가 노란 줄이 보인다고 말하자 손 작가가 “몸의 노란 줄이 참갈겨니와 피라미를 구분 짓는 가장 대표적인 특징이에요. 또 위에서 보면 까만 무늬가 있는 등지느러미가 역삼각형 모양이에요”라고 맞장구를 치듯 답했죠. 설명을 들으니 참갈겨니의 특징이 확연히 구분됐어요. 이어 “참갈겨니는 피라미보다 좀 더 맑은 물에 사는 것으로 알려졌어요. 준호 학생기자가 사는 의정부시와 서울 도봉구 쪽의 하천에서도 볼 수 있죠”란 설명을 덧붙였어요. 두 번째 살펴본 물고기는 피라미입니다. 몸에 흰색 세로줄이 있고, 눈자위가 약간 붉었어요. 등지느러미는 참갈겨니처럼 까만 무늬가 없었어요. 준호 학생기자가 “입이 붉어 보여요”라며 피라미의 또 다른 특징을 찾아내자 손 작가가 관찰실력을 칭찬했죠.
계속해서 돌고기·줄몰개·대륙종개를 차례로 살피는데 새로운 물고기가 한 마리씩 나올 때마다 두 학생기자는 눈을 부릅뜨고 특징 찾기에 몰입했어요. 마치 숨은그림찾기를 하듯 말이죠. 손 작가는 소중 학생기자단의 진지한 모습에 재밌는 물고기 정보를 술술 풀어냈어요. 다 똑같은 물고기인 줄 알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죠. 나태주 시인의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시구처럼 자세히 살펴본 물고기들은 저마다 다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어요. 관찰이 끝난 물고기는 조심스럽게 다시 물속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물고기 관찰을 마무리한 손 작가는 소중 학생기자단에 ‘물고기 구조 작업’을 도울 수 있는지 물었어요. 두 학생기자 얼굴에는 궁금증이 일었죠. 손 작가는 강 정비 공사를 하면서 이곳에 인공구조물이 생겼고, 그에 따라 물고기들이 물길을 찾지 못하고 고립되어 죽어 간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어요. 물고기를 잡은 곳에서 1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한눈에 봐도 물길을 막으려고 일부러 가져다 놓은 돌들이 보였어요. 그 사이에는 여러 물고기가 햇볕에 말라 죽어 있었고, 때문에 악취도 심했죠. 절로 얼굴이 찌푸려졌어요. 곳곳에 작은 물웅덩이에는 살려고 발버둥 치는 물고기들도 보였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뜰채를 들고 달려든 우빈·준호 학생기자가 살아있는 물고기를 강으로 나르기 시작했습니다. 한 번, 두 번… 뙤약볕도 개의치 않고 부지런히 물고기를 구조했지만 모든 물고기를 살릴 수는 없었어요. 안타까운 마음을 남긴 채 구조 활동을 마쳤죠.
손 작가는 마지막으로 “탐어를 하면서 단순히 어떤 물고기가 어디에 사는지를 아는 것보다는 물고기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결국엔 물고기가 사는 환경으로까지 관심이 넓어졌으면 좋겠어요”라고 당부했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물고기가 사는 생태계 보전을 위해서는 자연 그대로의 환경을 가꾸는 게 필요하다는 걸 가슴에 새기며 탐어 취재를 마무리했습니다.
동행취재=변우빈(경기도 화남초 5)‧이준호(경기도 홈스쿨링 중1) 학생기자
■ 손상호 작가의 탐어 관련 추천 도서
「
『우리 한강에는 무엇이 살까?』
손상호 글, 손근미 그림, 청어람미디어
‘물고기들의 집’ 한강에는 다양한 물고기가 살고 있다. 조금만 관심을 두면 우리나라 하천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물고기에 대해 소개한다. 탐어 활동에 챙기면 좋은 책.
『물고기가 사라진 세상』
마크 쿨란스키 글, 두레아이들
어린이들이 바다와 물고기 그리고 지구를 살리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책. 물고기들의 멸종에 대한 경고와 바다를 살릴 수 있는 희망이 담겨있다.
『솔로몬 왕의 반지』
콘라드 로렌츠 글, 간디서원
노벨상을 받은 동물학자 콘라드 로렌츠가 물고기·새 등 여러 동물의 행동을 관찰해 책으로 엮었다. 단순한 관찰을 넘어 동물과의 소통을 추구했던 작가의 시선이 따스하다.
」
■ 소중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 이번 취재는 탐어였어요. 평소에 계곡을 자주 가는데 물고기를 잡아본 적은 있지만, 종류나 이름은 몰랐죠. 손상호 작가님은 하천에 많은 종류의 물고기들과 그 외에도 많은 생명이 산다고 알려주셨어요. 탐어를 하다 보니, 구조물 때문에 죽어가는 물고기가 많아 마음이 아팠는데요. 그중 살아있는 물고기를 구해주는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소중 친구 여러분도 집 근처에 하천이나 물가에 물고기를 관찰해보는 건 어떨까요.
-변우빈(경기도 화남초 5) 학생기자
평소 낚시를 좋아하기 때문에 탐어 취재가 매우 기대됐어요. 4개의 하천이 만나는 남양주 왕숙천에는 여러 민물고기가 있었죠. 학생기자들이 족대를 잡고 있으면, 손상호 작가님이 돌이나 흙을 마구 발로 파헤치며 물고기를 몰아주셨어요. 참갈겨니·피라미 등 네다섯 종류 물고기를 잡았는데 각 물고기의 특징을 통해 물고기 구별법도 배울 수 있었죠. 돌들 때문에 물길이 막힌 마른 웅덩이들이 있었는데 그곳에는 많은 물고기가 죽어 있더라고요. 작가님께서 살아 있는 물고기를 구조하자고 말씀하신 덕에 작은 손길이나마 생명을 구할 수 있어서 뿌듯했습니다.
-이준호(경기도 홈스쿨링 중1) 학생기자
」
글=강미숙 객원기자 sojoong@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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