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선·전민철 vs 박세은·김기민… 발레 ‘라 바야데르’ 역대급 캐스팅
화려한 무대가 특징… 두 발레단 버전은 안무 구성 비슷하나 결말 달라
프랑스어로 인도의 무희를 뜻하는 ‘라 바야데르’는 발레의 블록버스터로 꼽힌다. 화려한 무대세트와 백명이 훌쩍 넘는 출연진이 나오기 때문이다. 제작비가 많이 드는 대작인 만큼 자주 무대에 오르지 못한다. 그런데 올가을 공교롭게도 한국의 양대 발레단인 유니버설발레단과 국립발레단이 ‘라 바야데르’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한달 간격으로 공연한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오는 27~29일, 국립발레단은 10월 30일~11월 3일 관객과 만난다. 또 유니버설발레단은 지난해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자 강미선과 최근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입단이 결정된 전민철, 국립발레단은 파리오페라발레 에투알(수석무용수) 박세은과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 등 스타 무용수를 전면에 내세우는 등 역대급 캐스팅을 준비했다.
‘라 바야데르’는 클래식 발레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리우스 프티파가 1877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황실극장(지금의 마린스키극장)에서 안무했다. 고대 인도를 배경으로 힌두 사원의 무희 니키야와 전사 솔로르, 솔로르의 약혼녀인 감자티 공주, 니키야를 짝사랑하는 최고승려 브라만의 엇갈린 사랑과 비극적 결말을 다루고 있다. 신분 차가 있는 남녀의 사랑이 비극적 결말로 끝난다는 점에서 ‘동양의 지젤’이라고도 불린다.
‘라 바야데르’에는 무희들의 부채춤, 물동이춤, 앵무새춤 그리고 전사들의 북춤과 황금신상의 춤 등 시선을 끄는 춤이 많다. 니키야가 약혼식에서 꽃바구니를 가지고 추는 솔로춤이나 솔로르와 니키야의 아름다운 2인무도 인기가 높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작품의 백미는 환각 상태에 빠진 솔로르가 죽은 니키야를 만나는 ‘망령들의 왕국’ 부분이다. 32명의 발레리나가 경사진 언덕을 내려오면서 아라베스크 팡셰(댄서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긴 라인의 절정을 보여주는 포즈)를 반복하는 이 장면은 발레 역사상 최고의 군무 가운데 하나다.
초연 당시 ‘라 바야데르’의 결말은 환각에서 깨어난 솔로르가 감자티와 결혼을 올리던 중 사원이 붕괴해 모두 죽는 것으로 끝난다. 하지만 소비에트 혁명 이후 등장한 개정판은 사원의 붕괴를 뺀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환각에 빠진 솔로르가 니키야를 따라 망령들의 왕국으로 떠나면서 끝이 난다. 소련에서만 공연되던 ‘라 바야데르’가 서방에서 인기 레퍼토리가 된 것은 1970년 망명한 발레리나 나탈리아 마카로바 덕분이다. 마카로바 버전은 사원의 붕괴 장면을 부활시켰다. 한국에서 유니버설 발레단과 국립발레단은 둘다 사원 붕괴 장면이 없지만, 결말이 다르다. 유니버설 발레단 버전이 솔로르가 죽음을 통해 사랑을 완성한다면 국립발레단 버전은 솔로르가 꿈에서 깨어나 비통해하는 것으로 끝난다.
유니버설 발레단은 1999년 마린스키 발레단을 거쳐 유니버설 발레단 예술감독을 맡았던 올레그 비노그라도프 안무로 이 작품을 선보였다. 당시 기준으로 한국 발레 역사상 최대 제작비였던 8억여원을 투입하고 150여명이 출연해 화제가 됐었다. 기존의 마린스키 발레단 버전을 따른 만큼 웅장한 무대세트와 보석으로 치장한 코끼리, 400벌 넘는 화려한 의상 등 볼거리가 많다.
유니버설 발레단은 올해 창단 40주년을 기념해 ‘라 바야데르’를 6년 만에 선보인다. 올해는 5회 공연의 캐스팅이 모두 달라서 공연마다 다른 분위기를 풍길 것으로 보인다. 니키야와 솔로르 역에는 강미선-콘스탄틴 노보셀로프 , 엘리자베타 체프라소바-이동탁 , 홍향기-이현준, 서혜원-강민우, 이유림-전민철이 차례로 나선다. 특히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3학년인 전민철은 이 작품이 첫 전막 주역 데뷔여서 주목된다.
반면 국립발레단은 국립극장 전속단체 시절이던 1995년 ‘라 바야데르’를 올린 적 있지만 레퍼토리로 보유하게 된 것은 2013년 볼쇼이 발레단 예술감독이었던 유리 그리가로비치가 안무하면서다.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에는 120여 명의 출연진과 200여 벌의 의상이 동원된다. 대형 코끼리가 나오고 군무가 돋보이는 유니버설 발레단 버전에 비하면 화려하지는 않지만, 주역 무용수들의 인물 묘사와 함께 조연에게도 존재감을 강조한 것이 장점이다.
니키야 역에 박세은과 함께 조연재·안수연이 출연하며, 솔로르 역에 김기민 외에 허서명·하지석이 캐스팅됐다. 박세은과 김기민은 2009년 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와 2010년 유니버설발레단 ‘라바야데르’에서 파트너로 출연한 적 있다. 특히 박세은은 2021년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동양인 최초로 에투알이 된 이후 한국에서 처음으로 전막 발레에 출연한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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