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TV토론 양날의 검" "트럼프는 못해도 본전" [美 대선 판세분석]
중앙일보가 7일(현지시간) 심층 서면 및 전화 인터뷰를 진행한 미국 정치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 가능성에 조심스럽게 무게를 실으면서도 승패는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대선 결과를 좌우할 7개 경합주(swing state)의 승패 여부를 개별적으로 예측한 뒤 이를 종합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특히 경합주 가운데서도 핵심으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와 조지아의 경우 7일(현지시간) 기준 59일을 남겨둔 11월 5일 대선까지 여론의 흐름이 여러번 요동칠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10일 예정인 해리스와 트럼프 전 대통령의 TV토론은 해리스에게 '기회이자 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터뷰에는 시다 스코치폴 하버드대 교수, 종합컨설팅기업 DGA그룹 산하 올브라이트 스톤브릿지의 댄 로젠탈 전무, 민주당 출신 로비스트 샌더 루디 파트너, 미국 정치 전문가 서정건 경희대 교수, 미국 정치에 오래 참여해온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가 참여했다.
“‘표 쏠림’ 없다…누가 이겨도 ‘박빙’”
미국의 대선은 50개 주별 인구에 비례해 배정된 538명의 선거인단 중 과반인 270명을 확보하는 쪽이 승리하는 간접 선거로 진행된다. 선거분석 사이트 ‘270투윈(270towin)’의 집계 기준 현재 해리스 부통령은 캘리포니아(54명) 등 226명의 선거인단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텍사스(40명) 등 219명의 선거인단을 각각 확보했다. 270명까지 해리스는 44명, 트럼프는 51명을 남겨놓고 있다.
승패를 확정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경합주는 북부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의 펜실베이니아(19명), 미시간(15명), 위스콘신(10명)과 남부 선벨트로 불리는 조지아(16명), 노스캐롤라이나(16명) 애리조나(11명), 네바다(6명) 등 7개다. 남은 선거 기간 양 측은 이곳의 93명 선거인단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2016년(트럼프 전 대통령)과 2020년 대선(조 바이든 대통령)에선 승자가 7개 경합주 대부분을 석권하며 당선됐다. 그러나 이번엔 ‘경합주 싹쓸이’는 어려울 거란 전망이 많았다. 스코치폴 교수는 “7개 모든 경합주가 접전이고, 변수에 따라 결과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루리 파트너는 “현재로서는 해리스가 270명을 확보해 승리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반대로 트럼프가 승리해도 270 대 268의 승부가 될 것”이라고 했다.
“남북 분할” vs “펜실베이니아·조지아 모른다”
전문가들의 예상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해리스와 트럼프가 각각 러스트벨트와 선벨트를 분점하거나, 트럼프가 북부 펜실베이니아에서 이기고 남부 조지아에선 해리스가 이기는 시나리오다. 전자의 경우 해리스, 후자는 트럼프가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
서정건 교수와 루디 파트너는 ‘남북 분할’ 시나리오를 예상했다. 서 교수는 “바이든 때 트럼프가 펜실베이니아에서 약진했지만, 해리스에 대한 소수인종 투표율이 높아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전망했다. 루디 파트너는 “해리스가 노리는 남부 조지아의 흑인 투표율은 7개 경합주 중 가장 높지만 아직 흑인 유권자의 유의미한 결집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로젠탈 전무와 김동석 대표는 펜실베이니아와 조지아의 ‘실제 주인’이 각각 해리스와 트럼프가 다소 우세를 보이는 현재의 여론조사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로젠탈 전무는 “트럼프가 펜실베이니아의 다수인 백인 노동자층의 강한 결집을 이끌어내고 있는 반면, 인근 해리스의 핵심 지지층인 여성 유권자들의 결집도는 상대적으로 약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현재까지 펜실베이니아에서 해리스가 박빙의 우세를 보이는 것에 대해선 “지난 2번의 대선에서 경험한 것처럼 여론에 잡히지 않는 1.5~2% 남짓의 ‘샤이 트럼프’ 표심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석 대표는 최대 격전지 펜실베이니아 상황에 대해 “수압파쇄법(세일가스 채취 방식)에 대한 해리스의 어정쩡한 입장으로 경제 이슈가 부각된데다 트럼프가 유튜버까지 관리하는 여론전을 벌이며 트럼프에게 유리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조지아에 대해선 “공화당이지만 반(反)트럼프 성향인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 변수와 낙태이슈, 최근 총기사건의 영향 등이 해리스에 유리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선벨트에 속한 애리노자와 네바다에서 주(州) 헌법에 낙태권을 포함할지 여부를 놓고 주민투표가 대선과 함께 진행된다”며 “낙태 이슈가 부각될 경우 박빙인 조지아가 해리스 쪽으로 기울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스코치폴 교수는 대부분의 경합주에서 해리스가 박빙으로 승리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TV토론은 해리스에게 기회이자 위기”
오는 10일 TV토론과 관련해선 해리스에게 ‘기회이자 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많았다. 스코치폴 교수는 “TV토론은 인지도가 낮은 해리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번 토론 이후 추가 토론은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TV토론에서 패한 후보가 추가 토론을 회피하거나, 승리한 후보 역시 토론 요청을 거부하게 될 거란 설명이다.
서정건 교수는 “경합주엔 무당파 비율이 높고 이들의 20%는 향후 표심을 바꿀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TV토론은 트럼프보다는 해리스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거나 반대로 의구심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게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동석 대표는 “트럼프는 토론을 잘 못해도 본전이지만, 해리스는 잘 해도 본전”이라며 “지지율 변화가 거의 없는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 사퇴 후 해리스의 지지율이 급등했는데, 이는 작은 실수로도 지지율이 한꺼번에 빠질 수 있다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상황”이라고 했다.
트럼프에 대해선 ‘검사 대 범죄자’ 프레임을 강조하는 해리스에게 대항하는 과정에서 욕설과 혐오 등이 부각돼 노출될 경우 전국 지지율에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공통적으로 나왔다.
제1 변수는 ‘전쟁’…펜실베이니아 개표 상황도 영향
전문가들은 향후 표심에 급격한 변화를 초래할 수 있을 만한 변수로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에서 진행 중인 ‘2개의 전쟁’을 꼽았다. 전황이 악화될 경우 해리스, 반대로 휴전 등이 성사되면 트럼프에게 각각 불리한 요소가 될 수 있다.
다만 로젠탈 전무는 “전쟁 등 예상 가능한 변수보다는 정말 의외의 변수가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며 “남은 기간 중동국가의 트럼프측 해킹, 불법 이민자의 돌발적 중대 범죄, 후보들의 사생활 폭로 등 예상치 못했던 변수는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정건 교수는 “선거 구도가 흑인과 백인, 남성과 여성의 프레임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태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경우 흑백 인종간 강한 반발과 결집이 상호간에 나타나며 예상 외의 큰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밖에 루리 파트너는 “테일러 스위프트 등 특히 젊은층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유명 인사의 지지 선언이나, 경제 지표들이 의외의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동석 대표는 “워낙 박빙의 상황에서 시차 때문에 먼저 개표가 시작되는 펜실베이니아의 선거 결과가 중남부 경합주의 선거 당일 막판 표심 결집 또는 투표 포기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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