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동훈 1792건 원희룡 428건...한, 대표 만든 건 조직 아닌 '소액후원'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대표에게만 약 1800건의 소액 후원이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 대표는 당원에게 직접 홍보하는 문자 발송에는 700만원만 쓴 대신 홍보물에 수천만원 예산을 쓰는 공중전으로 승리를 낚아챘다.
중앙일보가 정보공개 청구에 따라 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받은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회계보고서에 따르면 나경원·원희룡·윤상현·한동훈 4명의 후보자는 평균 1억9800만원을 선거 비용으로 지출했다.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이 2억5100만원, 한 대표가 2억1500만원으로 씀씀이가 컸다. 윤상현(1억7600만원)·나경원(1억5000만원) 의원이 그 뒤를 이었다.
다만 한 대표와 원 전 장관의 선거 전략은 정반대였다. 한 대표는 대중을 상대로 한 공중전에, 원 전 장관은 당원을 겨냥한 조직 선거에 집중했다. 원 전 장관은 총 지출액의 56.4%(1억4200만원)를 문자 발송에 썼다. 약 84만명 당원에게 문자(1건 30원 기준)를 5번 보낼 수 있는 금액이다. 반면 한 대표가 문자 발송에 쓴 비용은 700만원에 불과했다. 원 전 장관의 20분의 1 수준으로 나경원(8120만원)·윤상현(4730만원) 의원의 문자 발송 비용보다 적었다.
한 대표는 대신 홍보물 제작에만 3080만원을 썼다. 지역별 합동연설회 때 설치한 배너와 현수막, 공보물에는 3630만원이 들었다. 프로필 사진 촬영과 헤어·메이크업에도 220만원을 지출했다. 고비용의 문자 발송 대신 이미지 제고와 공중전으로 대세론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 전 장관은 홍보물 제작에는 한 푼도 쓰지 않았으며 현수막과 배너 제작에 100만원을 썼다.
후원금 모금도 차이가 컸다. 4명의 후보 모두 후원금 상한액(1억5000만원)을 채웠지만 한 대표는 소액 후원이, 세 후보들은 고액 후원이 중심이었다. 한 대표 후원회는 총 1억7200만원을 모금, 1792건의 영수증을 발행했다고 보고했다. 한 건당 평균 9만6000원꼴이다. 한 대표는 7월 1일 후원금 모금 시작 8분 만에 상한액을 채웠다. 후원금 1억5000만원을 모금한 원 전 장관의 영수증 발행 건수는 428건이었다.
고액 후원자(연간 300만∼500만원 기부)는 윤상현 의원이 17명으로 가장 많았다. 윤 의원 후원금 1억5200만원 중 고액 후원 비율이 55.9%(8500만원)에 달했다. 고액 후원자는 나 의원이 11명, 원 전 장관이 9명이었고, 한 대표는 1명에 그쳤다. 현역 의원 중에서는 강민국·구자근 의원이 원 전 장관에게 각각 500만원씩 후원하며 원내 우군(友軍)을 자처했다.
최고위원으로 당선된 장동혁·김재원·인요한·김민전 최고위원과 진종오 청년최고위원은 1인당 평균 6230만원을 선거 비용으로 썼다. 후원회를 별도로 만들지 않은 인요한 의원을 제외하면 김재원 최고위원이 1억3100만원으로 가장 많은 후원금을 모금했다. 장동혁(8500만원), 진종오(2100만원), 김민전(2100만원) 의원 순으로 후원금 모금액이 많았다. 다만 영수증 발행건수는 한 대표의 러닝메이트를 자처한 장동혁 의원이 1280건으로 가장 많아 한 대표와 같은 소액 후원금 쏠림 현상을 보여줬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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