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해리스의 말 바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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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지저분하고 이기적인 활동으로, 정책은 공익을 위한 고상한 활동으로 여기는 건 실수다. 민주주의에선 성공적인 정치 없는 좋은 정책은 불가능하다." 조지타운대의 E J 디온 주니어 교수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입장 번복' 논란을 해명하며 한 말이다.
이에 대한 지적에 해리스는 "내 가치관은 변하지 않았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믿는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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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지저분하고 이기적인 활동으로, 정책은 공익을 위한 고상한 활동으로 여기는 건 실수다. 민주주의에선 성공적인 정치 없는 좋은 정책은 불가능하다.” 조지타운대의 E J 디온 주니어 교수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입장 번복’ 논란을 해명하며 한 말이다.
해리스는 2020년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셰일가스 채굴 공법인 프래킹(수압파쇄)을 금지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최근 CNN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되면 금지하지 않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이에 대한 지적에 해리스는 “내 가치관은 변하지 않았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믿는다”고 해명했다.
비판자들은 해리스가 관련 산업이 활발한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의 표심을 고려해 입장을 번복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디온 교수는 가치 실현을 위한 연합 구축과 정책 조정 과정으로 이를 옹호했다. 프래킹은 환경론자들에게는 ‘악’으로 여겨지지만, 다른 기후변화 대응 조치를 실현해 그 효과를 보완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리스는 프래킹에 대한 해명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언급하며 1조 달러 이상의 청정에너지 투자가 가능해졌다고 강조했다. 이 법안은 기후변화 대응을 일자리 창출과 연계한 방식으로 구성, 녹색 정책에 반대해 온 공화당 의원들의 찬성까지 끌어냈다. 법안 효과를 확인한 공화당 하원의원 18명은 최근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에게 “에너지 세액 공제가 혁신을 촉진하고 투자를 장려했다”며 대선 이후에도 법안을 폐지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서한까지 보냈다.
디온 교수는 “기후행동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프래킹 금지 같은 요구가 다른 모든 것을 침몰시킬 수 있다는 점을 깨닫고, 조정을 통해 다른 많은 것을 최대치로 얻었다”고 평가했다. 그의 말처럼 해리스의 타협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포괄적 성과를 달성하기 위한 조정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해리스는 구체적인 공약 대신 포괄적 가치만을 강조하는 모호한 캠페인 전략으로 진정성에 의문도 제기된다. 여러 유권자 집단을 만족시키려는 포석으로 정책 선명성을 희석한다는 비판이다. 외신들은 그녀를 ‘유명하지만 역사상 가장 잘 알려지지 않은 후보’라고 조롱한다. 양당 후보에 반감이 있는 격전지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우리가 아는 악마(트럼프)”와 “우리가 모르는 악마(해리스)” 중 선택해야 하느냐는 불만도 나온다고 한다.
해리스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반대한 것은 정치적 계산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을 강화한다. 이번 논란은 US스틸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한 또 다른 미국 철강회사 클리블랜드-클리프스가 주도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클리블랜드-클리프스는 US스틸을 인수하면 미국 고로 생산 100%, 전기차 모터용 철강 100%, 자동차용 철강 65~90%를 통제할 수 있다고 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독점 우려와 철강 비용 상승을 경고해 왔다. 트럼프가 노조 유권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엉뚱한 애국심을 자극하며 반대 의견을 던지자 해리스도 원칙을 훼손하며 따라갔다는 지적이다.
해리스의 우클릭을 선거 공학의 일환으로 볼지, 현실을 인정한 정책 조정으로 볼지는 11월 유권자들이 결정할 것이다. 하지만 그의 모호한 행보는 컨벤션 효과를 조기에 소멸시키고, 캠페인의 활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해리스의 변심은 극단적으로 분열된 정치 환경의 산물이기도 하다. 미국 정치에서 합리적인 정책 조정의 공간은 점점 축소되고, 표를 위한 선택만이 우선시되는 현실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웅빈 국제부 차장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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