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하지 않아" 비행기 탑승 막혔다…입국 막은 홍콩 속내는
홍콩이 이른바 ‘바람직하지 않은 승객’(undesirable passengers)의 홍콩행 항공기 탑승을 막는 정책을 시행한다. 외신기자와 인권 운동가, 홍콩과 중국에 비판적인 인사들의 입국을 더욱 손쉽게 봉쇄하기 위한 조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6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3일 홍콩 이민국(입경사무처)은 ‘사전 승객 정보 시스템’이 100여개 항공사와의 프로그램 연계 작업으로 약 12개월의 과도기를 거쳐 내년 9월 1일부터 본격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항공사들은 ‘사전 승객 정보 시스템’에 따라 홍콩행 항공기 체크인 과정에서 홍콩 이민국에 승객의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민국은 이 정보를 받아본 뒤 즉시 ‘바람직하지 않은 승객’으로 자체 판단한 승객에 대해 탑승을 거부하도록 항공사에 지시한다.
RFA는 이 시스템에 대해 외국 기자들과 국제단체 회원, 인권 운동가 등 홍콩 당국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기는 인물의 홍콩 입국을 더욱 손쉽게 막기 위한 조치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전했다.
이어 “홍콩이 두 개의 국가보안법을 시행하면서 평화로운 반대 활동과 함께 당국에 대한 비판을 효과적으로 금지한 상황에서 이 새로운 규정은 홍콩 주민이 아닌 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홍콩은 약 170개 국가·지역 여권 소지자들에게 7∼180일 무비자 여행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홍콩 당국은 지난 4월 국가보안법 재판 방청을 위해 입국한 ‘국경없는 기자회’ 소속 직원을 공항에서 돌려보내는 등 최근 몇 년간 일부 외국 기자와 인권운동가들 입국을 거부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 마야 왕 부국장은 “‘바람직하지 않은 승객’에는 싱크탱크 직원이나 민주 활동의 후원자, 반체제 인사로 알려진 이들의 가족과 친구도 포함될 수 있다”면서 “이는 사람들이 홍콩 정부가 수배령을 내린 활동가들의 주변에 머무는 것을 두려워하고 그들과 절연하길 원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콩의 전반적인 사회정치적 시스템은 국가보안법 아래에서 재편됐다”고 지적했다.
홍콩 당국이 현상금을 내건 수배자인 해외 망명 인권운동가 안나는 RFA에 해당 조치가 외국 기자들과 국제단체 등 홍콩 당국이 종종 '적대적 외국 세력'으로 간주하는 이들에 가장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홍콩 정부는 그들의 입국을 허용할 경우 홍콩의 인권 탄압에 대해 말할 기회를 줄까 우려한다”며 “이는 국가안보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홍콩 당국은 당연히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막으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해외 망명 사업가 엘머위앤은 “홍콩의 쇠퇴하는 권리와 자유에 대해 말하는 누구라도 해당 시스템의 타깃이 될 수 있다”며 “홍콩 당국은 심지어 중국 본토보다도 더 엄격히 이를 시행할 듯하다”고 지적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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