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료계도 무리한 조건 거두고 정부는 인내심 발휘를
모처럼 대화 가능성이 열린 의대 정원 문제가 의료계의 과도한 전제 조건 요구와 정부의 경직된 태도로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국회와 정부·의료계가 참여하는 여·야·의·정 협의체 제안에 대해 대통령실이 지난 6일 긍정적 반응을 내면서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보였다. 의료계만 수용하면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그러나 의료계의 이후 반응은 실망스럽다.
대한의사협회 측에선 ‘2025년 의대 정원의 원점 재논의’를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발표된 입학 정원을 원점으로 되돌리면 엄청난 부작용이 불가피하다. 백번 양보해 의협 주장대로 재논의가 가능하다고 해도 이는 협의 테이블에서 따져봐야 할 사안이다. 시작 전부터 원점 재논의를 받아들이라는 요구는 협의하지 말자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
“대통령 사과” “2025년 정원 재논의” 요구 과도해
의료계 곳곳에서 쏟아내는 사과 요구도 마찬가지다. “의료계와 대화에 최소한의 진정성이 있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 막말·실언을 일삼은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 박민수 차관, 장상윤 사회수석을 즉각 파면하라”는 경기도의사회의 입장은 해결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뿐이다.
의사들 주장대로 정부가 무리한 방식으로 의대 증원을 밀어붙여 국민 건강과 의사 양성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면, 이런 위험을 최소화하는 책무는 의료계에도 있다.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이후 많은 환자가 응급실을 찾다가 숨졌다.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하는 중증 환자들의 고통도 막심하다. 의사의 꿈을 품고 의대에 진학했으나 강의실 밖을 떠도는 의대생들은 또 어떤가. 꼬일 대로 꼬인 실타래는 대화로 풀 수밖에 없다. 여·야·의·정 협의체가 합리적인 대안을 찾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정부도 감정적 대응 자제하고 해결 실마리 찾아야
정부 역시 감정적 대응을 자제해야 한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7일 “더 정확히 알려드린다”며 “의료계가 과학적 근거에 의한 합리적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재논의는 불가하다”는 자료를 냈다. 굳이 이런 전제를 달 필요가 있었을까. 응급실은 위태로워지고 있다. 군의관까지 투입했으나 어려움을 호소하며 응급실에서 이탈하는 사례가 잇따른다. 정부에선 군의관의 경우 과실로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배상 책임이 면제된다고 밝혔으나 언제까지 이런 미봉책으로 버텨 나갈지 의문이다. 정부는 이미 2025년 정원 확대와 간호법 통과를 관철한 만큼 인내심을 갖고 의료 정상화에 집중해야 한다.
정치권 중재로 어렵게 마련된 협상 기회를 놓치면 의료계와 정부 모두 궁지에 몰릴 뿐이다. 국민을 벼랑 끝으로 모는 자존심 싸움은 멈춰야 한다. 이런 국면에서 여·야·의·정 협의체 제안을 “환영한다”고 한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의 성명은 다행스럽다. 이 같은 합리적 목소리를 증폭시켜 7개월간 지속된 국민의 고통을 끝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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