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이 시게토의 마켓 나우] 퇴임하는 기시다 일본 총리의 경제적 유산
이번 달 퇴임하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사진) 일본 총리의 경제 정책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현재 진행 중인 임금 주도 성장과 안정적인 인플레이션에 대한 그의 기여를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 그의 재임 동안 임금 상승이 가속화된 것은 단지 노동력 부족이 구조적으로 더욱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기시다가 재임 동안 주도한 가장 중요한 변화는 2023년 3월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를 일본은행(BOJ) 총재로 임명한 것과 이에 따른 통화정책 정상화를 수용해 장기간 지속된 초저금리 정책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통화 완화만으로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단순한 주장은 이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2012~2020년) 말기에 영향력을 상실했는데, 기시다는 통화정책 정상화라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지금 이 시점까지 상당히 진전시켰다.
기시다는 또한 정책 결정에 있어 ‘시장규율’(시장 메커니즘을 통한 시장 참여자들 행동의 자연스러운 규제)을 되살리는 길을 열어 재정 정책 측면에서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일본은행이 금리를 인상하고, 더 중요하게는 일본 국채(JGB)의 대규모 매입을 종료하도록 허용했다. 따라서 앞으로 재정 정책 결정은 점점 더 채권 시장이나 ‘채권 자경단’(정부 재정 정책에 국채 대량 매도 등을 통해 민감하게 대응하는 투자자들)의 반응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여당 내 약한 정치적 기반과 역사상 최저 수준인 정부 지지율이 주된 원인이 되어, 기시다의 재정 정책은 단기적인 지원 정책에 초점을 맞추는 가운데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시장규율의 부활은 재정 건전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한편, 단기적인 경기 부양책과 장기적인 재정 건전성 사이의 균형은 정치인에게만 맡겨둔다면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다.
기시다 집권 기간에 일어난 또 다른 주요 변화는 더욱 적극적인 가계의 투자 행태다. 이전에는 은행 예금과 보험 상품에 집중되어 있던 막대한 규모의 가계 자산이 국내외 주식과 채권 같은 위험 자산으로 이동했다. 이러한 투자 행태의 변화 현상은 금융 측면에서 일본 경제의 역동성을 되살리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동시에, 전통적으로 은행과 보험회사를 통해 일본 국채 시장을 지탱해 온 국내 저축이 국내외 주식시장, 해외 채권시장, 대체 투자 상품 등 다른 곳으로 다각화될 것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일본의 장기 금리와 환율의 변동성을 증가시킬 것이며, 경제 정책 운용에 있어 시장규율을 강화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나가이 시게토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일본 대표·전 일본은행 국제국장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몸무게 100㎏, 섭외는 뚝" 송일국 8년 백수생활 그 뒤 | 중앙일보
- 황재균 포착된 술집, 헌팅포차였다…'지연과 이혼설' 재점화 | 중앙일보
- 김정일 죽자 "원수도 문상"…남한 스파이는 35만원 부조했다 | 중앙일보
- "살려줘" 베트남서 폭행 당한 韓유튜버…귀국 후 응급실 뺑뺑이 | 중앙일보
- 2억 신차를 "7000만원에 샀다"…연두색 번호판 피하려 이런 꼼수 | 중앙일보
- 이혼 소송서류 은행에 내야, 별거할 집 전세대출 된다 [요지경 대출정책] | 중앙일보
- [단독] "대화창에 하트"…용산 뒤집은 4급 공무원 불륜 사건 | 중앙일보
- 목 상처 보고 "어제 격렬했냐"…직장인 5명 중 1명 '성희롱 경험' | 중앙일보
- 이병헌·김태희도 몸 담갔다…'남녀 혼탕' 온천 이용법 | 중앙일보
- 고1이라고 속이고 초등생 성폭행한 20대…병도 옮겼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