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不忮不求(불기불구)
2024. 9. 9. 00:14
외출복이라고는 한두 벌 뿐이라서 A는 매번 그 차림인데 부자 친구는 만날 때마다 명품 옷이 바뀐다. 처음엔 부럽다가 차츰 미워진다. 차려입은 명품 옷에 커피라도 쏟는 일이 발생했으면 좋겠다. 어느 날, 다른 친구를 만났더니 그 친구가 엊그제 부자 친구가 입었던 비싼 옷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나왔다. 웬 옷? “부자 친구가 ‘난 이 옷 싫어졌다’면서 주었다”고 한다. 바짝 욕심이 생겼다. A도 그 친구에게 잘 보여서 명품 옷을 얻어 입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커피라도 쏟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마음이 ‘기(忮:해칠 기)’이고, 그 친구에게 잘 보여서 얻어 입어야겠다는 생각이 ‘구(求:욕심낼 구)’이다.
제자 자로는 해진 솜옷을 입고서도 담비 가죽 옷을 입은 친구 앞에서 부끄러움도 부러움도 전혀 없었다. 공자는 그런 자로를 『시경』에 나오는 “불기불구(不忮不求: 해치려고도 않고 탐내지도 않음)” 구를 들어 칭찬했다. 자로는 좋아서 스승께서 칭찬한 말인 “불기불구(不忮不求)”를 평생 외울 양으로 뻐겼다. 공자가 타일렀다. “그렇게 외우기만 하면 실천이 된다던?”
불기불구! 확고한 자기신념만이 시기도 아부도 없는 진정한 자유와 마음의 평화를 준다. 친구의 명품 앞에서 쭈뼛거릴 이유, 하나도 없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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