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사교육 경쟁과 출산율
자원이 부족한 좁은 땅에 많은 사람이 모여 살다 보니 우리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 항상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 내가 부족하고 뒤처진 것은 받아들여도 금쪽같은 내 자식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학원비를 아끼는 것은 죄책감이 든다. 무리해서라도 좋은 교육을 시키려 애쓰다 보니 사교육비 부담에 허리가 휜다. 최소한 다른 사람들만큼 교육을 시킬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아이를 낳지 않는 선택을 한다.
필자는 지난 6월 독일과 영국의 공저자들과 한국에서 지나친 사교육 경쟁으로 인해 출산율이 낮아진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소득이 가장 높은 그룹이 자녀 한 명당 소득의 7%를 교육비로 쓸 때 소득이 가장 낮은 그룹은 11%를 쓰고 있었다. 높은 사교육 부담은 소득이 낮은 가구의 출산을 더욱 억누른다. 자녀가 없는 무자녀 가구 비율은 최저소득 그룹에서 5.3%로 최고소득 그룹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고소득층이 사교육 지출을 늘리면 내 자녀가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저소득층도 덩달아 사교육을 시킬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사교육 경쟁을 없애면 출산율이 28% 상승하고 최저소득 그룹의 무자녀 비율은 0.2%로 낮아지는 것으로 예측되었다. 아이를 안 낳는 것이 아니라 사교육비 부담 때문에 못 낳는 것이었다.
과거 정부는 과외 금지라는 파격적인 정책까지 시행했었지만, 사교육을 억제하려는 노력은 모두 실패했다. 27조원이 넘는 사교육 시장에서 학원들은 규제를 우회해 살아남는 방법을 어떻게든 찾아낸다. 대학 이름과 전공에 따라 아이의 미래 소득 격차가 기하급수적으로 크게 벌어지는 사회구조 안에서 교육열을 잠재우기란 불가능하다. 근본적으로는 소득 격차를 줄여나가야 하겠지만, 당장은 사교육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사실 사교육 자체는 사회악이 아니다. 경쟁 또한 그 자체로는 악한 것이라 할 수 없다. 정도를 지나친 사교육 경쟁으로 인해 능력을 갖추었는데도 경제력과 지역에 따라 억울하게 뒤처지는 학생이 생기는 것이 문제이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학생들도 우수한 사교육 시스템에 접근해 합당한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사다리를 놓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소외계층 아이들이 양질의 사교육에 접근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서울시의 ‘서울런’ 정책을 주목할 만하다. 이 같은 정책을 확대하면 소득과 지역에 따른 교육 격차를 해소하고 사교육비로 출산을 망설이는 가정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성은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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