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도중 앙코르 말라’ 게오르기우, 공연 일시 중단
오페라 ‘토스카’ 공연이 열린 8일 저녁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유명한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의 마지막 무렵이었다. 무대 위 테너 김재형의 노래가 끝나기도 전에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기우(59)가 무대에 나와 손을 휘저었다. 지휘자 지중배는 음악을 이어나갔고, 게오르기우의 몸짓은 더 격렬해졌다. 그리고 오케스트라 연주가 멈췄다. 게오르기우는 큰소리로 “이건 독창회가 아닙니다. 퍼포먼스예요! 나를 존중해주세요!”라고 외쳤다. 청중이 웅성거리는 사이 오페라는 이어졌다. 테너와 소프라노가 재회하는 장면이었다.
게오르기우의 이례적 행동은 무대 인사인 커튼콜에서도 이어졌다. 출연자들이 차례로 나와 인사했는데, 게오르기우는 이어지는 박수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모습을 잠깐 드러냈던 그는 무대 중앙까지 오지 않은 채 다시 들어갔다. 그를 제외한 출연진이 청중에게 인사하고 막이 내렸다.
문제는 공연 중간의 앙코르였다. 이날 테너 김재형은 ‘별은 빛나건만’을 두 번 불렀다. 첫 노래 후 박수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김재형은 극의 흐름을 의식해 박수 소리에 반응하지 않다가, 곧 고개를 들어 인사한 뒤 같은 노래를 한 번 더 불렀다. 게오르기우는 이 두 번째 노래 도중에 무대에 나와 손을 흔들고 시계를 가리키는 동작을 하며 항의했다. 그리고는 노래가 끝나자 공연을 중단시켰다.
오페라에서는 통상 앙코르가 잘 나오지 않는다. 극의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지휘자 아르투로 토스카니니는 청중의 요청을 무시하고 음악을 진행시켰던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스타 성악가에게는 종종 있는 일이다. 2008년 테너 후안 디에고 플로레스는 밀라노 스칼라 극장에서 ‘연대의 딸’ 공연 중 극고음으로 유명한 ‘아! 친구들이여’를 앙코르로 불러 화제가 됐다.
이날 게오르기우의 거센 항의에는 오페라 앙코르에 대한 반대 의사가 담겨있다. 처음이 아니다. 게오르기우는 2016년 오스트리아 빈에서도 ‘토스카’의 같은 부분에서 앙코르에 항의했다. 세계적 테너인 요나스 카우프만이 ‘별을 빛나건만’을 앙코르로 두 번 부르자, 그 후의 재회 장면에 나타나지 않았다. 당황한 카우프만은 “소프라노가 없다”는 노래를 지어 불렀고, 청중은 웃음을 터뜨렸다. 당시 게오르기우는 한참 후에 무대에 올랐지만,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앙코르에 대한 항의로 해석됐다.
‘토스카’는 서울시오페라단이 제작한 작품으로, 5일 시작해 이날이 마지막 공연이었다. 게오르기우는 5, 8일에 출연했다. 6, 7일에는 소프라노 임세경이 무대에 올랐다. 1992년 런던에서 오페라에 데뷔한 게오르기우는 강력한 카리스마로 세계를 사로잡았던 소프라노다. 특히 ‘토스카’에 스타 성악가 역할인 동명 주인공으로 잇따라 출연하며 마리아 칼라스를 잇는 뜨거운 소프라노로 인정을 받았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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