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버튼의 발칙한 상상력, 살아있네~
올블랙 의상과 창백한 스모키 화장법,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염세적 인생관 등 영국의 반항적 청년 문화인 고스(Goath) 족을 할리우드 영화에 접목시킨 대표 주자로 팀 버튼(66) 감독이 꼽힌다.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개막한 제81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개막작에 선정된 ‘비틀쥬스 비틀쥬스’가 지난 4일 개봉했다. ‘비틀쥬스’의 36년 만의 속편으로, 위노나 라이더(52)와 제나 오르테가(21)가 모녀로 호흡을 맞췄다. ‘비틀쥬스’는 제작비 1500만 달러(약 200억원)로 전세계 7370만 달러(약 987억원)의 대박 흥행을 거뒀다.
1편은 신혼부부(알렉 볼드윈·지나 데이비스) 유령의 집에 이사온 재혼 가족이 저승세계의 인간 퇴치 전문가 비틀쥬스(마이클 키튼)로 인해 골탕 먹는 내용. 속편에선 전편에서 비틀쥬스 소동에 휘말렸던 재혼 가족의 외동딸 리디아(위노나 라이더)가 유명한 영매사 싱글맘이 되어 돌아왔다. 아버지의 장례식날 10대 딸 아스트리드(제나 오르테가)가 저세상에 잡혀가자, 또 한 번 비틀쥬스를 소환하게 된다.
팀 버튼의 호러 판타지 드라마 ‘웬즈데이 시즌1’(2022)의 주역 제나 오르테가, 오랜 공백 끝에 SF 호러 ‘기묘한 이야기’(2016~)로 재기에 성공한 위노나 라이더 등 넷플릭스 최고 호러 여왕들의 첫 만남이기도 하다.
“팀 버튼의 집에서 오르테가를 처음 만났을 때 어린 시절 나를 보는 듯했다.”(라이더)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조금씩 읽는 것 같았다.”(오르테가) 영화사 사전 인터뷰에서 두 사람이 한 말이다.
속편은 컴퓨터그래픽(CG)을 최소화하고, 사후 세계 대기실 등 70여개의 세트를 실제로 짓는 등 1억 달러를 들인 제작 규모를 자랑하지만, 관객의 시선을 끄는 건 돌아온 원년 멤버들과 위화감 없이 어울리는 알파세대 오르테가의 열연이다. 아스트리드에겐 ‘웬즈데이’에서처럼 동생을 괴롭힌 학교폭력 가해자들에게 식인 물고기 피라냐를 풀어놓는 살벌한 카리스마는 없지만, ‘비틀쥬스 비틀쥬스’에서 그는 하이틴 무비의 전형적인 똑똑한 아웃사이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팀 버튼은 미 매체 콜라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오르테가는 ‘비틀쥬스 비틀쥬스’ 세계로 가는 입구이자, 현실에 발붙이게 해주는 닻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1편 이후 팀 버튼과 ‘배트맨’ 시리즈로 급부상한 마이클 키튼은 세월을 잊은 듯한 비틀쥬스 특유의 웃음을 선사한다.
‘나홀로 집에’ 시리즈의 엄마 역할로 유명한 캐서린 오하라도 남편의 죽음을 예술로 승화시키려는 4차원 캐릭터 딜리아로 돌아왔다. 리디아의 아버지 찰스는 상어에 물어 뜯겨 어깨 윗부분이 없는 유령의 모습으로 처리했다. 이 역할의 배우 제프리 존스가 2003년 미성년자 성범죄 혐의로 체포된 후 활동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비틀쥬스 비틀쥬스’의 로튼토마토(비평 전문 사이트) 언론·평단 평점은 1편(82%)보다 다소 낮은 76%지만, 관객이 매기는 팝콘 지수는 1편(82%)보다 높은 87%다. 뉴욕포스트는 “상상력은 폭발적이나, 스토리가 부족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고작은 아니지만, 여전히 눈부신 광기를 선보인다”고 평가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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