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우울·자해·자살 시도 급증한다는데… [편집장 레터]

김소연 매경이코노미 기자(sky6592@mk.co.kr) 2024. 9. 8.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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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부산에 거주하는 여자 초등학생과 남자 고등학생이 SNS로 친해지면서 사귀기로 했습니다. 그러다 여학생이 헤어지자고 했는데 남학생이 서울까지 올라와 여학생 학교 앞에서 기다리다 학교가 끝나고 귀가하려는 여학생을 흉기로 해한 사건이 있었어요. 남학생은 인스타에 올린 사진으로 학교를 찾아냈다고 했어요. 이 사건이 화제가 되면서 다들 절대 SNS에 학교나 사는 집이 특정될 수 있는 사진이나 정보를 올리지 말라고 애들을 단속하고 난리가 났었죠.” (청소년선도위원 A범죄심리학 박사)

“고3 여학생이 같은 학교 남학생과 함께 목욕하는 장면을 SNS에 올려 학교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해당 사진은 SNS를 타고 여기저기 엄청 퍼졌고 두 학생은 퇴학을 당했죠. 퇴학당한 후에도 여고생은 여러 남학생과 여행 다니는 사진을 계속 SNS에 올렸어요. 학부모들은 고3 자녀가 그 SNS를 보고 싱숭생숭해할까 전전긍긍했고요. 예전 같으면 다들 쉬쉬하면서 이렇게까지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텐데, 요즘은 일부 학생이지만 그런 사진을 올리는 걸 쿨하고 힙한 것으로 여기고 또 일부 학생이 그런 모습을 동경한다니, 딸 키우는 학부모로서 걱정이 많습니다.” (B학부모)

“우연히 중학생 딸아이 인스타를 보게 됐는데 DM으로 오가는 내용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이상한 동영상도 있고, 엄마인 제가 부끄러워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더라고요. 애한테 이게 뭐냐고 물어보니 왜 남의 핸드폰을 보냐며 난리를 치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요?” (C맘카페에 올라온 내용 中)

어느 나라 얘기냐고요? 요즘 대한민국 얘기입니다. ‘남학생은 게임으로 망하고 여학생은 SNS로 망한다’는 얘기가 있답니다. 남의 SNS 들여다보면서 누구는 어떤 명품 있는데 나는 왜 없냐 사달라고 조르는 수준은 애교입니다. SNS를 통해 알게 된 남성과 성관계를 갖고 출산까지 한 10대 청소년 얘기가 놀랍지도 않을 정도니까요. 실제 지난해 SNS를 통해 알게 된 10대 여학생을 임신시켜 애를 낳게 한 20살 남성이 1년 8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건도 있습니다. 원치 않는 임신과 출산을 하게 된 피해자와 가족은 정신적 충격으로 치료를 받고, 출산한 아이는 입양기관에 보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년 8개월 형량이 너무 적은 것 아니냐고요? 범행 당시 피고인 나이가 만 18세였던 게 참작됐다는데, 이게 말인지 뭐인지….

최근 10대 딥페이크 문제가 불거지면서 청소년 스마트폰 사용 이대로 좋은 것인가에 대한 이슈가 사회적인 논쟁거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마침 최근 ‘불안 세대’라는 책도 나왔죠. 뉴욕대 교수인 저자는 핸드폰과 SNS가 아이들의 성장과 정신건강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를 실증을 통해 들려줍니다. 스마트폰이 세상에 나온 몇 년 후인 2010년부터 청소년과 20대의 우울증, 자해, 자살 시도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 과연 우연일까요? 학부모나 선생님한테 질문하면 100이면 100 “스마트폰으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가 너무 많아 어떤 식으로든 스마트폰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얘기합니다. 오래전부터 ‘청소년의 스마트폰 가입 금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이제 정말 뭔가 사회적인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지 않나 싶습니다.

[김소연 편집장 kim.so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6호 (2024.09.11~2024.09.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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