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 ‘찐’ 톱…성시경 막걸리도 따냈다 [천억클럽]
‘새벽배송’ 하면 생각나는 기업을 말하라고 하면 대부분 ‘쿠팡’이나 ‘컬리’를 이야기할 테다. 하지만 유통업계에 몸담고 있는 관계자에게 물으면 조금 다른 답변이 나오곤 한다. 주인공은 물류·유통 종합 스타트업 ‘팀프레시’다.
팀프레시의 주력 사업은 ‘콜드체인’. 기업 간 거래(B2B) 시장에서 ‘새벽배송 대행’으로 출발했다. 콜드체인이란 저온을 유지해 제품을 신선한 상태로 최종 소비자에게까지 전달하는 유통 체계다. 신선식품 새벽배송에는 필수 불가결한 시스템이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새벽배송 수요가 급증하면서 팀프레시 덩치도 덩달아 커졌다. 현재는 자체 콜드체인을 갖춘 이커머스 플랫폼을 제외하고 전체 새벽배송 시장에서 90% 점유율을 차지한다.
최근에는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부문 간 시너지 확보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단순 물류 대행을 넘어 직접 식자재 유통도 한다.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운영하고 전통주를 유통하는 등 F&B 사업에도 도전장을 냈다.
22년 투자 빙하기 1600억 유치
팀프레시는 2018년 이성일 대표가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컬리에서 로지스틱스(물류) 리더를 담당하던 그는 새벽배송 성장 가능성을 보고 창업 시장에 뛰어들었다. 당시 신선식품 새벽배송 수요는 크게 늘어나고 있었지만 실제 서비스를 운영하는 이커머스는 많지 않았다. 콜드체인이 일반 물류보다 비용 부담이 훨씬 큰 탓에, 중소 이커머스는 직접 시스템 구축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 점에 주목했다.
팀프레시는 새벽배송을 대행해주며 덩치를 키워나갔다. 특히 팬데믹 기간 사회적 거리두기로 새벽배송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성장에 날개를 달았다. 월 새벽배송 건수는 2020년 10만건에서 지난해 300만건을 돌파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팀프레시는 차근차근 사업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새벽배송뿐 아니라 아예 전 물류 과정을 일괄 대행해주는 ‘풀필먼트 서비스’로 진화했다. 덕분에 팀프레시 물류 고객사 수는 2020년 198개에서 지난해 말 458개까지 늘었다. 운영하는 물류센터도 전국 14개까지 늘렸다. 부지 면적은 총 약 10만평(약 33만㎡)에 달한다.
사업이 확장되는 속도만큼 매출도 빠르게 치솟았다. 창업 첫해였던 2018년 27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3884억원까지 수직 상승했다. 급성장을 거듭하는 팀프레시에 자본 시장 관심이 쏠린 건 자연스러운 결과다. 올해 기준 팀프레시 누적 투자액은 약 2000억원. 2021년에는 예비 유니콘에도 선정됐다.
특히 엔데믹과 고금리 여파로 스타트업 투자가 얼어붙었던 지난 2022년, 1600억원 규모 시리즈D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업계 관심을 끌어모았다. 당시 전략적투자자로 참여한 KT가 553억원을 베팅하며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한 벤처캐피털(VC)업계 관계자는 “팀프레시는 물류센터 등 실체가 있는 인프라와 시스템을 갖췄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앞세워 성장만을 추구했던 ‘플랫폼 스타트업’과는 결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외식 프랜차이즈에 전통주 도매도
‘콜드체인 스타트업’으로 이름을 알린 팀프레시지만 요즘은 다르다. 종합 유통 기업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사업 영역을 크게 넓혔다. 현재 팀프레시가 운영 중인 사업은 물류를 비롯해 식자재 유통·플랫폼·F&B까지 크게 4개다.
팀프레시는 일찍이 2019년부터 직접 식자재를 구매·유통하는 ‘식자재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팀프레시 물류 사업 주요 고객사가 식품을 제조해 판매한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커피·피자·치킨 등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중심으로 식자재 납품 사업을 크게 성장시켰다. 지난해 실적을 보면 식자재 유통에서 비롯한 상품 매출(2452억원)이 기존 물류 대행으로 번 운송 매출(1332억원)을 추월했을 정도다.
프랜차이즈에 식자재를 납품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눈길이 닿은 다음 사업 아이템이 ‘프랜차이즈’다. 이미 유통망도 갖췄겠다, 납품만 할 것이 아니라 직접 음식을 만들어 팔면 효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팀프레시는 현재 파스타집이야·쌀국수집이야·돈까스집이야 등 6개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매장이 도합 100개에 달한다.
전통주 사업에도 발을 담갔다. 지난해 6월 종합주류도매법인 ‘팀프주류’를 설립하고 올해부터 성시경 막걸리로 화제를 모은 ‘경탁주 12도’ 물류를 대행한다. 경탁주 12도를 만드는 제이1농업회사법인은 팀프레시가 3억원 규모 투자를 단행한 스타트업이다. 올해 8월부터는 경탁주 새벽배송 서비스도 도입한다.
팀프레시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두고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이도 있다. “한 가지 사업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단기간에 너무 많은 일을 벌이는 것 아니냐”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팀프레시는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물류·유통 특성상 오히려 사업을 다각화해야 이익을 낼 수 있다”고 우려를 일축한다. 이성일 대표는 “팀프레시 매출이 늘어나면서 영업손실률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며 “기존 B2B 점포 유통망과 B2C 새벽배송망을 결합하는 형태로 물류비 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 고객사도 늘어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인다.
올 한 해 남은 과제는
2025년 IPO…목표는 1조 이상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팀프레시지만, 사업 환경은 녹록지 않다.
새벽배송 시장은 과거에 비해 분위기가 다소 위축된 모습이다. 롯데쇼핑과 GS리테일은 2022년 새벽배송 시장에서 철수했고 이마트는 SSG닷컴을 통해 서울·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새벽배송을 운영하기로 했다. 쿠팡으로 쏠림 현상, 여기에 막대한 새벽배송 운영비 부담이 발목을 잡았다. 팀프레시 측은 “오히려 기회”라는 입장이다. 이성일 대표는 “새벽배송 철수 기업이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새벽배송 수요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라며 “택배보다 고객 만족도가 훨씬 높기 때문에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티몬·위메프 사태도 변수다. 팀프레시는 큐텐그룹 계열사와 거래를 미리 중단해놓은 덕분에 직접 매출 손실은 없었다. 하지만 이커머스 시장 전반에 신뢰가 떨어지면서 자칫 생태계 전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성일 대표는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면서 대형 이커머스로 물량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며 “팀프레시는 네이버쇼핑과 쿠팡, 지마켓 입점 판매자에게 풀필먼트와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을 뿐 아니라 네이버 도착보장 운영 물류 대행, 쿠팡 물류센터 간 간선 차량 운송 서비스 등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마련해놨다”고 설명했다.
팀프레시 앞에 놓인 또 다른 과제는 IPO다. 오는 2025년 1조1000억원 이상 기업가치를 목표로 상장을 준비 중이다. 올해는 1000억원 규모 프리 IPO(상장 전 지분투자)로 운영 자금을 조달하고 공모를 준비할 계획이다.
IPO에 앞서 수익성 개선은 필요해 보인다. 지난해 기준 팀프레시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541억원이다. 2020년(110억원)과 2021년(224억원), 2022년(481억원)에 이어 적자폭이 조금씩 커지는 추세다. 이성일 대표는 “2026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 기준 흑자전환을 예상하고 있다”며 “2027년까지 국내 그로서리(식료품)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 확보를 목표로 콜드체인 활용을 더 높이고 현재 물류센터의 안정적인 정착과 운영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5호 (2024.09.03~2024.09.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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