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겨냥한 檢수사에…李 “정치탄압” 文 “당당하게 임하겠다”

강보현, 김정재, 조수진 2024. 9. 8.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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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를 예방한 뒤 문 전 대통령과 지지자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8일 검찰 수사를 받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나 “현 정부 작태는 정치적으로, 법리적으로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정치탄압”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날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이뤄진 문 전 대통령, 김정숙 여사와의 40분간의 차담회에서 “(문 전 대통령 가족에 대한 수사는) 한 줌의 지지세력을 결집하기 위한 수단 아니냐”며 이렇게 말했다. 이 대표의 말에 문 전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나나 가족이 감당할 일이지만 당에 고맙게 생각한다”며 “당당하고 강하게 (수사에) 임하겠다”고 답했다. 문 전 대통령은 전 사위가 이상직 전 의원이 실소유하는 타이이스타젯에 취업한 일로 직접 뇌물수수 피의자로 적시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김 여사는 인도 방문 및 샤넬 재킷 의혹 등으로 검찰이 수사 중이다.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은 차담회 시종일관 현 정권의 무리한 수사라며 개탄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검찰권이 야당이나 다른 정치세력을 탄압하는 흉기가 되고 있다는 것에 공감했다”며 “지난 정부까지 진행했던 검찰개혁이 미완성인 점에도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한 참석자는 “두 분이 ‘검찰개혁을 일부만 했더니 제도를 운용하는 사람에 의해 국가 시스템이 무너지는 것을 또 목격하게 됐다’는 이야기도 나눴다”고 전했다. 동석한 김정숙 여사는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문 전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반감도 드러냈다. 한 참석자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윤 대통령이 여론은 안 듣고 혼자서만 결정하는 것 같다”며 “이해불능의 상태”라고 했다. 본인에 대한 수사와 함께 의료대란 등을 야기한 점을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문 전 대통령은 차담회 후 평산 책방에서 이 대표에게 자신의 회고록을 건넨 뒤 “외교·안보·국방·보훈 분야만큼은 지금 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며 “과거 정부보다 많이 퇴행하고 있어서 회고록을 먼저 남길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특히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이 나라를 엄청나게 혼란으로 몰고 가고 국민 불안을 키우는 상황에 두 분이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지도부가 8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은 지지자를 향해 손을 맞잡아 번쩍 들어 보이기도 했다. 조 대변인은 “가짜뉴스로 인해 우리 내부가 흔들리거나 분열돼선 안 되는 점에 두 분이 강하게 공감을 하셨다”며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를 중심으로 당이 일사불란하게 결집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평가도 했다”고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재집권을 위해 지지층 기반을 넓혔으면 좋겠다”며 “지난 총선에서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 민주당 득표율이 45% 정도였는데 관심을 가진다면 더 큰 지지를 받게 될 것”이라는 당부도 했다. 김민석·김병주 최고위원은 현 정부의 계엄령 준비설을 설명했는데, 문 전 대통령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 대표의 평산마을 방문은 22대 총선 직전인 2월 방문한 뒤 7개월 만이다. 지난달 18일 전당대회를 마친 직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이 대표가 코로나 19 확진 판정을 받아 미뤄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지도부가 8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앞서 이날 오전 이 대표는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들러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다. 이 대표는 방명록에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으로 함께 사는 세상, 꼭 만들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후 이 대표는 권양숙 여사를 찾아갔는데, 이 자리에서 권 여사는 문 전 대통령의 수사 등에 대해 “일련의 상황이 걱정된다. 지금처럼 당이 중심을 갖고 잘 대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박준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재명-문재인 두 사람의 만남은 검찰 수사와 재판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노골적 의도가 담긴 꼼수 회동이자 사법리스크로 위기를 자초한 두 사람의 ‘방탄 동맹’”이라며 “개인 사법리스크 방어를 위해 소속 정당을 멍들게 하고, 국회 민생 논의를 멈춰 세우는 일을 중단하라”고 지적했다.

강보현·김정재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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