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와중에…나체사진 전송 '온라인 바바리맨' 날뛴다
20대 여성 A씨는 최근 남성의 나체 사진과 성희롱성 발언이 담긴 인스타그램 다이렉트메시지(DM)를 수십 번 받았다. 처음엔 익명 계정으로 “당신의 사칭 계정이 만들어진 것 같은데 진짜 당신이 맞냐”고 접근한 뒤, 대화를 수락하면 곧장 선정적인 사진을 날리는 식이었다. A씨는 이 같은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보낸 계정 3개에 대해 결국 경찰에 신고했다.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성적인 사진이나 영상을 불특정 다수에게 보내 성적 수치심을 주는 ‘사이버플래싱(cyberflashing)’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 피해는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 SNS에 운동·일기 게시글을 꾸준히 올렸던 30대 남성 박모씨 역시 최근 메시지로 선정적인 사진을 전송받았다. 그는 “남성과 여성 모두 샤워하는 사진 등을 보낸다”며 “내 의사를 묻지도 않고 불쾌한 사진을 보내 무시당하는 기분마저 들었다”고 토로했다.
최근엔 휴대폰의 블루투스·와이파이 기능을 이용한 사이버플래싱도 번지고 있다. 근거리 무선 파일 공유 시스템인 아이폰의 ‘에어드롭(Airdrop)’이나 갤럭시의 ‘퀵 쉐어(Quick Share)’를 활용해 주변 휴대기기에 익명으로 사진과 영상을 전송하는 식이다. 피해자들은 실제 물리적으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누군가로부터 파일을 받았다는 생각에 더 큰 두려움을 호소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하철에서 누가 성기 사진을 보냈는데 어디선가 나를 보고 타깃 삼았을 생각을 하니 소름 끼친다”, “버스에서 음란 사진이 계속 전송돼 결국 중간에 내렸다” 같은 경험담이 올라왔다.
사이버플래싱은 불법 촬영 등 다른 성범죄에 비해 가볍게 치부될 수 있지만, 피해 규모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여성가족부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작성한 ‘2023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보고서’는 휴대폰 등으로 상대방이 원치 않는 성희롱을 하거나 성적 촬영물을 일방적으로 전송한 경우를 ‘사이버 괴롭힘’으로 규정했는데, 해당 피해 사례는 2018년 108건에서 지난해 500건으로 5년 사이 4.6배가 됐다. 피해자 연령대는 20대가 232명(46%)으로 가장 많았고 10대 (192명)가 뒤를 이었다.
문제는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범죄 특성상 가해자 추적이 어렵다는 점이다. 해바라기 법률사무소 김은정 변호사는 “음란물을 전송한 뒤 계정을 삭제하면 누군지 특정할 수 없어 수사 기관에 고소하더라도 결국 수사가 중지되는 경우가 많다”며 “피의자를 잡더라도 통신매체 이용 음란 혐의를 적용하면 초범의 경우 대부분 벌금형에 그친다”고 말했다.
대부분 서버가 외국에 있는 SNS 플랫폼 기업의 특성상 강제 수사도 어렵다. 이 때문에 호주에선 지난 2021년 온라인 안전법(Online Safety Act)을 제정해 온라인안전국(eSafety Commissioner)이 SNS 서비스 제공자에게 사이버 괴롭힘 콘텐트나 동의하지 않은 사적 이미지 등을 삭제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법무법인 이승혜앤파트너스 대표 변호사는 “사이버플래싱은 텔레그램·인스타그램 등 플랫폼 기업이 정보 조회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검거 자체가 어렵다는 특성이 있다”며 “우리나라도 법무부를 중심으로 해외 서비스제공자가 국내 사이버괴롭힘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제재를 가하는 식의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lee.sumi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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