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검찰의 정치 탄압", 문재인 "강하게 임하겠다"

7개월 만의 회동에서 검찰 수사 맞대응 공감대... 국민의힘 "사법리스크 방탄 동맹"

[복건우 기자]

▲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인사하고 있다. 2024.9.8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나 최근 문 전 대통령 일가를 겨냥한 검찰 수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검찰의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 수사를 "정치적·법리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정치 탄압" "(정부여당의) 지지 세력 결집 수단"이라고 비판했다.

문 전 대통령도 "당에 고맙게 생각한다" "당당하고 강하게 임하겠다"며 검찰 수사에 대한 정면돌파 의지를 밝혔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회동이 끝난 후 평산마을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대표는 검찰 수사에 대해 정치적으로도 법리적으로도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정치 탄압이자 한 줌의 지지 세력을 결집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냐고 말씀하셨다"며 "그에 대해 문 전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본인과 가족이 감당할 일이지만 당에 고맙게 생각하고 당당하고 강하게 임하겠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두 분은 지난 정부까지 진행된 검찰개혁이 미완이라는 데 공감하고 검찰 수사가 흉기가 되고 정치보복 수단이 되는 현실에 같이 개탄하고 공감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최근 문 전 대통령 사위의 채용 비리 의혹과 관련해 문 전 대통령을 뇌물 수수 피의자로 적시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재명 "내부 분열 안돼"... 문재인 "내부 분열시키는 가짜뉴스 잘 대응"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오후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조 수석대변인은 또 "두 분이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이 집권해 나라를 혼란으로 몰고 가고 국민들의 불안을 키우는 상황에 공감하셨다며 "문 전 대통령은 현재 안보 상황에 있어서 의료와 민생이 심각한데 아무런 준비가 돼 있지 않은 대통령이 안보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있으신 것 같았고 당이 여기에 대해 잘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재집권 전략을 언급하면서 외연 확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은 강하고 일사불란한 지도부가 이끄는 민주당이 재집권 위해 더 적극적으로 활동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라며 "지금 민주당이 잘 하고 있는 민생과 정치뿐 아니라 안보, 국방 문제에 있어서도 더 적극적으로 (활동을) 보여주는 게 어떻겠느냐고 언급했다, 그런 측면에서 재집권 위해 지지층 기반 넓히는 작업 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 문재인 전 대통령이 8일 오후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신임 지도부와 만나 대화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또 이날 회동에서 이재명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은 당내 강성 지지층 일부가 문 전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는 집회를 예고한 것에 대해서도 함께 우려를 나타냈다.

조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는 사람들을 분열시키고 감정의 골을 만드는 가짜뉴스로 인해 우리 내부가 흔들리거나 분열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라며 "문 전 대통령도 강하게 공감해 주셨다"라고 밝혔다.

이어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 중심으로 당이 강하게, 일사불란하게 결집되는 모습 이 보기 좋다. 또 내부 분열시키는 가짜뉴스에 대해 잘 대응해나갔음 좋겠다고 말씀하셨다"라고 전했다.

국민의힘 총공세 "꼼수 회동" "방탄 동맹"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민주당 신임 지도부가 8일 오후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와 대화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은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의 만남이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치고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꼼수 회동'이라고 비판했다. 박준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에서 "오늘 만남은 야권의 정치세력화로 검찰 수사와 재판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노골적 의도가 담긴 꼼수 회동이자 사법 리스크로 위기를 자초한 두 사람의 방탄 동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실제로 내일 출범할 민주당 '전 정권 정치탄압 대책위원회'에 친명·친문계 의원들이 모두 참여한다니 오늘 회동의 성과가 상당하다"며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은 이제 그만 정치적 도피를 멈추고 법의 심판대 위에 올라서야 한다. 개인의 사법 리스크 방어를 위해 소속 정당을 멍들게 하고 국회 민생 논의를 멈춰 세우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와 민주당 신임 지도부는 이날 평산마을에서 문 전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를 만나 40분간 비공개 회동했다. 이 대표가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한 건 지난 2월 이후 7개월 만이다. 두 사람의 독대는 따로 없었다고 한다. 이날 회동에는 민주당 지도부와 주요 당직자 등 20명이 배석했다.

이날 민주당 지지자들은 문 전 대통령 사저로 들어가는 이 대표를 향해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 때와 마찬가지로 "이재명 대통령"을 연호했다. (관련 기사: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 참배한 이재명, 지지자들은 "이재명 대통령" 연호)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은 사저 앞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이기도 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민주당 신임 지도부가 8일 오후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와 대화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권양숙 여사도 '문 전 대통령 검찰 수사' 우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평산마을 방문에 앞서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만나 오찬을 함께했다. 권 여사는 이 자리에서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우려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찬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일련의 상황들에 대해 권 여사도 걱정하고 있고 당이 지금처럼 중심을 갖고 잘 대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권 여사가 검찰 수사와 관련해 어떤 말을 전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조 수석대변인은 "직접적 언급보다는 마침 양산 (평산마을을) 간다고 하니 그 말씀을 하신 것"이라고 답했다.

이 대표는 "코로나 때문에 갑자기 방문을 취소했었는데 오늘 또 마침 노 전 대통령 살아생전 생신날이라 의미가 뜻깊었던 것 같다"며 "여사님께서 건강하셔서 보기 좋았다"고 밝혔다. 이날 오찬에는 노 전 대통령 음력 생일(8월 6일)을 맞아 미역국이 올려졌다고 조 수석대변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