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축구협회... '선수와 팬'의 대립은 안 된다
[이준목 기자]
▲ 5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대한민국 대 팔레스타인의 경기. 홍명보 감독과 코치진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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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홍명보호는 지난 9월 5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팔레스타인과 0-0으로 비겼다.
그런데 경기가 끝난 후 국가대표 선수 김민재의 돌발행동이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김민재는 경기 종료 후 붉은 악마 응원석으로 다가가 야유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붉은악마는 6일 공식 SNS를 통해 "어제 경기는 결과도 결과이지만 경기 후 다른 이슈로 더 논쟁이 되는 것 같다. 경기 종료 후 김민재 선수가 N석 쪽으로 와서 '좋은 응원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라는 짧은 말을 남기고 돌아가고 선수와 관중 간의 설전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거짓으로 일관하는 축구협회와 본인의 신념을 저버린 홍 감독에 대한 항의와 야유였다. 선수와 관중 간 설전은 없었다. 김민재가 좋은 결과가 안 나온 아쉬움과 오해에서 그런 일이 나온 것 같다. 다만 표현의 방법과 장소는 아쉽다"고 덧붙이며 유감을 표했다.
실제로 이날 팬들이 비판의 화살을 쏟아낸 대상은 선수가 아닌 대한축구협회의 무능한 행정, 그리고 그 논란의 중심에 서 있던 정몽규 회장과 홍 감독을 향한 것이다. 팬들은 정 회장과 홍 감독이 전광판에 잡힐 때마다 큰 야유를 보내기는 했지만, 정작 선수들을 향한 게 아니었다.
물론 선수들의 입장에서는 직접적으로 자신들을 향한 야유는 아니었다고 해도, 홈에서 이렇게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뛰어야 하는 상황 자체가 압박됐을 거다. 하지만 김민재가 간과한 것이 하나 있다. 야유와 비판도 결국 팀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를 바라는 팬들의 또 다른 응원 방식이라는 것이다.
비판보다 무서운 건...
사실 비판보다 훨씬 더 무서운 것은 무관심이다. 국가대표팀에 대한 애정이 아예 없다면 애초에 경기장도 가지 않고 외면해버리면 그만이다. 일부 누리꾼 중에는 아예 '응원 보이콧'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실제 이날 팔레스타인전은 한국축구를 바라보는 험악한 여론을 반영하듯, A매치 경기로는 오랜만에 매진에 실패하여 관중석 곳곳에 빈자리가 보일 정도였다.
그럼에도 붉은 악마를 비롯하여 다수의 팬이 경기장을 찾았다. 이는 대표팀의 승리를 응원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대한축구협회의 과오와 논란에 대하여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이 역시 팬들의 당연한 권리였다.
과연 그 정도 팬들의 야유가 그렇게 지나친 것이었을까. 그동안 축구협회의 행보나 이날 대표팀의 경기력을 감안하면 오히려 온건한 수준이 아니었을까. 선수라면 야유가 듣기 싫다고 투덜거리기 전에, 왜 팬들이 그러한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는지도 생각했어야 한다.
야유를 응원으로 바꾸는 것이 선수의 역할이지, 무슨 상황에서든 오로지 응원만 받기는 어렵다. 바쁜 시간과 비용을 들여 경기장을 찾아서 응원해 준 팬들도 선수들만큼 존중받아야 하고, 대표팀에 더 나은 경기력을 요구할 정당한 자격이 있다.
무엇보다 선수와 팬들이 대립하는 듯한 모양새가 되는 것은, 자칫 문제의 본질을 왜곡할 수 있다. 사실 이날 팬들 앞에서 나섰어야 하는 것은 김민재가 아니라 정몽규 회장과 홍명보 감독이었다. 오히려 김민재가 불필요하게 개입하면서 축구협회를 비판하던 팬들의 정당한 목소리가, 마치 '선수와 팬들의 갈등 양상'처럼 둔갑해버린 점은 크게 아쉬운 대목이다. 선수들을 방패막이를 내세워 비판 여론을 무마하려는 건, 어쩌면 축구협회가 가장 원하는 모양새일 것이다.
선수는 경기에만 집중하면 된다. 그리고 팬들은 선을 넘지 않은 범위에서 앞으로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다. 축구협회가 변화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홈경기에서 야유와 비판 걸개가 나오는 이런 상황들은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다. 하지만 선수와 팬들이 각자의 본분을 지킨다면, '응원과 비판'은 얼마든지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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