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대목에 할인, 그래도 안 산다…잘 나가던 명절선물의 굴욕
지난 7일 베이징의 유명 쇼핑몰인 란써강완(藍色港灣) 지하에 있는 고급 슈퍼마켓 BHG. 중국의 중추절(추석) 대표 선물격인 월병(月餠)의 매출을 묻자 매장 직원은 "수치를 밝힌 순 없지만 지난해보다 줄었다"고 답했다. 실제로 BHG의 월병 매대는 지난해에 비해 한 칸 줄었다. 고가 상품은 황실요리 브랜드의 대형 월병이 490위안(약 9만2000원)에 눈에 띄었을 뿐 대부분 10만원 이하대의 중저가 상품이었다.
중국의 명절 경기를 상징하는 월병 매출이 예년만 못하다. 중국 베이킹 및 제당제품공업협회는 올해 월병의 생산량과 매출액을 각각 30만t과 200억 위안(약 3조7800억원)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생산량 32만t, 매출액 220억 위안(약 4조1500억원)과 비교하면 10% 줄어든 수치다.
업계의 목소리는 더 비관적이다. “주문이 없어 일부 월병 공장은 사흘 가동, 하루 휴무에 돌입했다. 제품 출하도 이틀에 하루를 거르는 방식으로 하고 있다”고 남부 광저우 대형 월병 OEM(주문자 상표부착생산) 공장의 장젠(張劍) 마케팅 이사가 경제지 ‘시대재경(時代財經)’에 토로했다.
월병 가격대도 지난해보다 저렴해졌다. 올해 주력 매출 제품의 가격은 70위안(약 1만3000원)~220위안(약 4만1500원)으로 지난해 80위안(약 1만5000원)~280위안(약 5만3000원)과 비교해 10~20% 낮아졌다.
소비 감소세는 올해 2분기 이후 뚜렷해졌다. 선전(深圳) 특급 호텔의 리샤(李霞) 식음료 담당 이사는 “지난해에는 월병 1만3000상자를 팔았지만, 올해는 목표치를 1만개로 낮췄다”며 “이것도 달성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리 이사는 “해마다 10상자씩 구입하던 큰 손 고객이 올해는 2상자만 주문하면서 추가 할인까지 요구했다”고 하소연했다.
구매력 꺾인 中 "올해 5% 성장 힘들 듯"
불경기와 함께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도 월병 매출에 타격을 줬다. 리 이사는 “9월 새학기를 맞은 가족 단위의 입학 축하연과 중추절 연회 예약 감소세가 뚜렷하다”며 “가족당 매출도 예년의 3000위안(약 57만원)에서 1600위안(약 30만원)대로 줄었다”고 실상을 전했다.
중국 추석 경기의 실종은 고급 백주 마오타이(茅臺) 가격 하락에서도 확인된다. 선물용으로 선호하는 마오타이는 통상 추석이 낀 9월이 매출 최성수기다. 국경절이 있는 10월이 9월 다음으로 매출이 많아 ‘금구은십(金九銀十)’이란 말도 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른 양상이다. 중국 지무신원(極目新聞)은 2024년산 페이톈(飛天) 53도 마오타이 500㎖ 상자 도매가격이 지난 6일 병당 2595위안(약 49만원)을 기록, 2600위안 선이 깨졌다고 보도했다. 보름전 시세 2800위안보다 200위안 내리며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성수기인 중추절을 일주일 앞두고도 계속되는 가격 하락에 주류업계는 전반적인 구매력 부족을 원인으로 꼽았다.
한편 4일 블룸버그는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속속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의 예상치를 정부 목표치인 5% 아래로 낮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BofA)는 이날 중국 성장 예측치를 기존 5.0%에서 4.8%로 낮췄다. BofA는 비교적 회복세를 보이던 서비스 분야까지 회복 모멘텀을 잃고 있다며 향후 2년 동안 중국이 잠재 성장률보다 낮은 4.5%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보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중국 GDP 증가율 전망치를 5.0%에서 4.9%로 낮췄고, 스위스의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기존 4.9%에서 4.6%로 조정했다. JP모건(4.6%)과 노무라홀딩스(4.5%)의 전망치 모두 중국이 제시한 목표(5%)를 밑돌았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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