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기성 목사 “로잔대회, 한국교회 반등 기회될 것”

김아영 2024. 9. 8.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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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복음주의 올림픽, 로잔대회 길라잡이] ① 한국교회, 왜 로잔인가
이재훈(앞줄 왼쪽 두 번째) 한국로잔위원회 의장 등이 지난해 7월 기도대성회에 참석해 한국교회의 영적 회복을 위해 기도하는 모습. 국민일보DB

D-14. 세계복음주의권 올림픽 제4차 로잔대회가 2주 앞으로 다가왔다. 네 번째 로잔대회 개최국은 140여년 기독교 역사를 가진 한국교회다. 이번 대회는 특히 크리스텐덤(기독교 제국주의) 시대의 막이 내리고 본격적으로 ‘글로벌 사우스 운동’이 확대되는 선교 흐름을 반영한 대회이기도 하다. 4차 로잔대회는 시대적 과제에 부응한 선교 전략을 제시하며 세계 기독교에 이정표를 남길 예정이다. 국민일보는 네 차례에 걸쳐 이번 로잔대회에서 발표하는 선언문과 역대 문서들을 짚어보며 로잔운동이 우리에게 남긴 발자취와 과제를 확인해보고자 한다.

제4차 로잔대회 한국준비위원회 위원장 유기성 목사는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한국교회의 로잔대회 개최를 두고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고 표현했다. 50년 로잔역사 동안 유례없이 두 가지 영적 기둥인 중보기도 및 말씀 운동이 확산되는 것을 보며 한국교회가 대회를 개최하면서 영적 각성과 연합 운동 등에 도전받을 것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 목사는 최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국민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로잔대회를 준비하는 30·40세대의 목회자 실무진이 로잔운동을 통해 영적으로 도전받는 것을 보며 한국교회 안에서 건강한 리더십 인수인계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로잔대회의 정체성을 흔들고 흠집 내려는 교계 일부의 공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서구교회에 도전하겠다는 의미로 서울선언문에도 동성애에 대한 세계 복음주의적 입장을 천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제4차 로잔대회 한국준비위원회 위원장 유기성 목사. 신석현 포토그래퍼

또 이 목사는 “일부 우려와 달리 복음을 훼손하며 연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로잔운동은 복음에 대한 동의가 전제된 뒤 연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 50년 역사를 보면 로잔운동은 복음의 본질을 지키며 선교에 앞장선 열매가 뚜렷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로잔대회 앞두고 기도로 많이 준비하실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기도를 간절히 하지만 무엇보다 한국교회가 이 대회를 위해 중보기도를 함께 하고 있다. 지난 1년간 매일 아침 성도들이 로잔대회와 한국교회 영적 각성을 위한 공동 기도문을 읽으며 기도에 동참했다. 지난해와 올해 7월 14일에는 전국 기도 대성회를 열기도 했다.
한국교회에서 열리는 전 세계 선교대회를 계기로 기도의 연합이 이뤄지는 유례없는 일이 전개된 것이다. 대회 기간에도 대회장 인근의 인천온누리교회에서 24시간 중보기도가 이뤄질 예정이다. 미리 신청한 교회팀이 영상으로 대회 실황을 보며 적게는 300명, 많게는 1000명 이상까지 참여하는 실시간 중보기도가 전개된다. 이번 로잔대회는 아주 강력한 기도의 울타리 안에서 진행될 것이다.”

-로잔대회가 50년(희년)을 맞아 한국에서 열리는 의미가 더욱 특별하다.

“이전 대회들은 장소만 외국에서 열렸지 사실 국제로잔이 개최한 것이나 다름없다. 1차 로잔대회도 마찬가지다. 50주년 맞는 서울·인천대회는 지역교회들이 로잔대회를 위해 참여하는, 로잔대회 분위기에 맞게 개최된다. 한국교회가 하드웨어 부분을 감당한 것이다. 국제로잔은 대회 준비만 하고 나머지 부분은 한국교회가 함께 참여하는 형식이다.

특히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교회의 다음세대 리더들이 세워지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대회를 준비하는 30·40대 목회자 중심의 실무진이 10~20년 뒤 한국교회 지도자가 될 경우 한국교회는 그들로 인한 열매를 맺게 될 것이다.

제4차 로잔대회 한국준비위원회 위원장 유기성 목사. 신석현 포토그래퍼

한국에서 열리지만 아시아 교회가 공동 호스트라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이런 시도 자체가 로잔운동이 무엇인지 말해주는 것이다. 중요한 의제를 설명하고 이끄는 모든 과정에 아시아권 선교사, 신학자, 목회자가 참여했다. 그동안 로잔대회가 서구 교회 중심의 대회였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절반 이상이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제3세계 신학자들이 대회 준비에 들어갔다.”

-서울선언문에서 동성애에 대한 복음주의적 입장을 천명한다고 알려졌다.

“(동성애 문제와 관련) 서구교회와 한국교회, 비서구교회 정서가 약간 다른 면이 있다. 그래서 보이지 않게 많은 기도가 필요했다. 서구에서는 동성애 자체가 일반화돼 동성애에 대해 성경적 입장을 명확하게 할 때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그런데 로잔대회가 한국에서 열리고 전 세계 기독교를 대표해야 하니 이번 기회에 서구권 교회에 도전하는 의미도 필요했다. 국제로잔과 대회를 준비하는 한국교회 입장에서는 비장한 결단이 필요했다. 한국교회의 강력한 의지를 국제로잔에서 상당히 받아들인 분위기다.

그동안 일부 교계에서 복음의 본질을 지키는 문제에 있어 끊임없이 우려를 제기했다. 연합만 강조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다른 의견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가게 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로잔은 복음의 확장성도 분명히 강조하지만 복음의 본질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로잔운동은 시작부터 복음의 본질에 대해 기본적 전제에서 시작됐다. 로잔은 연합에 대한 전제가 명확하다. 먼저 복음에 대한 동의(성경의 절대적 가치,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한 구주되심, 영혼 구원의 우선성)가 된 뒤 연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일부에서 그 점에 대해 우려했지만 지난 50년 역사를 보면 로잔운동은 복음의 본질을 지키며 선교에 앞장선 열매가 뚜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로잔대회는 한국교회에 여러 가지 과제를 던질 것 같다.

“한국교회의 연합 운동은 로잔대회를 계기로 달라질 것이다. 로잔운동처럼 공동으로 신앙을 고백하고 사회 방향성에 대해 선교적 입장을 명확하게 정리하며 문서 작업을 통해 공동으로 만든 선언문을 펴내는 것이 한국교회에 도전이 되지 않을까. 그동안 한국교회는 특정 개인과 교회, 교단 중심으로 연합하다 보니 여러 잡음이 있었다. 그래서 대회를 잘 치르고도 결과는 이상할 정도로 부실한 점이 있었다. 어떤 이슈에 대해 연합하고 문서 작업을 한 뒤 행동으로 옮겨지는 일을 지침으로 삼는다면 연합운동으로 인한 갈등과 어려움을 줄일 것이다.

로잔대회가 연합의 중요한 길잡이가 되었으면 한다. 로잔운동은 교단이나 교회, 리더십의 한계를 뛰어넘은 건강한 복음주의권 연합이 잘 적용된 모델이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복음주의권 교회가 강하고 규모도 상당하다. 그래서 로잔운동의 실제적 모델로 한국교회가 꼽히는데 한국 목회자들은 로잔운동에 대해 대부분 잘 모른다.

대회를 앞두고 유튜브 등에서 로잔대회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비난, 문제제기를 한 가짜뉴스가 나왔는데 역으로 로잔대회를 정확하게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 연합 기도운동과 함께 공동설교 프로젝트는 하나님이 주신 특별한 영감에서 비롯됐다. 이 일에 동참한 많은 목회자가 강단 메시지의 영적 수준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

로잔대회는 30·40세대 목회자와 청년들에게도 큰 활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회가 예전과 같은 탄력성이 없어진 게 사실이다. 젊은 목회자가 목회에 대한 꿈을 포기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이로 인한 부정적 열매를 간과할 수 없다. 그런데 로잔대회로 젊은 그룹의 영적 눈이 열린 것이다. 교세나 교회 성장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고 복음의 영광, 영적 각성에 대한 믿음이 일어나면서 청년 그룹의 연합이 이뤄진 것이다.

한국교회의 부정적인 영적 흐름을 어떤 형태로든 다시 일으켜야 하는데 로잔대회가 영적 각성에 대해 도전을 줬다. 최근 신길교회에서 YLG 모임이 열렸는데 1500여명 리더들이 자발적으로 모였다. 그 일을 주도한 이가 30대 중반 리더들이었다. 로잔이 젊은 세대의 목회자에게 새로운 기대감을 심어준다. 로잔대회를 통해 한국교회 안에서 건강한 리더십 인수인계가 이뤄질 것이다.”

제4차 로잔대회 한국준비위원회 위원장 유기성 목사. 신석현 포토그래퍼

-로잔대회는 한국교회가 사회와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과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회가 그동안 불필요한 정치적 논쟁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다. 교계 진보주의 및 자유주의 신학에서는 사회 참여에 대한 입장이 강했는데 그러다 보니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사회적 이슈에 관여하는 것은 ‘진보주의·자유주의 신학 입장에 있는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오해도 생겼다.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두고 참여하면 ‘정치적으로 어느 쪽’이라고 낙인찍는 불신도 이어졌다.

한국에 처음 전해진 복음은 영혼 구원뿐 아니라 학교 설립에 이바지했으며 잘못된 인습을 개선하고 여성과 아동의 인권을 세우며 나라의 위기 상황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도전을 줬다. 한국교회 역사만 봐도 복음은 사회적 참여에도 이바지한 것이다. 사회는 그 점을 좋게 평가했다.

로잔대회는 복음의 순수성을 지키며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는 복음에 대해 명확하게 정리하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한국교회가 풀어야 할 과제도 제시할 것이다. 지난 50년간 세계 복음주의권 신학자들이 모여서 이 작업을 해왔다. 이미 정리된 내용이 한국교회로서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로잔대회 결과를 나눌 때 건강한 복음주의권 교회가 사회의 건강한 변화를 감당하는 일이 너무 당연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할 메시지가 있다면.

“한국교회가 하나님의 특별한 은총 속에 있음을 다시 깨달았다. 팬데믹 시절 한국교회에 대한 부정적 입장이 사실인 것처럼 호도된 분위기가 있었다. 한국교회가 전체적으로 강한 조직 속에 있는 게 아니다 보니 한 교회가 돌발 입장을 했을 때 같이 연루되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후 한국교회가 상당히 위축된 느낌도 있었다. 대중집회를 통해 바꿔보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생각만큼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아 안타까웠다.

4차 로잔대회는 한국교회가 원해서 유치한 게 아니다. 국제로잔에서 대회를 치를만한 나라가 한국밖에 없다고 했다. 한국로잔위원회는 오랫동안 고민하고 회의를 거듭한 끝에 부담스럽지만 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WCC 총회 개최로 어려움을 겪은 경험 때문에 걱정이 있었으나 로잔대회 개최는 하나님이 주신 명령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소극적으로 하지 말고 영적 각성의 기회로 믿고 준비해왔다. 준비 과정에서 영적으로 일어나는 조짐이 보이면서 소망을 갖게 된다.

한국교회 영적 각성은 북한 문제와도 연결된 징검다리 같다. 북한을 품으려면 한국교회가 이런 상태여선 안 된다. (훗날 통일 후 북한에 들어갔을 때) 북한은 개교단이나 개교회가 재건할 수 없다. 초교파적 연합이 필요하고 그 일에 도전받고 훈련받아야 한다. 한국교회는 급변 사태가 예상되는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기도로 준비해야 할 것이다.

로잔대회는 한국교회를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과 협력을 맺고 있다. 공식 기구 외에도 각 교회와 성도들의 연합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교회의 진짜 연합이 일어나는 역사가 된 것이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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