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7.1’ 강진, 쓰나미 대피소는 열리지 않았다
10억 들인 ‘440명’ 대피시설 열쇠 못 꺼내
철길 차단기 안 올라가 차량 대피도 차질
대지진 공포를 촉발한 지난달 일본 규슈 남동부 강진 당시 일부 지역 쓰나미 대피소가 잠겨 주민들이 혼란스러워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철길 건널목 차단기가 내려진 채 올라가지 않아 차량 대피 행렬도 막혔다고 한다.
이날 오후 4시43분쯤 미야자키현 앞바다에서 규모 7.1의 강진이 관측돼 쓰나미 주의보가 발표됐다. 일본 기상청 진도 기준으로 전체 10개 단계 중 3번째로 높은 ‘6약’ 지진이었다. 이 지진으로 일본 전역에서 대지진 우려가 커졌다.
마을 이장 격인 나가하마마치구 구장(區長)은 지진 발생 몇 분 뒤 인근 고령자들과 함께 자택 근처 쓰나미 피난 타워로 피했다. 이때 먼저 와 있던 6, 7명이 타워 밖에서 “문이 열리지 않는다”며 당황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고 한다.
이 타워는 높이 약 10m 건물로 최대 44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피시설이다. 노베오카시가 2016년 약 1억엔(당시 환율로 10억여원)을 들여 정비했다.
평소에는 잠겨 있다가 진도 ‘5약’ 이상의 흔들림을 감지하면 열쇠가 들어 있는 ‘개방 상자’를 열 수 있게 되는 구조다. 이번 지진 때는 시가 파악한 최대 진도가 4였던 탓에 기준 미달로 상자가 열리지 않았다.
당시 문을 부수고 주민들을 타워 안으로 들여보낸 사람은 구장이었다. 그는 “재해 시에는 1분 1초가 중요하다”며 “신속하게 타워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고 요미우리에 말했다.
일정 규모 이상 흔들림이 발생했을 때 열쇠를 꺼낼 수 있는 개방 상자 방식은 노베오카 시내 쓰나미 피난 빌딩으로 지정된 병원이나 복지시설에도 적용돼 있다.
시 관계자는 이 잠금장치에 대해 “빌딩은 방범상 위험이 있고, 타워는 항상 열어 두면 추락 사고 등의 위험이 있다”며 “긴급 시에는 망설임 없이 보드를 부술 수 있도록 확실히 안내하겠다”고 설명했다.
진도 6약을 관측한 같은 현 니치난시 아이센카이 니치난 병원은 1층 입원 병동을 2층으로 옮기기로 했다. 지진 당시 1층에는 스스로 이동하기 어려운 중증 신체장애 아동과 환자 120명 이상이 입원해 있었다. 직원 70명 정도가 1층 입원환자 약 40명을 안아서 2층으로 대피시켰다고 한다. 이 병원은 해안에서 약 200m 거리다.
니시지마 모토토시 병원 이사장은 “(입원 병동 2층 이전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라며 “몇 년 뒤에는 병원을 내륙 지역으로 이전할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지역 당국 관계자는 “교통체증으로 쓰나미에 휘말릴 위험이 있다”며 “가능한 한 도보로 가까운 고지대 등으로 대피하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야자키현과 북쪽으로 경계를 맞댄 오이타현의 해안 도시 우스키시는 쓰나미 주의보나 경보 발령 시 방재 무선으로 방송할 원고를 준비했다. 시 방재위기관리과 코노 료 부주임은 “방재 무선은 주민의 생명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위험이 닥쳤음을 신속히 알리고 싶다”고 요미우리에 말했다.
시즈오카대 방재종합센터 하라다 겐지 준교수는 “‘난카이 트로프 지진’ 발생 시 심각한 피해도 예상된다”며 “이번 경험을 교훈 삼아 개인, 지역, 행정이 각각 대응이나 행동을 되돌아보고 대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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